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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1. 2019

미래의 미라이_일상을 다루는 호소다 마모루의 진화

Mirai (2018) Review

[시놉시스] 카나가와 현 요코하마 근처의 살고 있는 4살 쿤짱은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 가자, 처음 겪은 경험에 당황한다. 그러던 중 미래에서 온 미라이짱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4살 소년(!) ‘쿤’,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를 만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윳코’,

너무너무 좋아하는 기차 장난감들이 있는 나만을 위한 놀이방과 작은 정원.

세상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네 살 ‘쿤’에게, 첫눈이 오던 날 동생 ‘미라이’가 찾아온다!

여동생과의 첫 만남, 신비로운 순간도 잠시…


부모님의 관심은 온통 ‘미라이’에게 향하고, ‘쿤’은 인생 최초 위기감(!)과 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쿤’에게 미래에서 온 소녀 ‘미라이’가 찾아오게 되는데!

‘쿤’의 작은 정원에서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미래의 미라이 (Mirai, 2018)》후기·리뷰_일상을 다루는 호소다 마모루의 진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로 한국에서 사랑받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신작은 칸 영화제 초청 겸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각본가 오쿠데라 사토코(奥寺佐渡子)와 결별하고서 본작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 스태프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그래서일까?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 같이 비일상적 상황에서 일상을 다루는 게 아니라 반대로 [미래의 미라이]는 평범한 4인 가족 즉, 일상적인 세계관에서 비일상을 다루는 색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4살 배기 남자아이 쿤은 여동생 미라이가 태어난 후 갈등을 겪게 된다. 부모님은 미라이만 좋아하고, 오빠로서 동생을 사랑해줘라고 타이르지만,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여동생이 독차자지하자 질투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정원에서 '미래에서 온 여동생'을 만나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이번 [미래의 미라이]에서는 넓은 공간을 활용했던 지난 전작들과 다르다. 어린 소년 쿤에게는 유치원과 집안이 온 세상이라는 감독의 인터뷰처럼 아이의 시선에서 한정된 공간이 매일 새롭게 탈바꿈한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변주한 듯한 타입슬립이 펼쳐지게 된다. 어릴 적 말썽꾸러기였던 어머니를 만나거나 '전쟁영웅'이던 증조할아버지를 만난다. 시간영행을 통해서 쿤은 타인과 관계맺는 법을 배운다. 남매간의 견해 차이를 조정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2가지 시사점을 갖고 있다. 


첫째, 형제자매는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이자 '경쟁자'라는 사실이다. [토르], [블랙 팬서], [아쿠아맨]을 보시라! 영웅과 그에 대적하는 악당은 형제관계이다. 부모의 관심이건, 왕권이건, 정의를 수호하건 간에 말이다.

둘째, ‘아빠도 아빠는 처음이니까’라는 대사처럼 아이처럼 부모도 성장한다.  부모도 사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역할'이라는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이를 키워보면서 부모 자신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고, 자식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핏줄'이라고 해서 곧장 '가족'이 되지 않는다.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부부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쑥쑥 하늘을 향해 치솟은 (정원의) 나무는 이런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면서 유대감을 형성됨을 상징한다. 여기서, 아버지가 '건축가'인 이유는 뭘까? 개방된 집 구조는 '소통'을 의미하고, 계단은 '가족 전체의 성장'을 은유하고 있다.


성장드라마를 위한 이런 장치들이 아버지와 어머니, 쿤과 어머니, 쿤과 미라이 사이의 갈등을 해소시키며 감동을 안겨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절대 천사들이 아니다. 티끌없이 순수하기 때문에 더 본능에 충실하고, 욕망에 쉽게 굴종한다. 그렇기에 어릴수록 '인성교육'이라 불리는 절제와 인내, 윤리, 내적 도덕률을 배워야한다. [미래의 미라이]는 '타임슬립'을 통해 이런 사회화 과정을 절제된 화법으로 우리들의 보잘것없는 일상에서 그려냈다. 이런 일상적인 면모는 기존 호소다 마모루 특유의 금기에 도전하는 자세는 퇴색되었다고도 볼 수 있고, 주인공 쿤짱을 연기한 카미시라이시 모카가 좀 어울리지 않아 몰입이 힘들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점은 옴니버스 형식처럼 에피소드를 나열한 것이다. 마치 단편들을 하나로 묶어놓아 호불호를 낳을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게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호소다를 포함한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지브리)가 애용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제한적으로 쓰였다는 점과, 호소다 자신이 애용하던 케모노(수인) 요소를 매우 절제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2.9/5.0) 


Good : 부모, 형제, 자식은 함께 성장한다.

Caution :  기존 호소다 마모루스런 면모는 줄어들었다.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의 4살 아들이 갓 태어난 여동생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다"라며, 실제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모티브를 얻어서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 쿤은 '~군'이라는 일본식 호칭을 썼고,  미라이와 강아지 윳코는 실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딸과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미라이 즉, 미래라고 이름 짓은 건, 아기에게 앞으로의 길잡이가 되라는 의미로 붙여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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