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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01. 2023

더 문*SF의 불모지에서 이룬 성과

《The Moon·2021》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우주에 표류한 이를 구출한다’를 소재는 흔하다. 김용화 감독답게 용서와 구원을 주제로 하여 한국적인 우주 재난극에 도전한다. r감독은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화면을 뽑아낼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직접 문의했다고 한다. “연구자분들이 이런 질문은 재밌어하고 ‘과학적으로도 말이 된다’고 해줬다. 감독의 인터뷰대로 영화의 비주얼, 소품의 디테일은 최고치를 뽑았다. 물론 과학적 오류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밝은 조명을 켠 헬멧은 배우의 얼굴을 돋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어긴 것 같지만 말이다.


“태어나서 인간답게, 내 값어치에 맞는 행동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용서를 해주는 거보다 구하려는 용기가 더 크다는 걸 알려주고, 거기에서 받는 위로가 있다는 사실을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김용화 감독


영화는 위기에 처한 선우(도경수)와 재국(설경구)의 숨겨진 비극적인 사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비티>의 중력이 생의 의지를 회복하는 오브제로 쓰였듯이 《더 문》의 달은 관계회복의 기폭제로 사용됐다. 죄의식과 용서가 중요한 김용화 감독 영화답게 등장인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초반부터 인물 배치가 이상해서 어떻게 풀지가 매우 궁금했다. 후반에 인물의 전사가 밝혀지면서 ‘구원’의 테마가 가슴 찡하게 다가와야 하는데, 설경구, 김희애의 연기와 별개로 그들의 숨겨진 사연이 밝혀질수록 그들 간의 역학관계에 의문을 표하게 한다. 캐릭터의 심정과 행동에 공감할 수 없으니 후반으로 갈수록 적잖은 장면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따분해진다.


예를 들어 도경수가 위기에 처하면 No Signal이 뜨면서 통신이 두절되고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다 끊어졌던 통신이 회복되어 생사가 확인되면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일제히 환호한다. 이것이 무한루프처럼 반복되니 우주에서 유성우가 떨어지건 말건 나중에는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다. 도경수의 고난에 집중하여 긴장감 넘치는 재난극으로 갔어야 했다.


대한민국이 SF의 불모지가 된 이유는?

한국 드라마에 꼭 나오는 상사의 갑질

《더 문》은 놀라울만치 과학적 고증에 집착했다. 덱스터는 할리우드보다 가성비 좋은 CG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하드 SF로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 그럴까?


《더 문》은 과학적 고증에 충실하다지만, 하나의 그럴싸한 세계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저 《더 문》은 기존 한국영화의 흥행공식에 충실할 뿐이다. 영화는 “구하고 싶다. 미치도록 구하고 싶다.”를 열열이 외친다. 눈물샘을 위해 과거의 은원을 용서하는 구원의 테마, 더 나아가 인류애 메시지까지 무리하게 확장하다 보니 영화는 핍진성을 상실했다. 핍진성이란 개연성, 사실성과 달리 그 장르영화 내에서 인물이 그럴법하게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대사는 잘 안 들리고, 전문용어는 낯설기만 하고, 툭하면 NO SIGNAL이 뜬다. 관객입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왜 벌어지는지 모르니까 몰입할 수 없다. 또 달 영화로써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로 열광하기에는 1902년부터 스크린에서 묘사되었다.


방청객 모드로 추임새를 넣은 직원들 

그럼 왜 국내 SF 작품은 핍진성이 결여되었을까? 한국인은 어릴 적부터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답을 구하도록 교육받았다. 국내 뉴스에는 체제에 불응하는 불순한 세력이 사회문제의 주범이라고 보도된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비춰볼 때,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한국인은 항상 정답을 찾도록 세팅되어 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어길시에 뉴스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닐 경우가 더 많다. 이순신은 이순신답게 나라를 구했고, 김구는 김구답게 나라를 구했다. 두 위인은 각자의 방식대로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여러 형식이 있고, 이를 장르라 부른다. SF 장르 내에도 하드 SF, 소프트 SF, 스페이스 오페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밀리터리 SF, 사이버펑크, 스팀펑크, SF 호러, 가상생물학 등 여러 가지 하위 장르로 분화되어 발전해 왔다.


그러므로 흥행공식대로 만든다고, 과학적 자문을 거쳤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비티>처럼 과학적 오류가 있음에도 명작의 반열에 든 반례도 있으니 말이다.


★★ (2.0/5.0)


Good : 할리우드 못지않은 기술력과 프로덕션 디자인

Caution : 국내 최초의 돌비 시네마지만 대사가 잘 안 들림


김용화 감독은 “여타 할리우드 영화나 중국 영화들보다 낫다고는 못하겠지만, 뒤처진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주에 표류된 사람을 구출하는 이야기는 사실 이 3편의 영화(‘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안에서 다 끝난다”면서 “거의 모든 우주 SF를 참고했지만,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4년 전부터는 아예 보질 않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앞선 영화들을 넘어서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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