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Dec 15. 2018

아쿠아맨_해양 액션의 진화

《아쿠아맨 AQUAMAN, 2018》 후기·리뷰

《아쿠아맨 AQUAMAN, 2018》후기·리뷰_해양 액션의 진화

인간 아버지와 아틀란티스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저스티스 리그》 사태를 겪은 후, 이부형제이자 아틀란티스의 왕인 옴 마리우스 과 왕위쟁탈전을 벌이는 단순한 이야기다. 왕위 쟁탈전은 《토르》, 《블랙팬서》을 연상시키고, 신화적 공간 아틀란티스 왕국은《원더우먼》의 아마존 종족이 사는 파라다이스 섬처럼 그리스 신화에 기반을 뒀다. 결국 《아쿠아맨》은 명망 있는 시나리오 작가 보이틸라의 이론처럼 신화적 성격을 띠게 됐다.

제임스 완도 인터뷰에서 “독특한 아쿠아맨 캐릭터를 이전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본 적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창의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시각적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쿠아맨》는 공포, 로맨스, 그리스/로마 신화가 더해진 독창적인 세계를 완성했다. 해저 첫 장면부터 '심해의 《아바타》'를 연상시킬 만큼 해양 세계와 액션, 크리쳐가 일품이다. 클라이맥스 전투장면은 《반지의 제왕》를 참조했다고 밝혔지만, 《트론》, 《타이탄의 분노》, 《슈퍼맨》, 《쥐라기 공원》,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등등 할리우드에서 지난 수십 년간 회자되었던 액션 시퀀스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리고 잭 아놀드 감독의 1954년작《해양 괴물》에 영향을 받은 호러 파트는 '역시 제임스 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불과 제작비가 1억 6천만 불 밖에 안되는데 '영상혁명'이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IMAX로 보지 않아도 화려한 해양 세계를 즐길 수 있다, 이전에《저스티스 리그》같이 흐릿하고, 느리고 둔탁한 수중 격투가 크게 보완된 점이 인상적이다.《아쿠아맨》의 해저 액션은 선명하게 보이고, 격투 합도 묵직하고 중량감 있다. 특히 옴과의 대결은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바닷속에서의 인물들의 움직임 표현이 훌륭하다. 심해의 어두운 빛의 산란, 기포, 물결, 머리카락의 흔들림, 수중 대화 묘사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한 VFX 기술은 놀랍다. 영화 속 심해를 보고 있노라면, 아쿠아리움에는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을 만큼 황홀함 그 자체다. 


이 같은 '신화적 공간을 어떻게 공감시킬까?'에 대해 제임스 완은 "판타지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아쿠아맨을 ‘신’이 아닌 '인간'으로 다뤄야  관객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캐릭터 조형도 신경 썼다. 


혼혈이자 이방인인 아서 커리(아쿠아맨의 본명)는 정의감은 넘치지만, 장난기 가득한 '괴짜'스러운 결점을 가졌다. 커리는 바다에도 육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외톨이'로 살아가던 남자가 아틀란티스 왕위 계승자로서의 의무에서 고민하며, 여정을 통해 소속감을 배워가는데서 관객들은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 국왕으로서의 책무 사이에서의 고뇌에 절로 공감하고, 응원하며 지켜보게 된다. 다시말해, 빌런과의 대결보다는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제임스 완이《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크툴루 신화》, 《로맨싱 스톤》같은 고전 모험영화처럼 아서 커리가 고대 유물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깨달아가는 고전적인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반면 빌런 쪽도 설득력 있는 사연을 부연했다. 옴 마리우스(오션 마스터의 본명)는 언뜻 MCU의  '로키'와 비슷해 보이지만, 터전인 바라를 오염시켜온 인간에 대한 명확한 불만을 표출한다. 상이한 가치관을 통해 형제의 대립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옴(패트릭 윌슨)뿐 아니라 숙적이자 인기 빌런 '블랙 만타'는 대사와 플래시백(과거 회상)을 통해 당위성을 밝힐 시간을 충분히 줬다 


그리고, 제벨왕국의 공주 메라(엠버 허드)에게도 《원더우먼》처럼 주체성을 입혔다. 아서와 달리 후계자로서 입지가 탄탄한 그녀는 어떤 계기로 고대 유물을 찾아 아서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메라는 아쿠아맨만큼 힘이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강력하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여성 히어로 겸 조력자로서 한몫 단단히 한다.

또, 아서 커리의 어머니 아틀라나 여왕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가장 탁월했다. 와이어액션도 직접 소화했다


다시 말하지만, (도입부에서 말했듯이) 줄거리는 별거 없다. 감독이 나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펼쳤고, 

어마어마한 시각효과와 멋진 액션을 구현하는 장치로는 괜찮다. 음악도 인상적이진 않지만, 나쁘지 않다. 


끝으로, DC확장 유니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AT&T에 인수된 후, 새로 워너 CEO에 취임한 존 스탠키가 더 이상 DCEU에 대한 간섭이 없을 거라고 언급했듯이 기존 DC의 단점들을 보완했다. 제임스 완 감독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이 《아쿠아맨》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관의 연결 고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쿠아맨'이라는 슈퍼히어로에게 온전히 힘을 실어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즉, 섣부른 세계관 확장 대신에 온전히 아쿠아맨 기원담에 집중하며, 캐릭터성 붕괴는 과거 회상 장면과 긴 대사로 보완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과잉은 중간중간 유머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조금 놀랐던 게, 아서 커리의 부모님에 관한 드라마가 정말 좋았다.  희대의 명대사 '느금마사'를 남긴  DC 유니버스가 이런 흑역사를 지우려 노력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총평하자면 《컨저링 유니버스》로 확장 세계관에 일가견 있는 제임스 완은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끝내주는 해양 액션, 환상적인 비주얼을 위해 나머진 희생시켰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  (3.1/5.0) 


Good : DC답지 않게 제대로 된 눈뽕 볼거리와 세계관!!

Caution : 뭔가 혹할만한 건 없는데, 화면에서 눈 뗄 수 없다.

● 원작 코믹스에서 금발인 아서 커리가 영화에서는 흑발을 가져감으로써 금발은 오션 마스터가 가져가게 되었다. 


●쿠키영상은 크레디트 한번 올라가고 1개 나옵니다.


●감독이 '블랙 만타'는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할 것이라 공언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마약왕, 2018_'개발독재'의 그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