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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09. 2023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1*온고지신

Mission: Impossible Dead Reckoning 노스포후기

https://youtu.be/woixU_OwOuI

지난 27년간 지구를 수호해 온 이단 헌트는 전세계 모든 디지털 기기를 조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와 대결한다. 헌트는 대범한 소매치기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와 손을 잡고 위기를 정면으로 뚫고 나아간다. 

론 발프가 편곡한 테마곡을 들어보면 전자 퍼커션을 인간이 연주하는 타악기로 대체한다. 론 발프가 <폴 아웃>에서 템포를 일부 구간에서 느리게 가져가면서 전자음을 적극 활용했던 편곡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실제 악기로만 이뤄진 주제곡처럼 영화는 인공지능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예찬한다. 


다시 말해 《미션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1 (이하 데드 레코닝)》은 <탑 건: 매버릭>처럼 아날로그 만세를 합창한다. 인간의 피땀눈물로 이뤄진 아날로그 액션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디지털 시각효과를 이길 수 있다고 영화는 외치고 있다. 빌런인 엔티티는 2016년 NSA(미국 국가안보국)가 EU정상들의 핸드폰에 침투하기 위해 만든 감시 바이러스를 모태로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정확한 예측력을 갖고 있지만, 아날로그 기기에는 무력한 설정을 갖고 있다.


인간이라는 예측불가능성

히치콕의 <39 계단> 오마주

등장인물의 행동이 왜 그런지 의아할 관객이 많을 것이다. 가브리엘은 이름처럼 엔티티의 사자이다. 기차에 가브리엘이 등장할 때 어떤 장치와 연결되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베네치아의 클럽 장면에서 엔티티의 능력을 설명하는 장면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극중 엔티티는 인간의 대화를 통해 성격을 판별하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 이단이 아끼는 동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고뇌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운명이 바뀌고, 과거의 원한이 오늘의 복수를 낳는다. 이것은 이단 헌트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렸던 업보이자 과거의 데이터다. 이단 본인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 택했지만 말이다. 모든 게 선택의 결과이고,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지”라는 대사가 영화를 대변한다. 0과 1로 이뤄진 기계어는 과거의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예측치를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가공할 연산능력은 일면 '신'처럼 전지전능해 보인다.


인간의 패턴을 완벽히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위협은 부제의 의미와 직결된다.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이란 항해용어로 ’ 추측 항법‘을 뜻한다.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지도상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연결한 선으로 경로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적으로 함수로 표기할 수 있다. 인간의 내면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여부는 요즘 과학윤리에서 가장 핫한 소재이다. 과연 인공지능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줘야하고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게 할 것인지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규제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단 일행은 인간의 내면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음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그 인물의 과거를 전부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의 주제도 인간이라는 변수는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독립변수의 값이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종속변수가 아니다고 외친다. 즉 입력한 데이터대로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 과학에서 나오는 법칙이라 명명된 것 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조건이 변할 때 결과가 변하는 함수 형태로 나오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에게 법칙 따윈 없다는 것이 주제다. 그러한 예측불가능성이 엔티티를 무력화시키는 열쇠인 것이다.


모든 사건이 끊을 수 없는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논쟁으로 스토리를 짠 것이다.  그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액션 시퀀스가 길고 동선이 복잡한 것이다. 감독도 “그것은 당신이 마지막으로 알려진 위치만을 기반으로 코스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이단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에 대한 은유가 됩니다."라고 밝혔다. 미적분학에서 시간에 따라 물체 위치의 변화를 기술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이것은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과 같다. 모든 정보를 관객에게 공개하지만 인물은 모를 때 서스펜스가 탄생하고 그 반대일 때 미스터리가 태어난다. 이항관계에 어떤 집합을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진다는 간단한 정리로 각본이 짜여있다. 영화는 독립변수로 그레이스를 서사의 핵심에 놓음으로써 더욱 예측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감독과 톰 크루즈는 첩보활동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첩보란 적국의 정보를 빼내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절도'에 비유하고 있다. 그레이스가 훔치는 행위는 DNI(국가정보국), CIA, 아포슬(신디케이트)와 맥락이 비슷하다고 보는 견해인 셈이다. 이단과 그레이스는 일종의 사제지간, 멘토와 멘티로 규정짓는다. 스승과 제자가 이 위기를 헤처가는 것이 2부작의 열쇠인 것이다.


