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및 형사영화 (3)
〈범죄도시〉, 〈베테랑〉, 〈인히어런트 바이스〉, 〈백주의 악마〉, 〈도망자〉, 〈아메리칸 갱스터〉, 〈미스틱 리버〉, 〈미션〉, 〈인사이드 맨>, 〈도화선〉, 〈살파랑〉, 〈악의 손길〉, 〈셔터 아일랜드〉, 〈과거로부터〉, 〈집법선봉>, 〈더 가든〉, 〈네고시에이터〉, 〈스피드〉, 〈이스턴 프라미스〉, 〈현기증〉, 〈나일강 살인사건〉, 〈대호출격〉, 〈레드 히트〉, 〈가라, 아이야, 가라>, 〈고독한 영혼〉, 〈위커맨〉, 〈키스 키스 뱅뱅〉,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셜록 홈즈〉, 〈폴리스 아카데미〉. 〈감시자들〉, 〈자칼의 날〉, 〈와일드 키드〉, 〈아메리칸 갱스터〉, 〈5명의 명탐정〉, 〈에놀라 홈즈〉, 〈칩과 데일: 다람쥐 구조대〉, 〈마이애미 바이스〉,〈언터쳐블〉, 〈LA 컨피덴셜〉, 〈더 히트〉, 〈세븐 업 수사대〉, 〈스트리트 킹〉, 〈코 끝에 걸린 사나이〉, ,〈모래그릇〉, 〈기아해협〉 등은 지면 관계상 타 TOP 100 명단과 중복되어서 해당 명단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편집상
<무간도>를 리메이크하면서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윈터 힐 갱단을 느슨하게 추정한다. 아일랜드계 마피아 두목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이 FBI에 심은 스파이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과 코스텔로의 조직에 잠입하려는 위장 요원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삶을 따라간다. 두 명의 스파이는 진짜 신분과 정반대의 직업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조직원으로서 살아야 하는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결국 당국이 승리하지만 두 첩자는 모두 소모품인 것으로 밝혀진다.
삼합회와 홍콩 경찰이 각각 스파이를 상대 조직에 침투시킨다. 〈무간도〉는 홍콩 누아르에서 등장하던 과장된 비장미나 우아한 총격전이 없다. 불신과 의심 때문에 무간지옥에 허우적대는 고독한 영혼들만 있을 뿐이다. ‘진영인(양조위)’은 그저 평범한 경찰이 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었으나 그 바람은 쉬이 이뤄지지 않는다.
버디 캅 코미디의 끝판왕, 전편에서 성공적이었던 모든 것을 채집해 캐릭터 상호작용, 통쾌한 액션, 큰 웃음의 삼위일체를 이룬다. 시리즈 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인 외교 면책 특권 뒤에 숨어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총영사 ‘아르젠 러드(조스 애클런드)‘을 소개한다. 또한 릭스도 몰랐던 빅토리아 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도 풀어나가며 악당과의 적대관계를 분명히 한다. 한편, 릭스와 머터프 콤비와 투탁거리며,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돈세탁업자 ’리오 겟츠(조 페시)‘은 시리즈 최고의 감초로 맹활약한다.
40 계단 살인 장면, 탄광촌 추격 장면과 빗속의 결투 등 모든 장면마다 소품, 조명과 음악 하나에도 치밀한 계산과 구성으로 완벽한 화면을 추구했다. 감독은 3개월 이상 경찰서에서 살다시피 했고 그렇게 얻은 리얼리즘은 스타일 과잉 혹은 전형적인 서사라는 약점을 보완한다.
이 작품의 유산은 박중훈이 연기한 우형사 캐릭터에 있다. 한국 형사영화는 항상 봉건적 영웅과 근대적 영웅이 짝패를 이루는 버디 장르가 많다. 그러나 관객의 눈길은 봉건적 영웅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과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는 전혀 쿨하지 않은 봉건적 정서의 소유자다. 용의자에게 거침없이 분노를 폭발하여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직관과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비과학적인 수사태도에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영국은 의외로 경찰영화의 후진국이다. 에드가 라이트는 이점을 어여삐 여겨 할리우드 버디 캅 코미디를 인용하며 농담거리로 삼아 지극히 영국적인 경찰영화를 제작한다. 외지인과 토박이,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구도를 통해 영국식 계급사회의 보수성을 꼬집는다. 공익을 내세우며, 공익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폭력적으로 내면화한 질서로 이끌어가는 면을 비판한다.
클리셰를 창조한 영화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대실 해밋의 <말타의 매>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모두 하드보일드 소설을 대표한다. 이를 원작으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살인 미스터리, 필름 누아르, 네오 누아르의 토대를 마련한다.
