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7 Boston·2023 》영화 후기
《1947 보스톤》은 손기정(하정우) 감독의 지도하에 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신기록으로 우승한 서윤복(임시완) 선수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광복이 되었건만, 대한민국은 가난했다. 미군정은 국내 사정에 어두웠고, 일제가 남긴 잔재를 청산하기도 벅찼고, 혼란이 계속됐다.
11년 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월계수 화분으로 유니폼의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손기정은 삶의 의욕을 잃어갔다. 남승룡(배기성)은 유망주를 키워서 국제대회에 출전하자고 설득한다. 두 사람은 서윤복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면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험난했다. 서윤복과 손기정의 갈등과 화합, 그리고 난민국으로 분류돼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한국인으로서 벅찬 감동을 받게 된다.
영화는 두 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실존인물을 다루고 있다. 손기정은 나라 잃은 애환을, 서윤복은 약소국의 설움을 각각 담당하며 언더독이 승리하는 공식에 충실하다. 특히 손기정 캐릭터는 꼼꼼히 그려졌으나 서윤복은 어릴 적부터 고생을 많이 한 것 외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역할로 고정됐다. 임시완이 클라이맥스에서의 보여준 투혼은 극장을 나서면서 계속 임시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임팩트가 컸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뿐이다. 임시완은 조연에 가깝고, 대부분의 러닝 타임은 하정우와 배성우가 주도한다. 두 배우는 ‘자네’ ‘~구먼’ 같은 미군정 당시 썼을 법한 예스러운 말투의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 받는다. 왜냐하면 배우 원래의 현대어와 말투(톤), 뉘앙스를 쓰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해방정국에 살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극본과 연기의 괴리가 두드러진다.
하정우는 언젠가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이 매번 하던 연기를 반복하고 있다. 배성우는 넉살 좋은 캐릭터를 너무 담백하게 처리한다. 불편한 개인사와 별개로 이런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대사를 할 때마나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화는 스포츠 드라마 그 이상의 야심을 표출한다. 한 인간의 역경을 종종 역사의 아픔과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부풀린다. '다시는 조선을 무시하지 마라'라고 외국 배우에게 일갈하는 장면, 양변기를 몰라 당황하는 개그 장면은 보기 민망했다. 전 국민적인 응원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마라톤 경기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서윤복과 어머니의 회상장면로 넘어가는 편집이 수시로 펼쳐져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다. 마라톤 레이스는 쇼츠 영상처럼 짧고 국뽕과 신파에 크게 의존하는 느낌을 받았다.
애국심 마케팅이 반갑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뽕영화가 흥하려면 나라가 잘 나가야 한다. 미국이 소련을 무너뜨렸을 때 성조기가 수시로 휘날리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디펜던스 데이>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개봉시기를 잘못 잡았다.
★★☆ (2.5/5.0)
Good : 런복동은 너무 나갔다. 임시완은 빛났다.
Caution : 국뽕도 나라가 잘되야
■임시완은 역할을 위해 혹독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체지방 6%대로 감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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