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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03. 2023

원피스*불가능한 실사화 도전기

《ONE PIECE·2023》후기

오다 에이치로 〈원피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년만화다.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의 판매순위를 위협할 정도로 영미권에서 드래곤볼, 나루토, 블리치와 더불어 BIG4로 불리고 있을 정도의 세계적인 인기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현시점에 <진격의 거인>과 함께 투톱을 형성하며 프랑스와 브라질, 대한민국 등에서 인터넷 밈으로 활용될 만큼의 최상위권의 인지도를 자랑한다.1997년에 첫 등장한 소년만화는 현재 1000회가 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2014년 12월 31일, 단일 작가에 의해 가장 많이 발행된 단일 만화 시리즈로서 기네스북에 기재되었다. 5억 2천만부 이상이 판매되어 최다판매량을 경신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1000회를 돌파했고, 극장판 15편, 비디오게임은 56편에 이를 정도로 미디어믹스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원피스의 강점은 액션이 아니다!

노답 루피

넷플릭스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원피스〉을 실사화하면서 원작의 강점에 주목했다.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는 배틀물이면서 액션묘사는 〈나루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키시모토 마사시의 그림체는 오다처럼 복잡하지 않아 액션이 직관적이다. 쿠보 타이토의 〈블리치〉나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에 비교해봐도 격차가 좀 있다. 배틀만화임에도 전투 상황이 선뜻 떠오르지 않고, 길이와 분량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스케일도 크지 않다. 또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수치적인 파워게임이 아닌 관계로 전투 설정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럼 〈원피스〉는 어떻게 인기를 끌었을까?〈원피스〉의 매력은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다. 오다는 캐릭터 드라마의 달인이다. 엑스트라 하나하나까지 과거회상을 통해 상세한 설정을 덧붙인다. 캐릭터 간의 역할분담이 확실하고 복선을 회수하는 솜씨도 장인의 경지에 올라있다. 오다 스스로가 역사와 영화, 음악, 지리 덕후인지라 세계관을 상상하고, 캐릭터를 설계하는 모티브가 명확한 편이며, 이를 개성 있게 변주한다. 


불가능한 실사화 도전기

줄거리는 밀짚모자 일당이 이스트블루에서 결성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메인 플롯을 따라가되 서브플롯에 변화를 많이 줬다.


꿈을 이뤄가는 두 소년

첫째, 원작을 풍성하게 해주는 재해석이 돋보인다. 조로가 대사로 언급했던 Mr.7와의 대결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표지연재로 소개되었던 〈코비와 헤르메포의 분투 일기〉을 실사화한 결정이 현명했다. 루피를 쫓는 가프 중장을 통해 ‘해적 vs 해군’, ‘본인의 꿈 vs 가족의 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비와 밀짚모자 일당이 꿈을 쟁취해가는 모험담은 원작의 정신을 정확히 통찰한 결과다. 


원작에 없는 명장면

둘째, 각색이 경제적이다. 위대한 항로 지도라는 아이템을 두고 해적과 해군, 바로크워크스까지 이해관계가 겹치는 관계로 설정한 것이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동시에 8화구성이라 원작을 전부 담을 수 없기에 클리크 해적단, 쟝고(쿠로네코 해적단), 하찌(아론 해적단)등 자잘한 서브플롯을 생략하고, 아론을 최종보스로 삼아 손실율을 최소화했다. 원작을 있는 그대로 옮기지 않았지만, 원작의 흐름을 훼손하지 않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조로가 미호크에게 패배하고, 나미가 일당을 떠나는 과정은 원작과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는 의미다. 


유쾌한 분위기

셋째, 드라마의 최대 강점은 〈원피스〉를 관통하는 무한한 낙관주의다. 몽키 D. 루피 (이냐키 고도이)는 그 어떤 위기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긍정주의자이기 때문에 귀엽다. 머리로 따져보면 분명 노답이지만 고도이의 활기찬 연기 덕분에 원작처럼 유쾌하다. 고도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루피의 영혼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한다. 그가 연기한 루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확실히 즐겁다. 


롤로노아 조로(아라타 맛켄유)는 캐스팅부터 별 걱정이 안 됐다. 아라타는 원래 액션과 연기가 다 되는 배우였고, 조로다움을 자기식대로 재해석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나미(에밀리 러드)는 아론으로 인한 감정적 후유증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원작에 비해 무뚝뚝하지만, 그녀 혼자 감내해야했던 그간의 상처를 고려해야할 것이다. 


우솝(제이콥 로메로 깁슨)은 예상 밖의 대활약이었다. 우솝의 초창기 모습은 비호감일 수 있는데, 그걸 호감으로 바꾸는 것에서 놀랐다. 우솝은 ‘성장’이라는 원작의 테마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시즌2를 기대케한다. 상디 역의 태즈 스카일러은 촬영당시 SNS에 발차기 연습을 많이 올렸었는데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그밖에 코비(모건 데이비스), 가프 중장(빈센트 리건), 헤르메포(에이든 스콧), 제프(크레이그 페어브래스), 겐조(그랜트 로스)은 원작보다 근사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낙관주의 정서가 지배한다. 대사에 공을 많이 들인 눈치인데, 조로가 병상이 있을 때 일당끼리 나누는 대사라던가 술자리에서 조로와 나미가 나누는 대화가 대표적이다. 

 

우솝과 카야의 커플링
바둑

넷째,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바둑으로 지도하는 모습이라거나 우솝과 카야의 커플링을 확정짓는 장면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또 공포영화를 오마주한 부분도 신선했다. 버기는 그것의 페니와이즈를 연상시키고, 서커스 장면은 17~18세기 프릭쇼를 떠올리게 한다. 크로의 스피드 연출은 점프 스케어를 부분적으로 가미했고, 고양이 발톱은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를 연상시킨다. 벽면의 카야를 향해 발톱으로 찌르는 장면은 오마주다. 


총평> 원작의 판타지 요소를 고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모든 코믹스 실사화가 겪는 진통이지만, 솔직히 오글거릴 수 있다고 본다. 분장(특히 염색)과 의상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지만, 프로덕션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쉘즈 타운, 시롭 마을, 로그 타운, 발라티에와 같은 장소들은 풍부한 디테일로 생생하게 구현되어 있어 초심자라면 이 세계를 보고 감탄할 것이고, 원작 팬이라면 실사로 만나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 드라마는 오다 특유의 신파 드라마와 일본식 개그가 사실주의의 물리적 제약에 부딪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액션 시퀀스는 코믹 챔프나 애니메이션의 생생함에 미치지 못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실사화에 성공했다. 


안습의 붉은 머리 해적단

과연 넷플릭스가 〈원피스〉를 장기 연재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시즌 2는 알라바스타를 다룬다하더라도 시즌 4쯤에는 ‘스릴러바크’일 텐데 그때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싶다. 고잉 메리 호 등 배를 건조하고, 거대한 세트를 짓고, CG로 보정하는 제작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으려면 시즌2, 시즌3의 성공이 절실하다. 부디 시즌1의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더 나아지기를 희망해본다.


★★★☆ (3.5/5.0)


Good :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실사화에 성공적

Caution : 시즌2에서는 액션에 신경을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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