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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25. 2018

PMC: 더벙커(2018) 리뷰_극한 생존게임

《PMC: 더벙커 (Take Point, 2018)》후기

2018-12-26 브런치 3th 감사합니다^^

《PMC: 더벙커 (Take Point, 2018)》후기·리뷰 _극한 생존게임

하정우, 이선균 주연의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2013)]의 김병우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선 고층 빌딩 스튜디오에 묶였다면, [PMC: 더 벙커]는 지하 30M에 갇혔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한정된 공간에 갇혔다. 여기다 FRS게임 액션을 더해 '[더 테러 라이브] 혹은 [터널]의 밀리터리 버전'같다. 


김 감독은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고, 액션 신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길 바랐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블랙 리저드 팀은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헬멧에 달린 1인칭 시점(POV) 카메라와 드론 카메라로 촬영해 현장감을 살렸다. 4DX 등 체험형 극장가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듯 시도 자체는 좋다. 


한편,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를 선보인 후 작품을 돌아보며 느낀 건 캐릭터 강화였다, 극에 녹인 팀원 개개인의 사연, 에이헵 아내의 출산, 에이헵과 닥터 윤지의와의 동료애 등은 인간의 본질과 사람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한다.'라고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그럼 자세히 살펴보자.


1. PMC(Private Military Company)란?


[PMC: 더 벙커]은 한국에도 10여 개 업체가 있는 민간 군사기업인 PMC(Private Military Company)에 대한 이야기다. 강대국의 정치놀음에 놀아나는 한반도 정세를 그리며, 희대의 테러범에서 세계 평화를 구한 영웅이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언뜻 [강철비] 등이 떠오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 실험적이다.  '서든어택'과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을 그래도 스크린에 옮겨 담은 듯한 화면 구성은 마치 콜 오브 튜티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작전 브리핑이 시작되고, 2024년. 북핵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다.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핵 폐기가 지지부진하자 재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은 단숨에 북핵문제를 해결해 역세인 선거에서 당선을 꾀한다.  북측 요인을 납치하고, 그 결과 북한의 선제공격을 유도하고, 미국도 보복에 나서서 말끔히 북핵시설을 정리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감독이 "영화의 시선이 '에이헵'이라는 인물 한 명에만 머무는 특이한 설정이 있다, 즉, 관객들이 게임을 하듯이 에이헵 옆에서 함께 호흡하길 원했다"라고 밝혔듯이 영화는 하정우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에이헵(하정우)은 한국 특전사 출신이지만, 사고로 다리를 다친 뒤, 블랙 리저드의 캡틴으로 재직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CIA가 제시한 거액 프로젝트를 얼른 끝내고,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날 아기를 보러 갈 생각뿐이다. 이 작전을 에이헵(하정우)이 이끄는 민간 군사기업 블랙 리저드 팀에게 맡긴다. 원래 민간 군사기업은 전쟁을 아웃 소싱한 게 아닌가? 군대를 파견하면 징병된 자국민이 희생되면 국민여론이 악화되니까 돈 주고 산 용병들에게 위험한 작전을 의뢰하는 것이다. 


한편, 판문점 지하 30M에 위치한 비밀 벙커에서 약속된 타깃이 아닌 뜻밖의 인물, 북한 '킹'이 나타났다. 아시아 최고의 현상금이 걸린 킹을 잡기 위해 에이헵은 CIA에 설득해 작전을 변경, 12인의 크루들과 함께 킹을 납치한다. 그와 동시에 블랙리저드팀은 중국 측 군사기업의 기습과 CIA의 폭격으로 함정에 빠진다. 중국은 미국의 작전을 역이용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킹을 제거하고 북한을 접수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미국 대통령은 상황이 꼬이자, 아예 벙커를 폭격해 관련된 관련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고 한다. 


그런데 교전 중에 킹까지 피격당한다. 부상당한 킹을 돌봐야 하는 에이홉은 액션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 CIA와 블랙 리저드 대원들, 윤지의(이선균)와의 소통을 담담하는 컨트롤 타워로 기능한다. 초반에 그는 판단력과 리더십이 있는 인물로 소개되지만, 그가 생존을 위해 내리는 결정들은 이와는 무관하다. 또,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하정우의 영어 연기는 발음은 차치하고, 감정선이 자연스럽지 않다


부상당한 킹을 치료하기 위해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청한다. "북한", "남조선"이라고 부르던 두 사람은 뭉친다. 이는 '미국과 소련, 중국의 대리전'이였던 6·25전쟁에 빗대어 '한민족의 화합'을 상징한다. 그러나, 한때 대한민국에서 살았던 에이홉(하정우)이 남한을 상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도자를 잃은 북한에 윤지의(이선균)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대리할 수 있는가? 美·中의 횡포에 맞써 남북 화합을 상징하는 두인물 간의 교감은 허술하다. 감독은 에이홉의 과거사를 매개로 내세우지만, 목적에만 충실한 신파적인 연출이 아쉽다. 