음모와 허무로 가득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어둠과 욕망의 영화로 옮겨 놓은 것은 존 휴스턴이나 하워드 혹스의 뛰어난 각색과 연출 덕분이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에서 사립탐정 역할을 맡은 험프리 보가트로 인해 영화 주인공들은 영웅주의에서 벗어나 비윤리적인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단숨에 빔 벤더스와 존 밀리어스, 로만 폴란스키와 오우삼, 쿠엔틴 타란티노의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고독한 영혼>은 낭만적이면서도 저주가 따라다니는 분위기를 지닌 독특한 누아르이며, 험프리 보가트와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각자 자기 경력에서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할리우드에 관한 가장 통찰력 있는 영화 중 하나라는 점이다. 연인을 둘러싼 도덕적 모호함의 안개가 마지막 반전이 일어날 때까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댄 치엘로(트리트 윌리엄스)는 판사에게 '도시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마약 특별수사대(SIU) 원이다. 대니에게 파트너는 가족과도 같고, 파트너를 배신하는 것은 자신을 있게 한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다. 부패척결을 외치는 연방검사는 그의 신조를 유린한다. 뉴욕경찰 로버트 루시의 실화를 다룬 로버트 데일리의 동명 소설을 여성 작가 제이 프레슨 앨런이 경제적으로 각색했다.
시드니 루멧은 변화를 만들려는 개인의 의지 또는 적어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에 대항하는 개인의 용기를 짓밟는 복잡다단한 제도를 파헤치며 경력을 쌓았다. 뉴욕 경찰청에 만연한 부정부패 시스템에 대항하는 내부고발자의 정신적, 도덕적 대가를 추적한다. 영화는 마약단속국(DEA)의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포함시킬 정도로 훌륭하다.
<라스트 제다이>의 후폭풍에 시달리던 라이언 존슨에게 이 소품 같은 영화는 하나의 현상을 일으켰다. 관객은 누군가가 복고풍 추리물을 되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존슨이 바로 그 역할을 해냈다. 존슨의 첫 영화 <브릭>이 교외의 고등학교 배경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였으니 본류로 돌아온 셈이다.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부유한 소설가가 갑자기 죽고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는 기본적인 줄거리지만, 존슨은 탐정의 추리를 따라가는 대신 노동계급의 주인공을 내세워 전혀 다른 종류의 강렬한 서스펜스가 발생시킨다. 영화는 기성의 합의에 대한 의심과 촘촘한 직조된 플롯을 통해 부르주아의 위선에 대한 영리한 비판을 이끌어 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벌칸상
쉬이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를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 빗댄다. 소설의 배경인 몽페르메유는 피부색, 인종, 종교, 계층을 기준 삼아 분열되고 대립하고 있다. 자본의 후원 아래 공권력은 지역 생태계를 정글처럼 약육강식을 강제한다. 하층민은 체념과 분노를 쌓고 쌓아 저항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정부에 의문을 갖게 한다.
경찰은 종종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귀한 사람들로 묘사되곤 한다. 반대로 여기에 약물과 도박, 창녀들에게 빠져있는 악질경찰이 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주제에 선하고 싶은 내적 욕구에 시달린다. 매일 신에게 구원을 기도드린다. 폭력과 구원이라는 양립불가의 감정을 담아내는 <악질경찰>은 관객이 혐오스러운 주인공의 몰락에 동참하는 길을 원천봉쇄한다. 주인공이 모든 역경을 딛고 자신만의 구원에 도달하는 결말의 냉정한 마지막 프레임은 우리가 이전에 캐릭터에 가졌던 모든 생각에 도전하도록 정확하게 설계되어 있다.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주연·편집·각색상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R 등급 영화로 제작비 대비 18배의 흥행을 거뒀다. <블리트 1968>와 더불어 형사영화의 교과서이자 자동차 추격전의 조상님이시다. 영화는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의 정신을 미화하지 않고,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오락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의 법질서가 공공의 적을 보호하는 동시에 밑바닥에 있는 하층민을 억압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고발한다.
