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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14. 2023

엘리멘탈*다양성의 함정

ELEMENTAL (2023) 노 스포일러 후기

1. 다 함께 어우러지는 엘리멘트 시티    

<굿 다이노>의 피터 손이 연출하고, 존 호버그, 캣 리켈, 브렌다 슈가 시나리오를 맡은 픽사 애니메이션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상시킨다는 것을 깨닫는데 대략 1,2분 정도 소요된다. 뉴욕으로 이민 온 피터 손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 뉴욕은 ‘엘리먼트 시티’로 이름이 변했다. 불, 물, 흙, 공기 4원소를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모여 사는 도시로, 《엘리멘탈》은 물과 불의 러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엘리멘탈》은 원소설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게 시각적 정보를 제공한다. 물과 불을 형상화한 ‘웨이드(마무두 아티)’와 ‘엠버(리아 루이스)’는 정해진 형체가 없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공존하자는 주제를 표출한다. 


웨이드 가족이 살고 있는 물의 지역, 앰버 가족이 지내는 불의 지역, 흙으로 이뤄진 가든지역, 농구와 스카이다이빙을 합친 공기들의 가상 스포츠 ‘에어볼’ 등을 통해 원소 간의 질감, 온도, 색채 등이 대비되도록 속성이 부여되어 있다. 원소 간의 특질을 파악하기 쉽게 그려져 있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불의 크기, 형태, 색깔을 변화하는 방식은 신선했다.


2.물과 불이 사랑에 빠진다면?    

웨이드와 앰버는 서로에게 끌리지만, 상대를 만질 수 없다. 피부가 닿은 상대의 힘과 기억 일부를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지닌 엑스맨의 ‘로그’가 ‘아이스맨’과 사귀지만 손조차 잡지 않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화학적 속성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사회적 격차를 곳곳에 심어 놨다. 엠버의 부모 ‘버니(로니 델 카르멘)’와 ‘신더(실라 옴미)’는 엘리멘탈 시티에 이주하며 자신들의 관습과 언어를 고수한다. 여주는 중국계 성우, 아버지는 필리핀계 성우, 어머니는 이란계 성우를 캐스팅해 아시아 이민자 가정을 형상화한다.


감독인 피터 손은 한국에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영화 곳곳에 투영함으로써 이야기가 더 살갑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지하철 시퀀스에서 앰버가 물의 종족 틈바구니에서 느끼는 고독감이 그렇다. 앰버가 느끼는 고립감은 상당하다. 반대로 물의 종족 역시 불의 종족인 앰버에게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오마주

서로의 생김새도 억양도, 문화관습도 다르지만, 이방인으로 성장한 이민 2세대의 고충을 나누며 두 사람은 동질감을 느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옮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패턴이 발견된다. 영화는 장르의 컨벤션(보편화된 규칙)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서 서로의 부모들이 인종적 편견을 초월해 두 사람을 축복하는 모습이나, <문스트럭>의 자아실현과 가업 사이에서 고민하며 책임 의식을 느끼는 모습, <아멜리에>에서 자기만의 껍질을 깨고 상대를 수용하는 태도 등에서 검증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이탈하지 않는다. 


영화가 레퍼런스 한 작품 중에 자사제품<주토피아>이 있다. 남녀 주인공이 버디를 이뤄 사건이 진행되고, 대상을 의인화한 ‘도시’가 주요 배경이지 않은가? 특히 ‘펀(조 페라)’이라는 캐릭터를 유심히 지켜보면 <주토피아>의 차량관리국의 나무늘보가 연상될 것이다. 이 부분은 3장에서 심층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3. 디즈니식 PC는 과연 옳은가?

영화는 겉으로는 다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본질은 디즈니의 상업성에 충실히 복무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쾌락'의 명제 아래 유색인종 관객을 겨냥하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관람을 노리고 마케팅한다. 이것이 디즈니가 자랑하는 정치적 올바름 혹은 가족주의다. 마블, 스타워즈, 픽사, 폭스 서치라이트, 디즈니+ 가리지 않고 쇠락하는 근본원인이다. 


영화는 원소끼리 각자의 게토를 나뉘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그린다. 특히 파이어타운은 위험한 곳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명제와 인종 간의 화합을 위해 편의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엠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고뇌를 1차원적으로 다룬다. "원수들끼리는 섞이면 안 돼"라는 대사로 갈등을 고조시키지만, 누수를 관리하는 웨이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만다. 


여기서 모순이 발견된다. 다양성을 공존시키겠다는 디즈니 정책은 되려 분리와 차별을 전제하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다. 앰버와 파이어타운을 포용하자면서 붉은색을 강조하여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아시아 이민자들은 편의점, 슈퍼마켓에 종사한다는 직업적 편견, 부모의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타이거 맘으로 총칭되는교육적 편견이 기저에 깔려있다. 관객이 이를 지적하면 '인종차별'이라고 반론할 수 있는 안전판까지 매설해 놨다. 


그리고 앰버네가 웨이드네에 비해 계급적으로 열등하다는 점에서 미국인과 이민자 간의 경제적 격차를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양성을 포용하자는 디즈니의 구호에는 역사적 맥락과 정치경제적 요인이 생략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구습의 산물이 아니다. 사회구조적으로 뿌리 깊은 빈부격차와 차별은 단순한 적대감, 선입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토피아>처럼 인종차별을 농담거리로 취급한다. <주토피아>은 다수의 약자(초식동물)와 소수의 강자(육식동물)라는 설정 때문에 우화적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엘리멘탈》은 안타깝게도 인종적 선입관에 기반을 뒀다.



★★★ (3.0/5.0)     


Good : 환상적인 캐릭터 디자인

Caution : 디즈니가 디즈니하다.


원소설(元素說)은 철학의 시작이자 근대 화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서양 과학의 주된 학술이었다.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저 네 원소가 고체(흙), 액체(물), 기체(공기), 플라스마(불)에 대응된다고 보기도 한다. 픽사의 차기작 중에 원소설에 비견되는 동양의 오행사상을 다룬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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