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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영화 추천 TOP 20

Vampire Movies

by TERU

뱀파이어(흡혈귀)는 공포영화의 초석으로, 드라큘라 백작의 관을 열기 전부터 유니버설 호러로 할리우드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서 정립된 이후, 공포와 액션, 스릴러를 거쳐 〈트와일라잇〉처럼 십 대 로맨스로까지 수많은 재창조로 대중문화에 자리 잡았다. 폭넓은 뱀파이어 시네마에서 우리는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를 골라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



#20 : 강시선생 (Mr. Vampire·1985) 유관위

강시(僵屍)는 ‘굳은 시체`라는 뜻으로, 전쟁터나 정복지에서 전사한 군인 시체를 고국으로 옮겨다 묻어주기 위해 영환술사 혹은 영환도사들이 부적을 붙여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체를 의미한다. 좀비와 비슷하지만, 흡혈하는 특성 때문에 뱀파이어로 분류할 수 있다. 홍콩에서 제작한 《강시선생》이 대박을 치며, '강시영화` 붐이 인다. 서양의 뱀파이어 영화 구조에 홍콩 영화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쿵푸 액션을 도입한 혁신적인 작품이다. 무섭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호러영화로 기능한다. 탐관오리의 부정부패 등 사회풍자도 깨알같이 첨가되어 있다.



#19 : 크로노스 (Cronos·1992) 기예르모 델 토로

16세기 연금술사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불사의 기계장치 '크로노스'를 우연히 손에 넣고 사용해버린 한 평범한 노인과, 점점 변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그를 따라다니며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귀여운 손녀, 크로노스의 비밀을 알고 빼앗으려는 악당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크로노스》에서 '영생'이라는 이 장르 안에서 자주 다뤄지는 실존주의적 주제를 선렵한 델 토로는 이후 괴물을 인간화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발전시키며 장르에 순응하지 않는 거장으로 커간다.



#18 : 공작 (El Conde·2023) 파블로 라라인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세상을 떠날 준비를 마친 흡혈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마지막 피의 식사를 둘러싼 풍자극이다. 국부를 강탈하고 국민의 고혈을 쮜어 짜는 신자유주의자를 뱀파이어리즘에 비유한다. 독재자의 역사적 공포를 속죄하기 위한 대담하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절제된 공간 활용과 스산한 회색빛 배경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카르멘"이 활공하는 모습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에 오를만한 압도적인 장면이다.



#17 :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2014) 애나 릴리 아미푸르

밤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위협을 가져와 로맨틱한 서부극, 페르시아 문화, 힙한 OST, 스케이트보드, 고전 뱀파이어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혼합한다. 그렇기에 그 내용보다 스타일에서 비범함이 느껴진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억압 기제를 해방의 상징으로 치환한다. 예를 들어, 여성 스스로 가리도록 요구하는 차도르를 여기서는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16 : 노스페라투 (Nosferatu·2024) 로버트 에거스

로버트 에거스는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노스페라투》를 거의 그대로 리메이크했다. 원작보다 1시간가량 러닝타임이 늘었는데, 캐릭터의 백스토리를 들려주는 데 썼다. 루마니아 민속학에 기대어 있으며, 모든 세부 사항(고대 다키아 언어를 구사하는 올록 백작의 사용을 포함하여)에 흠잡을 데 없다. 무르나우의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면서 자린 블리슈크의 음울한 촬영, 로빈 칼로안의 관현악까지 진정한 고딕 영화의 정수를 담았다.



#15 : 악마의 키스 (The Hunger·1983) 토니 스콧

뱀파이어 영화의 만신전에 〈악마의 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집트 태생의 4000년 동안 미모와 젊은을 잃지 않은 미리암(카트린 드뇌브)을 앞에 두고, 남자친구인 존(데이빗 보위)와 영원을 약속할 수 없게 된다. 미리암은 노화전문가인 의사 사라(수잔 서랜든)를 찾아가며 대책을 마련하려고 애쓴다. 의뭉스러운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의 관능성과 소수자성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고딕 양식을 완성한 대목이다.



#14 : 로스트 보이 (The Lost Boys·1987) 조엘 슈마허

《로스트 보이》는 뱀파이어 장르에 피터 팬의 정서를 가져왔다. 분명히 청소년 영화지만, 폭력과 본능을 숨기지 않는다. 언뜻 80년대 촌스러운 가족용 공포영화 같지만, 식상해져 가던 뱀파이어 장르를 일신한 문화적 시금석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 이미 〈트와일라잇〉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13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2013) 짐 자무시

영화는 두 개의 쇠퇴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디트로이트는 은둔형 아담(톰 히들스턴)이 음침한 아파트에서 어두운 음악을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탕헤르는 수세기 동안 아담의 아내 이브(틸다 스윈튼)가 햇빛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공기를 바꾸기 위해 그를 끌고 나간다. “서로 우주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도 통한다는 거야. 한쪽에서 변화가 생기면 다른 쪽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거지.”라며 수 세기에 걸친 예술과 문화의 흐름에 절망적 시선을 더한다. 그 집착마저 사치라고 일갈하며, 일상을 감사하고, 자연을 감상하고, 친절과 우정을 키우고, 춤을 추는 데 시간을 보내자고 손을 내민다. 죽음에 관한 뱀파이어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삶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예찬한다.