61세의 톰 크루즈에게 물량공세보다 심리전으로 가져간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첩보스릴러 본연의 체스 게임으로 되돌아갔다. 1편의 국장 ‘유진 키트리지(헨리 처니)’가 시리즈에 복귀한 것처럼 대놓고 1편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가 썼던 방법론을 다시 꺼낸 것이다.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모르는 냉전 첩보물의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부활시킨다. 정작 가장 중요한 인물의 속내를 빈칸으로 두기 때문에 이들 간의 이해타산은 《데드 레코닝 Part 2》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최근 유행하는 2부작 영화와는 달리 중간에 ‘뚝’ 끊는 1부라기보다는 큰 사건을 어느 정도 일단락하고 숨겨진 내막을 궁금하게 만드는 식이다.


인공지능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

무분별하게 세계관을 확장하다가 진입장벽만 높아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디즈니+와 연계하다가 점점 극장과 멀어진 픽사, 피부색이 곧 다양성이라고 섣불리 결론지은 <인어공주>,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지 못한 <인디아나 존스>, 성급하게 유니버스를 구축하다가 리부트를 발표한 DCEU, 예토전생으로 생사의 안위가 농담거리가 된 <분노의 질주>의 사례처럼 현재 블록버스터 시장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톰 크루즈는 온고지신을 택했다. 영화는 1편을 강하게 의식했고 전통적인 냉전 첩보물로 되돌아갔다. “대의라는 걸 위해 싸우던 시절은 끝났어. 선과 악의 개념은 이제부터 우리가 결정해. 자네가 지키려 애쓰는 이상은 존재하지 않아. 어느 편에 설지 정해”라는 대사에서 미중 간의 신냉전을 반영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안보상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유럽, 사우디, 호주가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국제정세을 자유의지에 빗대고 있다. 제작자인 톰 크루즈는 어떻게 신냉전을 영화에 반영할까를 고민했다.


냉전시절의 첩보스릴러의 근본을 계승하고, 디지털 대전환의 새로운 위협을 다룬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액션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 CGI와 그린스크린에 의존하며 실재감을 상실한 상업영화들에게 배우의 피땀눈물이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 냈다.아날로그 액션은 주제와 연결짓는다. 앞서의 함수값은 액션에서 '선택'의 문제로 치환된다. 로마 추격전과 스위스행 기차 시퀀스는 대구를 이루고 있으면서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단 일행은 상호 신뢰 하에 협동은 진행한다. 각각의 맴버들이 힘을 모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단과 그레이스가 수갑이 채워진 채 로마에서 적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거나 기차 안에서 더이상 수갑으로 두 사람을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성장을 이뤄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 제작은 수많은 스태프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이단의 IMF처럼 말이다. 그러한 팀플레이가 영화 안팎을 한데로 묶고, 액션과 드라마가 한데 뭉치는 원동력이 된다. 동시에 해롤드 로이드나 버스터 키튼에 대한 경배를 보낸다. 클라이맥스 장면은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 존 프랑켄하이머의 <대열차작전>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무성영화부터 명맥을 이어온 스턴트 액션은 CGI에 비해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한데 뭉쳐 영화 한편을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관객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아닐까하고 제작진은 판단한 것 같다. 감독과 배우 뿐 아니라 촬영을 맡은 프레이저 태거트와 편집의 에디 해밀턴(매버릭의 편집감독)마저 모범적이고 교과서적인 자세로 접근한다.


조만간 인공지능이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 그런 위기감 속에서도 이것이 톰 크루즈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라고 솔선수범을 보인다.


★★★★ (4.2/5.0)


Good : 인공지능에 대처하는 61세 톰 의 자세

Caution : 그 열쇠로 문을 여는 것은 <파트 2>에서!


●'레코닝'은 '과거의 행동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받는 심판의 시간'을 의미를 지녔다.

■헤일리 앳웰은 로마 추격전을 위해 영국에서 드리프트 교육을 5개월간 받았다.


■엔티티와의 대결은 양자역학의 인식론을 차용한 것 같다. 그 정리는 수학적으로 엔티티의 철학적 견해는 틀렸다는 것이 증명했음은 물론이다.


■영화의 모티브는 2016년 벌어진 NSA(국가안보국)가 벌인 감시 바이러스 사건인 것 같다. 핸드폰에 침투할 목적으로 하드디스크나 SSD에 바이러스를 복제하지 않고 전원이 꺼져도 활동하는 메모리(RAM)를 통한 활동하는 감시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윈도우 디펜더 같은 클라우드 기반 백신은 발견된 잠재적 위협을 서버에 자동 전송해 백신 개발 및 보안 연구에 이용하는데, 러시아 백신 프로그램 업체 카스퍼스키도 동일하게 데이터를 활용했다. 휴리스틱 알고리즘은 이를 새로운 악성코드로 판단하고 다른 악성코드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 그런데 문제는 카스퍼스키가 러시아 연방정보국에 기밀을 제공핸다는 점이다. 이에 NSA는 미국 기업과 관청에서 카스퍼스키의 사용금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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