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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03. 2023

시크릿 인베이젼*쇠퇴한 MCU의 제작역량

《Secret Invasion·2023》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정신적 후속작(spiritual successor)"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중동의 현 상황에 대한 영국·미국의 책임'이라는 리뷰가 올라올 만큼 성숙한 시각의 정치 스릴러를 약속했다. 


어벤저스를 만든 닉 퓨리와 외계 종족 스크럴의 전 수장 탈로스가 지구 곳곳에 침투한 적을 막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이다. 원작 코믹스와는 별개로 존 르 카레, 그레이엄 그린의 첩보 소설을 염두에 둔 냉전 스릴러로 출발한다. 영국 첩보기관 Mi6가 등장하고, 프리타이틀 시퀀스로 007 시리즈에 경의를 표한다. 폭탄테러의 진원지가 러시아이고 제3차 세계대전을 획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면서 퓨리와 ‘그래빅(킹슬리 벤아디르)’의 대립구도를 잡았다. 감독이 아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서부극을 참조했다. 피날레를 1:1 결투로 끝낸 것도 그런 맥락에서 짜였다.


기획은 나쁘지 않지만, 연출과 극본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크게 3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국제정치학적 긴장을 제대로 그리지 않으면서 드라마가 지나치게 어둡다. 작가인 카일 브래드스트릿과 브라이언 터커가 진짜 냉전 스릴러를 염두에 뒀다면, 가상적국으로 중국을 설정했어야 했다. 디즈니가 중국 시장을 포기할 리 없으니 실현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현 지정학적 위기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추가적으로 나름의 개연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둘째, 원작코믹스를 재연할 만한 예산이 부족해 보였다.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스크럴 부대의 기습은 초라했다. 영국 수상, NATO 사무총장, 영국 국방부 장관, 미국 대통령 고문 등을 납치한 핵발전소의 보안은 허접하다. 그 정도 경계태세로는 세계 정보기관들이 이곳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제작비 100만 명의 스크럴이 지구에 잠입해 있으면서 스케일이 너무 적다. 


총제작비가 2억 1160만 달러짜리 드라마치고는 조금 허술해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촬영 지연,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안하더라도 영국정부로부터 4320만 달러를 환급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을 보상되지 않았던가? 배우 출연료와 디에이징 비용에 너무 큰 지출을 한 것 같다. 


셋째, 핍진성에서 모순이 발견된다. 닉 퓨리는 자신이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외계 종족 스크럴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에 분노한 크래빅 장군을 주축으로 한 테러집단을 소탕했다. 아무런 후속대책 없이 우주로 떠났다. 크리 종족이 스크럴 종족과 평화협정을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협상하러 아내와 함께 떠난다. 애초에 스크럴이 지구로 온 까닭이 크리 종족의 침공이었는데 말이다. 또 디즈니 특유의 가족주의 요소가 냉전식 첩보물의 냉혹함을 희석시킨다. 닉 퓨리와 탈로스 모두 가족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 이를 풀어내느라 정작 중요한 요소들은 생략되거나 간략히 축소된다.


이상 세 가지 측면에서 《시크릿 인베이젼》은 첩보물이라기엔 너무나 전개나 설정이 날림이다. 난민 문제라는 정치적 현안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두 초인끼리 서로 CG 펀치를 날리고 광선을 쏘는, 히어로 액션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마블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썬더볼츠〉, 〈아머 워즈〉, 〈어벤저스: 시크릿 워즈〉 등 후속작을 염두에 둔 복선 심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답보상태에, 결말도 성급하게 끝맺음한 것이다. 



그저 떡밥만 뿌리고 차기작에 대한 예고를 할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2시간짜리 제대로 된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편이 더 나았다. 드라마를 시청한 목적이 ‘다음 MCU를 보기 위한 예습’이라는 것은 상업영화답지 않은 자세가 아닐까? 팝콘 무비는 유희 목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 아닐까? 팬으로서 슈퍼히어로 피로감은 이런 연유로 발생하는 것은 아닐는지 우려스럽다.



★☆ (1.5/5.0) 


Good : 사무엘 L. 잭슨, 올리비아 콜먼, 킹슬리 벤아디르의 연기

Caution : 성급하게 끝난 결말, 풀리지 않은 떡밥, 해결되지 못한 갈등


●감독 알리 셀림은 〈제3의 사나이〉, 〈컨버세이션〉, 〈수색자〉,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의 클래식 누아르와 서부극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촬영은 모두 그린 스크린 없이 진행되었다. 워 머신의 납치 시기를 놓고 수많은 논란이 일어났고, 만약 감독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설정 파괴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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