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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27. 2023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정중한 작별인사

The Dial Of Destiny (2023) 노 스포일러 해석, 후기

제국주의의 그림자

2020년대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부활시킨다니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이 프랜차이즈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의 1930년대 펄프 소설과 시리얼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영국식 세계화가 담긴 용맹함, 영웅심, 낭만주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도전정신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제국주의는 우리나라가 똑같은 동양인에게 차별과 멸시를 겪었듯이 끔찍하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향수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1편에 아랍의 칼잡이를 인디가 권총으로 제압하는 장면에 중동에서 얻은 성궤를 미국으로 가져와 51구역에 보관하는 설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2편은 그런 연유로 중동을 배제시켰으나, 인도요리와 인신공양에 대한 날조로 인도정부로부터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3편의 하타이 공화국의 국가원수가 영국제 롤스로이스를 좋아하는 장면에서 백인 우월주의라며 요르단에서 그 장면을 삭제하고 개봉했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4편에선 유물을 특정국가에 연계시키지 않고, 외계인 음모설로 귀결시켰다. 정치적 올바름이 대두된 현대사회에서 이런 백인우월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 유물을 아르키메데스가 기원전 213년에 제작했다고 알려진 ‘안티키테라 기계’에서 착안해냈다.     


디즈니가 Legacy Sequel을 제작하는 방식은? 

디즈니는 요즘 <라이온킹>, <인어공주> 같은 명작 애니메이션 실사 리메이크와, 마블과 스타워즈 같은 IP의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용어로 ‘추억팔이’로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운명의 다이얼》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요소들을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가공했다. 전작에 대한 오마주와 이스터에그를 통해 여러분이 잘 알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맞다고 호소한다.      


캐릭터 역시 전작에 기대고 있다. 1편의 조력자 ‘살라(존리스 데이비스)’가 컴백했고, 1편의 '카탕카'와 유사한 역할을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맡겼으며, 2편의 '쇼티 라운드(키호이콴)'의 후계자 격인 '테디(에단 이시도르)'를 내세웠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 필름 대표가 선호하는 여성 캐릭터에 힘을 줬다. 존스의 대녀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가 공동 주연에 가까울 정도로 액션과 드라마에서 비중이 크다.      


<운명의 다이얼>은 현대 텐트풀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CG와 그린스크린을 이용한 물리법칙을 초월한 기술력의 과시에는 인간의 파괴본능을 자극할 뿐, 배우들의 경이로운 몸놀림과 카메라 트릭이 사라졌다. 20세기 액션 영웅은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카메라에 담았지 않은가? 해리슨 포드 역시 인디를 연기하면서 평소대로 몸소 스턴트를 소화함으로써 “우리 일자리를 뺏지 마라”라고 현장의 스턴트 스탭으로부터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물론 80대 노구를 이끌고 펼칠 수 없으니 영화는 탈 것에 의존한다. 그렇게 설계된 추격전에는 영혼이 없다. 편집은 너무 정석적이고, 구성은 너무 뻔했고, 존 윌리암스의 감동적인 음악은 예측가능한 순간에 정확히 등장한다.     


<레이더스>의 촬영 현장에서 매번 스크립트가 수정될 정도로 혼돈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도 예상하기 힘든 템포로 액션이 진행되고 유머가 기습하듯 튀어나왔다. 제작하는 본인들이 즐긴 모험이 필름에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없었다. 맨골드는 너무 반듯하게 프레임 구석구석을 매만졌고 그런 리스크, 변칙적인 템포, 재기 발랄함을 이성적으로 통제했다.


운명의 다이얼이 의미하는 바는? 

영화는 운명론과 자유의지의 대립을 골자로 짜여있다. 1969년 아폴로 달 탐사대가 지구로 귀환했지만, 그때 인디는 술에 취해 과거를 후회한다. 인디와 헬레나 모두 대부와 대녀 관계이며 바질 쇼의 유지를 받아든다. 그리고 인디와 악당 '위르겐 푈러(매즈 미켈슨)' 모두 과거에 맺은 인연으로 얽히고 서로를 적대시한다. 또 고고학이란 유적이나 유물과 같은 잔존 물질 자료를 통해 인류의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류의 과거를 연구하던 자신의 과거를 뉘 위치던 모든 인물들은 이를 극복하는 자유의지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인디, 헬레나, 푈러는 모두 과거로부터 얽매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영화는 계속 과거의 유산과 향수, 노스탤지어를 강조한다. 이러한 모순은 디즈니가 Legacy Sequel이 취했던 기획에서 자주 벌이지는 풍경이다. 그런 점이 두드러진 지점이 있다. 캐릭터들의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그저 다음 이벤트(사건)를 일으키는 동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편의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영화는 5번째 작품이라고 광고하지만, 로튼의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모조품’ 같이 느껴진다. 3편 <최후의 성전>처럼 드라마로 승부할 줄 알았으나 큰 오산이었다. 주변 인물들의 역할은 각개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제각각이다. 특히 유물을 박물관에서 기증하는 인디와 자본주의에 충실한 헬레나 간의 견해 차이처럼 화학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편집도 그렇다. 두 개의 연속된 장면 간의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어떤 컷이 등장하면 다음 컷은 맞물리고 그 다다음 컷이 연결되는 인과율이 거의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어드벤처 영화로써 지도와 유물을 찾는 과정(퀘스트)은 확실히 매끄럽게 이어 붙였다. 정확히는 시퀀스와 그다음 시퀀스가 우연적 요소로 편집했기 때문에 영화를 관통하는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더는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필버그는 유물을 맥거핀으로 썼었다. 너무 보물 찾기에 매진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굿바이, 인디!

맨골드는 인디아나 존스에 대한 예우를 최우선에 뒀다. 엠파이어가 선정한 영화사상 최고의 캐릭터 1위에 뽑힌 대중문화의 아이콘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그 방식에 불만인 관객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진정성만큼은 느껴진다.    

  

또 해리슨 포드는 이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연약함과 강인함, 인내심과 조바심 같이 모순적인 인디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그는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 노련함을 바탕으로 관객을 안심시킨다. 콤비를 이루는 월러-브리지를 잘 리드하고 있으며, 그녀의 캐릭터가 살짝 비호감스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감상하는데 지장은 없다. 또 역할과 비중이 적은 미켈슨 역시 맡은 바 소임을 최선을 다했다. 



★★★ (3.0/5.0)     


Good : 잘 가요, 인디 박사님, 대중문화 아이콘에게 정중히 예우를 다하다.

Caution : 캐슬린 케네디는 도대체 왜 맨날 감독에게 다 떠넘기는 걸까?     



■제임스 맨골드에 대한 변론! 

해리슨 포드와 존 윌리암스의 마지막 투혼을 이토록 방향성이 없고, 안전한 복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모든 속편은 전편의 과거를 수용하고 새로운 미래를 도약해야 한다. 이 영화는 앞으로 나아가자면서 과거의 인기와 영광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부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책임자 아래에 일개 고용감독과 작가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맨골드가 앞장서서 영화를 변호했다.《운명의 다이얼》을 총괄·제작한 캐슬린 케네디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타워즈 시퀄 3부작도 제작 지침 없이 감독들에게 일임해서 다 말아먹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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