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May 17. 2023

슬픔의 삼각형*불평등의 위선

Triangle Of Sadness·2022 노 스포 후기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를 제치고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3부 구성이다. 남성모델인 칼 (해리스 디킨슨)의 소득은 여자 모델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여자친구인 인플루언서이자 탑 모델인 야야(샬비 딘)와의 데이트 비용을 전담하는 것이 불만이다. 영화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남녀관계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불평등을 도발적으로 다루며 몰입시킨다.


패션쇼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캐치프레이즈가 흘러나오지만, 주인공은 여자 친구의 런웨이를 지켜볼 좌석마저 빼앗겨버렸다. 반면에 그녀의 여자친구 야야는 나이가 들면 트로피 와이프가 돼야만 지위를 누릴 수 있다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그러면서 SNS에 자신의 미모와 부를 자랑한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사랑의 본질인 헌신과 인스타그램에 과시되는 욕망 사이에 방황하는 요즘 세태를 매우 영리하게 풍자한다.


2부엔 2억 5000만 달러짜리 초호화 유람선에 승선한 야야 커플을 비롯한 유산계급과 무산계급 간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부자들이 뱃멀미를 하다가 구토하는 토사물을 청소부가 치우는 것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특권층들은 자가기 좋아하는 누텔라 잼을 공수해 오기 위해 헬리콥터를 동원한다거나 지뢰와 수류탄을 통해 부를 이르는 모럴 해저드, 직원에게 근무규정을 어길 것을 종용하는 갑질 등의 형태로 유산계급들의 위선을 조롱한다. 영화는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는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견해를 옮겼다.


감독이 가장 힘을 준 지점은 선장 토마스(우디 해럴슨)와 러시아 비료업자 드미트리(즐라트코 버릭) 간의 논쟁이다. 두 사람은 로버트 케네디, 블라디미르 레닌, 카를 마르크스,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의 어록을 인용하여 자본주의(정확히는 신자유주의)를 열심히 공격한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비판하는 지점과 유사해서 살짝 놀랐다. 이 대화는 서구뿐 아니라 옛 공산국가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을 통해 공산주의자들이 구소련 국유회사를 사유화한 행태를 비꼬고 있다. 


영화가 한 걸음 더 깊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다면 '은행가'를 넣어야 했다. 신자유주의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로 정책에서 배제된 것이 금융의 자유화가 불러온 거대한 폐해였기 때문이다. 레이건과 대처를 열심히 까면서 그들의 사상적 기반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을 빼먹은 점도 조금 아쉽다.


배가 뒤집히듯 계급도 뒤집힌다.  

돌리 드 레온의 명연기

3막의 표류와 계급전복 아이디어는 진부했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고, 피지배층을 도구로 취급한다는 메시지는 앞선 1, 2막의 통찰력에 한참 못 미친다. 즉 무인도에서 생존기술에 특화된 노동계급이 독재의 길을 걷는다는 설정은 전반부의 유산계급에 대한 비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애비게일 역의 돌리 드 레온의 연기 덕분에 창의력 부족을 들키지 않았다.


불평등을 테마로 삼았다면 프롤레타리아에 더욱 동정적인 시선을 보냈어야 했다. 다시 말해 부를 독점한 자본가(부르주아)에 대한 일관된 비판을 계속 견지했어야 영화의 주제가 일관성을 가질 수 있었다.



★★★ (3.3/5.0)


Good : 불평등의 위선

Caution : 노골적인 레퍼런스


●영화 제목인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찌푸릴 때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영역을 뜻하는 뷰티업계 용어로, 외적인 미모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사회의 세태를 집약한다. 노골적인 구토 장면 같은 직설적인 풍자가 제목처럼 미간을 찌푸린 표정을 짓게 만든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루이스 부뉴엘과 리나 베르트뮐러가 연상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리나 베르트뮐러의 1974년작 《귀부인과 승무원》의 설정과 유사하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에서는 익숙한 표류 시나리오라며 리나 베르트뮐러의 《귀부인과 승무원》, 드라마 《로스트》, J.M. 배리의 영국 희곡 《훌륭한 크라이턴》을 예시로 들었다. 더 가디언에서도 이탈리아 영화 《그랑 부프》와 《훌륭한 크라이턴》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라고 황금종려상 수상 비판 기사에서 언급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오합지졸의 앙상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