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lde·2023》
《귀공자》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복싱선수 ‘마르코 (강태주)’를 세 사람이 쫓는 쫓기는 추격액션 영화다. 그 세 명은 다음과 같다. 적인지 친구인지 헷갈리는 ‘귀공자(김선호)’, 두 사람을 쫓는 재벌 2세 ‘한 이사 (김강우)’ 그리고 의문의 여인 ‘윤주 (고아라)’가 벌이는 범죄액션 영화이기도 하다.
박훈정 감독답게 장르적으로는 홍콩 누아르에서, 캐릭터는 일본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를 오마주 한다. 극 중 마르코는 황금이고 세 명의 무법자가 이를 쫓는 구조에서 드러난다. 나중에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고, 초반부터 추격전을 벌이는 것도 레오네스럽다.
이처럼 스토리와 세계관이 참신하지 않아도 멋진 장르 영화들을 만들 수 있으나 박훈정은 이번에도 실패한다.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에서 보듯 그의 지향점은 홍콩 누아르와 일본 하드보일드 극화다. 이를 구체화할 때마다 지나치게 사건 위주로 구성한다. 인물들이 행동하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딘가 본 듯한 세계관과 스테레오타입의 캐릭터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귀공자의 정체에서 그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마르코가 코피노(필리핀 혼혈) 일 이유도 없고, 권투선수여야 하는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게 난리 치며 국내로 데려와야 할 당위성도, 3명이 그를 쫓는 목적도 불투명하다.
액션은 <본 시리즈>을 많이 흉내 냈다. 세이키 캠을 써도 폴 그린그래스는 인물의 동기와 심리, 상황을 미리 숙지시킴으로써 관객이 조금 정신없어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 이전의 홍콩 영화에서도 (무술을 못하는 정극 배우를 위해) 핸드헬드로 눈속임했어도, 동작의 전개 과정을 생략하지 않았다.
반면에 《귀공자》의 카메라는 계속 요동치며 동선을 열심히 청소한다. 상대를 때리는 과정을 지우개처럼 지우면서 배우의 낮은 숙련도를 숨긴다. 이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존 윅> 이후로 액션의 디테일을 강조하는 유행과 동떨어져있다. 그리고 차량 액션에서도 동선에 대한 설계가 치밀하지 못하고, 동선을 길게 가져감으로써 금세 지루해진다. 성룡이 말했듯이 액션이 명확하지 않으면 관객은 (액션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사견이지만, 장르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컨벤션(규칙)를 준수하는 편이 낫다. 박훈정 감독이 클리셰를 자꾸만 깨려고 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반대급부로 세계관과 캐릭터의 기시감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작가가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2.0/5.0)
Good : 김선호의 깔끔한 미모
Caution : 길고 지루한 카체이스 액션
●박훈정 감독은 ‘흥행’하면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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