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Godzilla Movies
고지라 시리즈는 분명 현대 블록버스터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토호의 괴수 영화는 007 시리즈나 혹성탈출 시리즈처럼 장기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공유 세계관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뒤, 이를 모아 팀을 이루는 영화나 MCU의 페이즈 개봉 전략을 수십 년 앞서 실행했다. 1954년부터 34편의 실사 영화와 3편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레전더리 영화사는 올해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를 개봉하며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지라》의 슈트메이션, 미니어처 세트, 애니매트로닉스가 큰 호평을 받았다. 츠부라야 에이지가 1954년 오리지널 영화를 위해 개발한 '슈트메이션' 기술은 할리우드의 스톱 모션 기법보다 더 파괴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츠부라야가 생전에 선보인 특수 촬영 기법은 후속 특촬물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했다. 그의 예술적 섬세함은 모스라와 같은 나비 괴수가 동물처럼 움직이게 하고, 각종 특수 병기를 정교하게 작동시키며, 건물의 파괴와 자연 재해를 더욱 실감 나게 연출했다.
고지라(ゴジラ)라는 캐릭터는 더욱 깊은 주제를 탐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고지라 프랜차이즈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지라가 독특한 메타포를 지닌 괴수이기 때문이다.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일본의 트라우마,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가적 죄책감을 상징하는 데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대변인으로서 인류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1956년 도쿄 대공습과 핵 공포를 우화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의 경이로움, 지정학적 위기, 무분별한 소비주의, 일본의 전쟁 범죄, 인류의 환경 파괴, 기술 만능주의 등 다양한 테마로 확장되었다.
고지라가 비극적인 괴물이든, 지구의 수호자이든, 아이들의 역할 모델이든, 괴수왕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 카이주 장르를 완성하고 국제적으로 알려, 여러 세대에 걸쳐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 팬층에는 존 카펜터, 팀 버튼, 마틴 스콜세지, 데즈키 오사무, 구로사와 아키라와 같은 영화계의 전설들도 포함되어 있다.
#20 : 3편 킹콩 대 고지라 (King Kong vs. Godzilla·1962) 혼다 이시로
영화사 토호설립 30주년 기념작이자 최초의 컬러 와이드스크린으로 개봉한 고지라 영화이다. 3편〈킹콩 대 고지라〉는 향후 시리즈의 틀을 재정립하는 소프트 리부트 작품이다. 스토리가 고르지 못하나 액션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인상깊고,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괴수계의 슈퍼스타들을 데려다 싸움을 붙이다니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MCU와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같은 유형의 크로스오버의 초기 사례이다. '미국 괴수 vs 일본 카이주'이자 '동서양의 대결'이라는 빅 이벤트에 천만 관객(1120만 명)이 몰여들었다.
3편이 더 흥미로운 점은 줄거리가 기본적으로 그 자체의 거대한 '자기 패러디'라는 것이다. 가족영화를 표방하며 코미디와 어드벤처를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 고지라 디자인도 포유류에 가까워지고 다른 괴수들과 프로레슬링에 가까운 슬랩스틱 액션을 펼친다. 이때부터 '고지라 VS 상대괴수'의 구도가 정립된다. 전작〈고지라의 역습〉이 별 개연성 없이 고지라와 안기라스가 갑자기 싸웠지만, 이 영화부터 당시 프로레슬링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고지라와 그 상대 괴수가 각각 자신을 어필할 플롯을 바탕으로 관객들이게 캐릭터성을 각인시킨 뒤에 서로가 격돌하는 전개 방식이 정착된다. 이 구도는〈울트라맨〉과 〈가면라이더〉는 물론 후대 〈에반게리온〉, 〈퍼시픽 림〉 등 괴수 배틀물 시나리오의 모범이 된다. 한편 킹콩은 원안이었던 번개를 맞고 강해진다는 설정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염두에 둔 아이디어였다.