칸 영화제 그랑프리,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첫 장면부터 범인을 공개한다. 별명이 “Il Dottore"(의사를 뜻하는 이태리어)인 이 남자는 정부를 살해하며 자신에게 혐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증거를 무수히 남긴 채 그곳을 나선다. 명백한 범행증거가 있어도 권력자에게 아무도 죄를 묻지 못한다. ‘정치정보부 부장’라는 권력이라는 중력 아래 김성훈의 <끝까지 간다>처럼 공정과 상식의 벡터를 휘어지는 왜곡이 일어난다. 공직자가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통해 혐의를 타인에게 전가시키고 언론을 통해 대중을 속이는 모습은 국내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권력에 의해 부정의가 실현되는 이 부조리극이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전편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창작의 자유를 얻은 성룡은 목숨을 내건 치명적인 스턴트, 아름다운 무술 안무, 눈을 뗄 수 없는 폭발로 가득하다. 초반 난민촌 카체이스는 <나쁜 녀석들 2>, <탱고 앤 캐시(1989)>에서 재현되었고, 공원 격투씬은 집단 액션을 극한으로 끌려 올린 장면으로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 화학 공장에서 펼쳐지는 클라이맥스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성룡과 성가반뿐 아니라 장만옥도 부상을 입었음을 엔딩 크레디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편은 액션만큼이나 드라마가 대폭 보강되었다. 형사라는 위험한 직업을 만류하는 연인과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로서의 의무가 상충하는 주제는 개인의 행복과 공인의 책임윤리라는 <스파이더 맨 2>에 영향을 미쳤다.
두 작품은 범죄자와 경찰의 대결 구도를 탈피한 모험을 감행한다. <첩혈쌍웅>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청부살인업자를 통해 형사와 우정과 의리를 나누는 식으로 순정과 폭력을 공존시켰다. <페이스 오프>는 안피면구 수술을 통해 FBI와 범죄자가 서로를 증오하는 적의 얼굴을 달고 서로를 느끼는 기묘한 동질감을 다룬다.
칸 영화제 감독상, 아카데미 각본·여우주연상
장인의 돈을 노린 남편이 아내를 납치할 계획을 공모한다. 영상매체에 등장한 탐정 중 가장 흥미로운, 만삭의 시골 경찰서장 ‘마지 군더슨(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청부납치업자들이 일으킨 수많은 사고를 처리하면서 조용히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녀의 인간다운 숨결이 세상에 물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설파하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 인상 깊게 각인시킨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마약범의 소굴이 되어버린 빈민가와 브라질에서 유일하게 부패하지 않은 경찰특공대를 다뤘다. 응집력은 1편이 더 낫지만, 절망적인 2편의 무게감은 정말 어마 무시하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보험조사관 ‘레너드 셸비(가이 피어스)’은 아내의 살인범을 쫓고 있다. <메멘토>는 히치콕식 ‘오인된 남자’와 살인 미스터리를 다룬 전형적인 필름누아르이다. 혁신적인 내러티브 접근 방식으로 관객에게 완벽한 심리학적 퍼즐을 던진다.
예술에서 살인을 다룰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동기’다. <큐어>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은 의사, 경찰, 교사처럼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이다. 삶에서 비정상적이며 극단적인 행위인 살인이 벌어지는 시간과 장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벌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은 피로, 권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이런 일상의 이율배반적 특성은 우리 내면과 닮아 보인다.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불안을 숨기고 스트레스를 감추고 있을 뿐이다. 평범한 얼굴을 한 교사, 의사, 경찰이 살인을 저지르듯 일상을 사는 누구에게나 적의가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한다. 현대사회의 불온한 무의식을 진단하고 있다.
현재 속편이 제작 중인 <히트>는 최근 발생한 강도 사건에 남겨진 단서 덕분에 LAPD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한 무리의 도둑들이 느끼는 더위에서 제목을 따왔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화면을 공유하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지만, 서로 반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강렬한 순간이다.
역대 최고의 액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은 어렸을 적에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경이롭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스턴트로 꼽히는 주는 날것의 매력이 그 어떤 영화에서도 무모함과 열정에 근접하지 못했다. 형사의 고충도 리얼하게 묘사된다. 위험한 업무도 마다하지 않고 범인을 잡아도 상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고 시민들에게는 폭력적인 인물로 비치는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비애가 성룡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완벽하게 대칭되어 더욱 극적인 대비를 낳는다.
하드보일드 형사영화를 호쾌한 액션물로 탈바꿈시켰다. 평범한 형사가 영웅심에서 사건에 뛰어든 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서 참여하여, 여전히 부서지며, 깨지고, 두들겨 맞고, 바닥에 마구 뒹군다.
<다이 하드>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크리스마스 클래식으로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는 허세와 연약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진짜 곤경에 처해 있고 겁에 질려 있다고 믿게 만든다. 한스 그루버(앨런 릭먼)는 교활하고 야심차고 탐욕스러운 완벽한 악당으로 위협적이다. 현대 스릴러가 스릴을 줄 수 있는 범위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했다. 그 명성은 유지되어 다음 세대도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이 액션 대작을 계속 즐길 수 있다.
