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 Is Afraid, 2023 노 스포 후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은 아트 하우스 영화와 상업 영화를 분리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 자체가 여러 배타적인 요소들의 집약체이다. 아리 애스터가 탁월한 공포 영화를 만든 것은 유럽과 아시아 예술영화의 자양분을 장르의 영역에 끌어왔기 때문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은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예술영화의 형식과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에 투신한다.
호러 장르란 인간의 온갖 추악한 면을 다룬다는 면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장르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 악몽 코미디(nightmare comedy)는 모성(母性)을 풍자한다. 어머니는 인류문명사적으로 두 가지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첫째는 모성애로 상징되는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이자, 둘째는 아동학대의 주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동화와 전설, 민담에 계모로 지칭되는 모성애의 그림자를 담고 있다. 양육을 어머니들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자식들에게 가장 많은 트라우마를 안긴다는 견해도 있다.
‘어머니는 아이에겐 신이나 다름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그 영향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리 애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밝히기 거부했다. GQ와의 대담에서도 모성 역학에 대한 끝없는 관심에 대한 질문에, "모든 사람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이라고만 대답하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굉장히 솔직하고, 대담할 정도로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보(호아킨 피닉스)’는 그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를 찾아 길을 나선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드는 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자아를 과감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모성신화를 조롱하고 희화화한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위대함을 부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3시간 동안 고백한다.
아들이 어미를 찾아가는 로드무비는 불안, 자기혐오, 실망감, 집착, 두려움, 우울증,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을 카프카적으로 그린다. 비논리적으로 판타지적인 심리학적 로드무비는 생의 기괴한 그림자를 비웃고 있다.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한 창의적으로 온갖 트라우마와 불쾌한 지점을 건드린다.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을 스크린에 옮겼다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는 발달심리학 혹은 정신분석학을 필름에 담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제작한 것 자체가 꿈과 환상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 같았다.
아무리 창의적이더라도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정서적 불안’이라는 영화 주제에 완벽히 녹아들며, 어머니 역의 두 배우 모두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
‘불안의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악장마다 발달심리학과 정신분석학 그리고 바로크양식을 동원해 완성시키지만, 편곡에서 어떤 악기에 주안점을 둘지 결정하지 못했다. 건축으로 치면 이 영화는 토대 없이 외벽과 인테리어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장면마다 작가의 충만한 아이디어를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특히 프로덕션 디자이너 피오나 크롬비가 만든 지옥의 풍경은 건축학(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미술을 전공하신 분들에게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것 같다.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아들의 몸부림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두려워하는 작가의 내면을 들키고 만다. 자조적인 코미디로 위장하며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당신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반대로 온전히 인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 (3.6/5.0)
Good : 독창적인 영화로, 미래의 클래식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Caution : 모호한 스탠스로 방종 혹은 과잉의 미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아리 애스터는 보의 관점보다 "어머니"의 시선으로 영화를 감상하길 추천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여태 본 작품들 중 최고의 장면을 발견했다고 하며 정말 무서웠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후 코메디와 애니메이션, 과거 현재 미래, 현실과 환상, 죄책감, 순수함, 두려움과 자기혐오가 뒤섞여 작중 내내 어머니를 만나러 떠나는 호아킨 피닉스의 초현실적인 여정 속에서 펼쳐지는데, 초기 피카레스크 소설 <돈키호테>와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가 떠올랐을 정도라며 이 영화는 18세기 그 자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마스터의 경지! 몇 년 간 본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영화입니다. 두 번째 관람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면서 인생의 6시간을 보냈습니다.”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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