3편의 흥행에 고무된 토호는 〈하늘의 대괴수 라돈(1956)〉, 〈모스라(1961)〉 등 단독영화가 있는 괴수들을 하나씩 고지라 시리즈에 편입시킨다. 그렇게 5편〈3대 괴수 지구 최후의 결전〉과 6편〈괴수대전쟁〉을 통해 일종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벤저스나 저스티스 리그 같은 팀업 무비인 9편〈괴수총진격〉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19 : 18편 고지라 VS 킹 기도라 (Godzilla vs. King Ghidorah·1991) 오오모리 카즈키
18편 〈고지라 VS 킹 기도라〉,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개되어 복잡한 인간 드라마나 SF 설정을 벗어나 쇼와 시리즈의 엉뚱함을 따른다. 16년 만에 시리즈로 돌아온 이후쿠베 아키라의 음악이 반가움을 준다. 미래인들이 킹 기도라를 깨워 22세기에 초강대국이 될 일본을 파괴하려는 계획에 맞서, 일본 정부는 1944년으로 돌아가 '고질라사우루스'를 원자 방사선으로 돌연변이시켜 킹 기도라를 막으려한다. 이 작품은 기존 시리즈에서 벗어나 고지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동시에 고지라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킹 기도라의 설정도 '금성에서 온 외계 괴수'에서 벗어나 새롭게 리뉴얼되었다.
미래인들이 고지라를 제거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스토리는 그해 여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2〉를 연상시킨다. 또한 〈백 투 더 퓨처〉의 타임 패러독스, 〈에일리언 시리즈〉의 안드로이드 등 당시 유행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요소들을 차용했다. 즉 원작의 반핵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윤리적 스토리텔링과 당시 인기 있던 할리우드 SF 영화 컨셉의 결합이다. 많은 아이디어를 한 영화에 담아내어 다소 엉뚱하고 과장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타임 패러독스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모스라 대 고지라〉 이후 가장 인간 캐릭터들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으며, 괴수 전투만큼이나 인간의 갈등이 흥미로운 괴수물이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을 다루는 플롯이 엉성한 이유는 타임 패러독스에 빠져서다. 영화는 그 모순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간 쪽 액션은 다소 터무니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손발이 오그라들게 한다. 미군 역할의 연기는 재연 배우 수준이라 코미디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당시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버블경제를 반영한 듯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메카 킹 기도라'가 도심에서 고지라와 벌이는 격전의 클라이맥스는 엉뚱한 스토리를 잊게 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지라 VS 킹 기도라〉는 일본 우익의 논조를 따르는 듯하여 불편한 뒷맛을 남긴다.
#18 : 16편 고지라 (The Return Of Godzilla·1984) 하시모토 코지
프랜차이즈 30주년 기념작은 몬스터버스와 레이와 시리즈에게 거대한 유산을 남겼다. 16편〈고질라 1984〉은 1954년 원작의 직접적인 속편으로 수십년 후 할리우드에서 유행할 리퀄 개념을 제시했다. 일본 전후 세대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공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경각심을 다시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근본적인 갈등은 인류의 현대적, 역사적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할 수 있는 많은 여지를 주었다.
또 냉전의 긴장을 끌어들여 WWE 메인이벤트로 변질되어 버렸던 〈쇼와 시리즈〉가 잃어버린 리얼리즘을 수복하기로 마음먹는다. 고지라라는 더 큰 위협에 직면하여 미타무라 총리(고바야시 케이주)는 미국과 소련이 협력하도록 중재하려고 노력하는 재난물의 성격이 띈다. 인간들이 대책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대응하는 부분은 이후 〈고지라 2014〉와 〈신 고지라〉, 〈고지라 - 1.0〉이 채택함으로써 본작이 덩달아 재평가되었다. 총리 하지만 어색한 편집과 특수효과, 밋밋한 러브 스토리가 아쉽다.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면, 고지라는 먹잇감인 ‘방사능’을 찾아 날뛰는 '살아있는 핵병기'로 정체성을 확립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도 방위 이동요새 '슈퍼 X'는 인류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 G(고지라) 병기'로 처음 등장했다.