폴 버호벤은 민영화된 경찰을 통해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소비자 친화적인 액션 영화의 외피를 유지한 보기 드문 스튜디오 영화를 만들어냈다. <로보캅>은 오늘날에 경찰 영화의 성배로 남아있는 이유는, 시스템을 대상으로 삼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아카데미 작품·남녀주연·감독·각본상
현대 스릴러를 정립한 공로로 러시모어 산에 조각되어 있다. 엘리트 살인마 한니발 렉터(앤서니 홉킨스 경)는 악의 존재를 상징화했으며,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은 이후 영상매체에 등장하는 여형사(요원)의 이미지를 정립했다. 궁극적으로 그녀는 남성 중심의 법 집행기관에 대칭되어 있다.
다들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의 존재감을 이야기하지만, 이 공포 스릴러의 주인공은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이다. 이 유혈사태의 저류에 무엇이 감춰져있을까? 스털링과 버팔로 빌은 똑같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살았다. 왜 버팔로 빌은 살인마로 추락했고, 스털링은 어떻게 사회적 성공을 이뤘을까?
칸 영화제 감독상
박찬욱 감독은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매혹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을 내놓았다. 형사 ‘해준(박해준)’은 살인사건을 맡게 되면서 피해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배트맨과 캣 우먼의 위험한 끌림처럼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녀가 유력한 용의자임을 간파한다. 한편, 서래는 해준을 영원히 가슴에 가두기 위해 미결수로 수용되는 길을 택한다.
아카데미 각본상
로버트 타운스의 각본은 수많은 영화 제작자와 평론가들이 역대 최고의 시나리오로 꼽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탐정영화의 매력을 완벽하게 요약한 작품이다. 관객은 사립탐정이 하는 것처럼 사건을 탐문하고, 점차 주인공과 함께 단서를 맞춰나가며, 압박이 거세지고 추악한 진실이 밝혀진다. 영화는 이러한 해결을 서두르거나 요점에 도달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절묘한 진행에 편안하게 최적의 감상을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제공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에드 맥베인의 추리 소설 시리즈 <87 분서> 중 <왕의 몸값>을 원작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보다 전후 일본 사회상에 집중하고 있다. 전반부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드라마로, 후반부는 유괴범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노력을 그린 스릴러로 구로사와는 양쪽 모두에서 승리한다.
산업화는 어떻게든 계층을 분화시킨다. 왜냐하면 경제발전의 혜택을 골고루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로사와는 자본가 곤도와 빈민 타케우치를 동일선상에 놓는다. 그러면서 둘을 구분 짓는 잣대로 '희생'을 꺼내든다. 이것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뉘는 분기점이다.
필립 K. 딕의 1968년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꿀까>를 원작으로 한 사이버펑크 영화는 1940년대 탐정 누아르를 탁월하게 버무려 경악스러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2019년 LA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을 폐기하는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인공지능이 직업을 위협하는 오늘날, 영화는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주제를 독창적인 비주얼로 보여준다. 동시에 운명론적 존재의 본질, 인간답다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영화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언박싱 장면이 유명하다. MZ세대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대를 초월한 스릴러 영화다. 구약성서에서 영감을 받은 ‘신원미상’의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형사 역의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긴장과 갈등이 가득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전설적인 반전 결말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브로맨스를 꽃피운다. 영화의 모든 프레임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연쇄살인범과 동일하게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간절함을 타락시킨다.
데이빗 핀처는 스스로, “나에겐 결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악마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핀처는 일부러 긴박감을 훌훌 벗어던진다.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실제과정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무기력한 수사당국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절망, 범인을 찾지 못하는 사법당국의 강박관념이 현실적인 붕괴되는 과정, 즉 사회 전반에 미친 여파를 덩그러니 전시한다. 그렇게 서스펜스의 불순물이 함유되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필름에 담았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들개>, <천국과 지옥>처럼 한국사회를 압축한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 감독 사카모토 준지는 '구로사와의 손자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직감에 의존하는 시골형사 송강호와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서울형사 김상경 모두 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유력한 용의자들을 몇몇 추려내지만, 이들을 진범으로 결정지을 물증이 나오지 않는다. 수사가 답보상태이건만 상부에서는 경찰들을 자주 시위 진압 현장에 동원한다. 정권의 보위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내맹개치는 무책임한 제5공화국의 초상화다.
송강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 백해일을 끝내 놓아줘야 할 때 '밥은 먹고 다니냐?'고 뜬금없이 묻는다. 기본적인 프로파일링 기법이 보편화되지 못해 구타와 심증만으로 자백을 강요하던 공권력의 한계가 부끄러웠을까? 사과도 변명도 하지 못하는 형사의 무기력한 자조의 한 마디에 그 사회를 반영하고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부터 한국 형사영화들이 ‘시대정신’을 범죄스릴러에 담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사건을 감정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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