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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9. 2023

비공식작전*정치가 희석된 정치 스릴러

《Unofficial Operation·2022》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외무고시에 합격했지만, 서울대 출신 성골이 아니라 중동 담당 외교관으로 전전하는 ‘민준(하정우)’는 흙수저이지만 올곧은 심성을 가진 소시민 공무원이다. 성골 라인에 속하지 못한 6두품의 설움을 풀기 위해 자진해서 레바논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정된 택시가 아닌 다른 ‘판수(주지훈)’의 택시를 타게 되면서 버디 무비가 출발한다.


정치가 희석된 무색무취의 정치스릴러

《비공식작전》은 1986-7년에 발생한 도재승 외교관 피랍사건을 다루고 있다. 21개월에 송환된 것만 제외하면 두 주인공의 만남, 모험, 구출과정과 탈출 경로, 관계의 성장 등은 전부 허구다. 다시 말해 도재승 피랍사건에 거창한 액션도, 정겨운 브로맨스, 극적인 협상과정은 없다. 허구적으로 오락성을 부여하려다 보니까 이야기 구조와 전개에서 비슷한 상황의 추격전이 반복된다. 상대만 베이루트 갱단이냐 공항경비대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빌런 역시 평면적이라 감독이 아무리 서스펜스 연출에 능하다 해도 긴장감이 쉽게 생성되지 않았다. 《비공식작전》의 해외 로케이션은 그저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 오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노고를 폄하하자는 뜻이 아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종교·인종·사회적 갈등 상황을 설명했다면 좀 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해외에서 고생하면 찍은 보람이 더 배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성훈 감독은 전작 <터널>처럼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반영하지 않았다. 정치 스릴러에서 '정치'가 희석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좀 민감하기 때문이다. 5공 당시 실세였던 안전기획부는 대북 이슈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안기부에 밀려나 뒷방신세인 외교부는 자국민 보호에 무심했던 관행을 깬다. 88 올림픽 준비로 해외 정세에 곤두서있던 청와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작전을 입안했을 뿐이다.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하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비공식작전》이 내세우는 동포애와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주제가 얼마나 공허한지 제작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비중을 줄이고 시종일관 제5공화국의 정세와 거리를 두고 쿨하게 진행했던 것이다. 유머도 넣고 브로맨스에 의존하며 막판에 짧게 삽입하며 마무리한 것이다. 막판에 영화의 분위기(톤)가 깨질 것을 각오하고 정치 스릴러니까 의무적으로 당시 정국 상황을 간략히 브리핑한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한국영화답지 않게 한눈팔지 않고 인질구출 소재에만 집중한 플롯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버디(브로맨스)에 힘을 쏟으며 <끝까지 간다>처럼 서스펜스에 집중하지 못했다. 두 주인공은 끝없이 위기 상황에 처하지만, 유머 타율은 낮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판수와 민준이 엮일 당위성이 없어 보인다. 판수의 역할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주지훈 특유의 건들건들 연기로 버티다가 클라이맥스에 급격히 무너진다. 또 민준은 6두품의 설움과 소시민의 인생역전 외에 캐릭터를 해석할 여지가 좁아서 하정우의 개인기로 버틴다. 이러니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그 자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구조의 순간, 생사고락을 함께 한 판수보다 민준이 구출한 선배와 재회할 때의 케미가 돈독해 보였다. 그 장면에서 한국영화 특유의 뭉클함이 좋았다.


한국영화끼리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비공식작전》은 브로맨스, 흙수저의 설움, 신분상승, 재난과 국뽕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그것이 천만영화를 양산한 검증된 흥행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제작한 자사영화를 계열사인 멀티플렉스로 밀어붙이는 전략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관객의 수준을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올라갔고, 게임·K-POP·웹툰·OTT와의 콘텐츠 경쟁에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담보되지 않는다. 동시대에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1>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라도 있느냐 말이다. 해외에서의 탈출이라는 소재에서 <모가디슈>에 비해 뒤쳐졌고, 임무를 수행하려는 주인공과 이를 뒷받침하는 현지 한국인 구도는 <교섭>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또 영화가 내세우는 카체이스와 해외 로케이션 역시 우리와 가까운 홍콩영화는 1970년대부터 시도해 왔다. 《비공식작전》은 후발주자로서 너무 안일하게 콘텐츠 전장에 나섰다고 밖에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 (2.5/5.0)


Good : 허허실실 부담 없는 버디 무비

Caution : 정치가 희석된 무색무취의 정치스릴러


1986년, 1월 31일 금요일 오전 8시 10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재승(都在承·당시 44세) 2등 서기관이 탄 푸조 승용차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대사관 앞에 다다랐다. 갑자기 연녹색 벤츠 승용차가 차 앞을 막아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벤츠 문이 열리고 검은색 복면을 쓴 괴한 네 명에게 피랍됐다.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쟁혁명 세포’라고 신원을 밝힌 한 단체가 서기관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락 창구는 물론 정체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인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던 답답한 8개월 만에 협상을 위한 접선책을 만났다. 예상했던 대로 요구조건은 '돈'이었다. 지루한 협상 끝에 도 서기관이 풀려난 것은 납치된 지 1년 9개월 만인 1987년 10월이었다.


1998년 1월 신동아에서 흥미로운 비화를 소개했다. 전두환 정권이 도 서기관의 몸값으로 약속한 절반의 돈은 내놓지 않고 떼먹었다는 것이다. 일이 풀려 간다는 생각이 들자 한국 정부는 도 서기관이 풀려나기도 전에 돈 내놓기를 중단했고 중간에서 ‘선금’을 전달한 유럽인들만 돈을 떼였다는 것이다. 이 비화는 교섭 과정에 참가한 한 미국인의 증언으로 알려졌다.

[책갈피 속의 오늘]1986년 도재승 서기관 레바논서 피랍|동아일보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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