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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13. 2023

플래시*​마더 컴플렉스여 안녕!

The Flash (2023) 노 스포일러 후기

멀티버스 원조 맛집

원래 멀티버스의 시초가 플래시라는 점이다. 원작 코믹스<플래시포인트>는 DC 코믹스 내의 세계관에 거대한 변역을 일으킨 이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DC용어로 크라이시스라는 일종의 리부트로 DCEU의 마지막 영화로 적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의 DCU를 출범하기 위해 ‘스나이더버스(Snyderverse)’에 이별을 건넨다. 원작 파괴를 일삼던 잭 스나이더가 진행시킨 스토리라인을 다중우주로 정리한다는 의미다.   

   

《플래시》를 영화적 관점에서 <백 투 더 퓨처>의 후손이다. 타임 패러독스를 영화적으로 풀어낸 고전의 가르침에 충실하다. 플래시의 시간 역행으로 모든 우주가 충돌 위기에 놓인다는 설정을 '원인이 결과를 부른다'는 인과율로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다중우주(멀티버스)와 시간여행이 보편화된 지금, 이 작품은 <엔드 게임>이 시간여행을 통해 ‘인피니티 사가‘을 되짚어 본 것처럼 DC의 역사적 순간을 되짚는다. 심지어 무산된 프로젝트마저 포함한 거대한 추억앨범이다. 


수많은 히어로와 빌런들이 다중우주 혹은 시간여행을 통해 소환되고, 추억을 상기시킨다. 호화로운 팬서비스에 감격하기도 하지만, DCEU와 스나이더버스의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첫째, 한정된 러닝 타임 내에 10년간의 스나이더버스를 총망라하려니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 배트맨(마이클 키튼), 슈퍼걸(샤샤 칼레), 조드 장군(마이클 새넌) 등 인물들이 플롯을 진행시키는 장치처럼 황급히 처리된다. 빌런과의 대결보다 지나간 DCEU를 정리하는 데에 힘을 쏟은 나머지 클라이맥스가 빈약해졌다.


둘째, 마블과 마찬가지로 멀티버스의 스토리는 대부분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실제 벌어진 사건 즉 정사(正史)가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다중우주가 여러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바람에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시간여행이 갖는 타임 패러독스 같은 개연성을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이전 작품의 세부사항과 《플래시》가 충돌하는 지점도 여럿이다. 


셋째, 팬무비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향수에 의존한다. 과거와 현대의 DC영웅과 악당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같은 선례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약간 손해를 봤다.      


넷째, 에즈라 밀러와 DC 유니버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영화를 봐서는 앞으로 DCU의 방향을 읽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제임스 건은 《플래시》로 DCEU를 종결할 생각이다. <아쿠아맨 로스트 킹덤>과 <슈퍼맨: 레거시>로 DC 유니버스로 새출발하기 위해 스나이더버스와의 완벽한 이별 말이다. 에즈라 밀러를 속편에 출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영화가 성공했을 때 얘기이고, 또한 에즈라 밀러의 재판 결과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DC의 미래에 속단하기 어렵다.  


마더 컴플렉스여 안녕!

그렇지만,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원작코믹스 <플래시포인트>을 느슨하게 연관지었다. 배리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빛의 속도에 근접할 정도로 빨리 내달리면 물리학적 시간을 거스른다는 설정만 가져왔다. 이 점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스파이더버스>와 공통된다. 가디언즈는 로켓을 구하고 싶어하고 마일즈는 아버지를 구하고 싶어한다. 또한 그것은 배트만과 공유되는 고통이며, 배리의 부모를 구하는데 힘을 보태는 원동력이다. 이것이 배리와 배트맨이 세상을 구하려는 정의이자 스나이더버스 내내 지속되던 마더 컴플렉스를 떨쳐버리는 치유이기도 하다. 



★★★☆  (3.4/5.0)   


Good : 멀티버스를 단순명쾌하게 다루다.

Caution : CG가 좀 튀고, 영화를 알면 알수록 재밌다.


●에즈라 밀러의 개인적인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상실의 고통과 낙천적인 쾌활함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2022년 10월에 이미《플래시 2》의 각본이 작성되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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