#17 : 20편 고지라 vs 메카고지라 (Godzilla vs. Mechagodzilla II·1993) 오카와라 다카오
토호가 수십 년 동안 괴수 리메이크/재활용 전략으로 초장수 프랜차이즈를 경영해 왔다. 21편〈메카고지라 II〉엔 무려 세 마리의 클래식 캐릭터를 다시 소개한다. 쇼와 시리즈로부터 '라돈', '메카고지라', '베이비 고지라'를 소환한다. 흥미롭게도 메카고지라를 악역에서 선역으로 돌아세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UN이 설립한 고지라 대책 센터와 그 휘하 기관인 'G-포스'에서 메카고지라를 개발한다. 23세기에 고지라에게 망가진 '메카 킹 기도라'의 잔해를 회수해서 그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원래 헤이세이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기획되어 메카고지라의 스펙이 막강하다. 레이저 캐논, 메가 버스터, 패럴라이즈 미사일, 쇼크 앵커, 플라스마 그레네이드로 그야말로 고지라와 라돈을 유린한다. 할리우드에서 고질라 영화제작이 지연되면서 급하게 헤이세이 시리즈가 연장됐다. 그 바람에 원안과 달라졌다. 원래의 3단 합체 메카고지라는 예산과 기술적인 문제로 기각되고, 대신에 메카고지라 본체와 비행 '메카 가루다'가 2단으로 합체하는 훨씬 더 단순한 안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고조 아즈사(사노 료코)'과 ‘베이비 고지라’ 간에 교감을 나누는 드라마 파트가 다소 늘어지지만, 괴수에 대한 파토스를 자극한다. 짠하다. '베이비 고지라'는 '마니라'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헤이세이 시리즈 내내 중요한 역할을 담담하고 있다.
#16 : 19편 고지라 대 모스라 (Godzilla vs. Mothra : The Battle For Earth·1992) 오카와라 다카오
원안이 모스라 리부트로 제안되었음에도, 고지라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25년 만에 모스라가 시리즈에 컴백한다. 전작 이상으로 가족 관객을 겨냥한 작품으로 환경보호와 가족애를 테마로 내세웠다. '지구를 파괴하는 인류를 박멸하는 것이 친환경'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안티히어로 괴수 ‘바트라’와 인류를 보호하는 정의의 괴수 '모스라'의 선명한 대립, 광대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클라이맥스가 되는 요코하마에서의 전투 장면은 버블 경제답게 화려하다. 또 시리즈 최초로 해외 로케이션을 벌이고, 〈인디아나 존스〉스타일의 어드벤처를 통해 쇼와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한다.
모스라와 바트라의 대립에 고지라가 약간 겉돈다는 점이 걸리나, 헤이세이 시리즈 중 최고 흥행에 힘입어 모스라는 고지라 시리즈를 벗어나 독자적인 〈헤이세이 모스라 3부작(1996-8)〉을 이끌게 된다. 한편 소니 픽쳐스가 토호로부터 고지라의 판권을 구입해 할리우드에서 제작을 추진하게 된다. 의외로 〈몬스터버스〉에 영향을 끼친 것이 있는데, 바로 고지라가 멘틀 속 마그마를 헤엄친다는 설정이다.
#15 : 11편 고질라 vs. 헤도라 (Godzilla vs. Hedorah·1971) 반노 요시미츠
고지라 캐논 전체에서 괴작으로 꼽히는 〈고질라 vs. 헤도라〉는 당시 이타이이타이 병, 미나마타 병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공해괴수 '헤도라'의 등장은 원작부터 내려온 '핵공포'에서 시리즈가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제작과정은 험난했다. 직전해에 츠부라야 에이지가 사망하면서 특수촬영 스태프가 대거 퇴사하였으며, 예산이 심각하게 삭감되었다. 시눕시스만 잡힌 채, 시나리오 없이 촬영기간은 5주로 제한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나온 11편〈헤도라〉는 주제선정은 좋았는데 연출과 편집이 난해하고,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영상들이 가득하다.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 사이키델릭 록 주제가 〈돌려줘! 태양을〉. 댄스파티에서 보이는 환영, 헤도라의 공격으로 뼈와 살이 녹아 참혹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해괴한 다중분할 편집, 풍자적인 애니메이션, 은하와 성운에 대한 토막상식까지 모아놓은 기묘한 예술 작품이다. 특히 프로듀서 타나카가 잠시 입원한 사이에 촬영한 고지라의 비행장면은 컬트로 남아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