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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3. 2019

말모이 REVIEW_진심은 통한다

MAL·MO·E: The Secret Mission, 2019

[줄거리]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있다. 말이 있는 곳에 뜻이 있으며, 곧 독립의 길이 있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김판수(유해진).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류정환(윤계상)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 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관람가이드] 조선어학회 사건이란? 

1940년 10월 있었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담았다. 1921년 한글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한국 최초의 민간 학술단체인 '조선어연구회'를 모체로 한 이 단체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도 우리 언어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일제는 1943년 4월까지 총 33인의 한글학자들을 체포하였다. 그 결과 학자 대부분이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거나 모진 고문 등을 당한 끝에 이 중 16인은 치안유지법에 근거하여 '내란죄'를 죄명 삼아 함흥형무소로 수감시켰고 12명은 기소유예 처리를 받았다. 그중 한글학자였던 이윤재, 한징은 형무소 수감 중 옥사(獄死)하였으나 해방되면서 남은 학자들은 모두 석방되었다. 1957년에 사전이 완성된다. 급식체, 비속어, 외래어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말모이’란 한글 사전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말모이 (MAL·MO·E: The Secret Mission, 2019)》후기·리뷰_진심은 통한다.  

영화 [말모이]는 '택시운전사'의 각본가 엄유나가 메가폰을 직접 잡았다. 문맹에다 전과자 출신 외부인이 조선어학회에 입회하면서 깐깐해 보이는 지식인 내부자와 대립하면서 성장하는 구도는 잘 잡았다. 원래 잘 만들어진 캐릭터만 잘 던져놔도 속편까지 쭉쭉 뽑아낼 수 있다. 즉, 캐릭터를 잘 구축하면, 원래 영화는 저절로 굴러간다. 각본가답게 각본은 괜찮지만, 판수와 정환의 소매치기 에피소드부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이 소진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캐릭터 구도는 잘 잡았지만, 디테일이 아쉽다. 그리고 연출도 아무래도 신인감독 티가 난다. 이 2가지 원인이 결합하자 '어설픔'과 '기시감'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왜 디테일이 사라졌을까? 


일단 소재가 가진 한계가 있다. 사건에 연루된 33인 전부를 다룰 수 없다. 비좁아진 구성 속에 눈물과 웃음을 넣고자 하니 사건은 축소되고, 인물들은 기능적으로 다뤄진다. 다시 말해서,  33인 투옥 사건을 장르적 재미를 주려고 하니까 오히려 다수의 인물들을 생략하는 우를 저질렀다. 전작 [택시 운전사]처럼 외부인의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루려는 의도는 좋지만, 외부인이 그 현장에 들어가서 활약하는데 시간을 낭비했는데, 차라리 내부자의 시선으로 곧장 진입하는 게 나아 보인다. 또한, 예산 탓인지 장소와 음향에서 전혀 3차 교육령이 내려진 '경성'이라는 실재감이 들지 않는다. 레트로 하다고 포장하지만, 시청각적으로 공간감이 떨어진다. 특히 긴박해야 할 추격전조차 전혀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 이는 편집상 미스 같지만


영화의 빈틈은 유해진이 메운다.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이야기의 화자로써 고뇌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뻔한 대사마저도 유해진이 하면 재치 있게 들린다. 반면, 윤계상은 [범죄도시] 스타일을 반복하는 데, 이는 캐릭터 이해가 미흡해 보였다.  


배우들의 열연과 시의적절한 소재에 비해 엄유나 감독의 예산상 한계를 타개하지 못한다.  음악으로 이야기하면 박치처럼 편집에서 서툰 구석을 노출한다. 그래도 우리 역사를 진지하게 다루려는 감독의 진정성은 느껴진다. 윤계상과 유해진이 갈등 봉합하고나서부터는, 올곧이 영화 주제인 '소중한 우리말'을 부각하려 노력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투박하지만, '조선어학회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감동적으로 전달한 [말모이] 소개를 이만 끝마칩니다. 



★★☆  (2.5/5.0) 


Good : 본격 유해진의 하드 캐리!  

Caution : 어설픔과 기시감 Combo


●총 제작비가 110억이라네요. 그리고 유해진과 윤계상은 [소수의견, 2015]에서 호흡을 맞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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