원래 민간 군사기업(PMC) 자체가 원래 강대국들이 식민지 경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영화의 주제가 연대와 공존이라는 점에서 감독은 '민족자결주의'를 말하고 싶은 듯싶다. 그러나, 다분히 할리우드 영화처럼 영어 대사와 외국인 배우, 총격 액션까지 동원했음에도  결론은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건 얼핏 모순처럼도 느껴졌다. 


그리고, 윤지의 로 분한 이선균이 하는 문화어(북한 표준어) 발성과 억양 모두 나쁘다. 전반적으로 대사가 총성과 같이 사운드 편집이 되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대사 전달이 부자연스러운 데다 액션은 죄다 나머지 외국 배우들이 담당한다.



2. FPS 게임 같은 액션

[PMC: 더 벙커]는 '에이헵'이란 이름마저 그대로 가져올만큼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강대국의 음모 속에서 펼쳐지는 군사작전도 그렇다. 그 플레이 화면을 스크린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통신이 차단된 DMZ 지하 30m 비밀벙커에 갇힌 인물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탈출하는지를 마치 게임처럼 설계했다. '최종 탈출'이라는 목표 아래 점점 더 어려워지는 단계별 구조다. '1인칭 슈팅 게임(First Person Shooter, 이하 FPS) 같은 카메라 앵글, 각 스테이지별로 갈등을 강요받는 상황, 귀를 찢을 듯한 음향과 음악이 선택의 순간마다 조용해지는 전개가 쭈욱 이어진다. 아마 서든어택, AVA, 오버워치 등등 FPS 장르 게임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매우 좋아할 듯싶다. 


블랙 리저드 크루들의 헬멧에 POV(1인칭 시점) 캠을 장착, 스크린에 중계되는 대원들의 시점을 보여주면서 

마치 액션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드론으로 촬영된 벙커 공간도 독특하고 생소한 느낌을 준다.


[하드코어 헨리 (2013)] 만큼 어지럽다, 초반부부터 핸드헬드 기법(카메라를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메고 촬영해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구현되는 촬영 기법)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총격이 시작되면 쉴 새 없이 흔들리고, 과격한 총성과 어우러져 밀폐된 벙커가 주는 폐쇄공포증을 더 극대화한다.



다만, FPS를 즐기는 게이머들도 당황할 구석이 제법 있다. 첫째, 하정우, 이선균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구분이 안 간다. 심지어 '전투 액션'이라면서 피아식별조차 어렵다.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안되니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이렇게 된 데에는, [더 테러 라이브] 같은 '재난극같이 연출하는데, 영화는 밀리터리 물처럼 보이려는데서 발생한다. [론 서바이버(2013)]정도의 경지에 오르고 싶다면, 전술적 움직임을 그려줘야 하는데 이게 부족한 데다 똑바로 비춰주지 않는다. 군사적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니 계속 게임하는 기분만 든다. 


둘째, 액션을 하기 위한 명분이 충분한데, 감독은 정치외교적 고립을 강화시킨다. 재선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려고 개입하는 CIA의 공작,  美·中간의 이권다툼, 백악관과 CIA 직원들 간의 불협화음까지 줄줄이 추가된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지러운 총격전 중간중간 대사로만 전달한다. 누가 기획한 건지? 누가 배신한 건지? 누가 작전을 중지시킨 건지 집중해서 봐도 잘 파악이 안 된다. 게다가 극 중 대사 80%가량이 영어다.

 

셋째, 게임이건 액션이건 재난극이건 주인공이 난관을 타개해나가야 한다. 그럼 고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주인공이 레벨 업해서 최종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감독은 계속 상황과 조건을 반전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게임 스테이지처럼 위기를 난이도 단계별로 구성하고 싶었겠지만, 음모가 난무하고, 배신과 배반이 밥먹듯이 벌어지니 과연 누가 책략을 꾸민 건지, 누가 작전을 취소시켰는지 세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빠르게 훑어가 버린다. 그런데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기 위해서 또 상황을 뒤엎고, 또 음모와 배신을 뿌려대니 중반부를 넘어서고부터는 관객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버렸다. 후반부 감성 드라마를 집어넣은 게 감독의 고육지책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상 정리해보면, 소재, 카메라 앵글, 사운드 모두 낯설고 생경하다. 이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잦은 작전 변경, 지나치게 빠른 화면 전환, 굉음, 정신없이 펼쳐지는 전개 때문이다. 계속된 위기가 닥치지만, 관객들은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벅차다.



3. 결론 


아마 제작진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한국영화다."라는 한마디가 듣고 싶었겠죠. 국내에서 보기 힘든 '촬영기법'만큼은 그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2.0/5.0) 


Good : '국내 한정' 촬영기법의 신기원 

Caution : 전체적으로 과한 느낌, 특히, 고막을 뚫을 듯한 사운드!!!


●영어 번역은 황석희 번역가가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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