#12 : 블레이드 2 (Blade II·2002) 기예르모 델 토로

코믹북 영화시장에서도 뱀파이어 장르가 경쟁력이 있다. 테크노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술 감독 견자단이 지도한 액션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델 토로는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떠오르는 관습을 제거하고 호러 요소를 더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3편은 그러한 미덕을 계승하지 않았다. MCU가 손짓하지만, 아직도 제작이 원만하지 않다.



#11 : 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usk Till Dawn·1996) 로버트 로드리게스

이 작품은 영화 역사상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뱀파이어 영화 중 하나다. 범죄 스릴러에서 중간에 어반 판타지로 전환하는 실험을 용감하게 감행한다. 기존에 없던 시장이 열리자 〈블레이드〉, 〈레지던트 이블〉, 〈언더월드〉, 〈레디 오어 낫〉 등이 뒤를 잇는다.



#10 : 드라큘라 (Dracula·1931) 토드 브라우닝

브램 스토커의 원작과 결별을 선언한 토드 브라우닝의 1931년 작은 ‘귀족적인 흡혈귀, 세계 정복을 꿈꾸는 거대한 야망, 거미줄로 덮인 고딕 양식’ 등 오늘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의 완벽한 전형(典型)들을 확립했다. 헝가리 출신의 벨라 루고시는 큰 키에 창백한 피부, 뒤로 빗어 넘긴 머리와 턱시도 차림의 외견으로 드라큘라 백작을 완성시켰다.



#9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What We Do In The Shadows·2014) 타이카 와이티티, 저메인 클레먼트

식상한 뱀파이어 장르를 뻔한 모큐멘터리(Mocumentory) 방식으로 촬영하니 웬걸 참신한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뉴질랜드에서 매년 좀비, 마술사, 늑대인간 등을 초대하는 가면무도회를 준비하는 뱀파이어를 취재하러 그들의 집에 몇 달 동안 체류한다. 시트콤처럼 지켜보게 하는 흡혈귀들끼리 지지고 볶는 일상도 인간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뱀파이어 장르의 컨벤션(규칙)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당당하게 따르면서 그것을 가지고 멋 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뱀파이어 영화의 역사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8 : 씨너스: 죄인들 (Sinners·2025) 라이언 쿠글러

마이클 B. 조던은 일란성쌍둥이 스모크와 스택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1932년, 제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인 두 형제는 시카고 갱단에서 돈을 훔쳐 고향인 미시시피 삼각주에 주크 조인트(블루스 바)를 열 계획을 세운다. 쌍둥이들의 행로는 대중음악에 모태가 된 블루스의 경로를 역류하는 식이다. 시카고 블루스의 원류인 델타 블루스(미시시피 블루스)라는 점에서 라이언 쿠글러는 뱀파이어 장르에 역사적 맥락을 위치시켜 새로운 블로오션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7 : 죽음의 키스 (Near Dark·1987) 캐서린 비글로우

젊은 카우보이 ‘케일럽 콜턴(에이드리언 패스 더)’은 우연히 만난 뱀파이어 메이(제니 라이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뤘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드라큘라 백작의 트란실바니아 유산보다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가치관에 수긍한다. 흡혈귀를 서부극 세계에 던져놓으며 화끈한 액션과 유신론적 구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로맨틱한 이 《죽음의 키스》는 뱀파이어 장르의 절대적인 고전 중 하나가 되었고, 이를 박찬욱의 〈박쥐〉에서 무신론적으로 재해석했다.



#6 : 드라큐라 (Bram Stoker’s Dracula·1992)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아카데미 의상·분장·음향편집상

‘사랑을 잃은 슬픈 흡혈귀`라는 클리셰는 여기서 출발했다. 코플라는 삼류 호러물로 연명하던 드라큘라를 A급 대작으로 되살렸다. 원작에 충실하지만, 영특한 미나(위노라 라이더)를 너무 순애보적인 수동적인 캐릭터로 한정했다는 비판도 있다. 또 편집은 디지컬 방식을 처음 구현하지만, 나머지 특수효과와 프로덕션 디자인은 아날로그에 의존한다. 그 괴리에서 세익스피어적인 과장됨이 생성된다. 고딕 호러의 몽환적인 느낌과 애절한 멜로드라마 그리고 할리우드 황금기를 연상되는 스펙터클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5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1994) 닐 조던

앤 라이스의 소설〈뱀파이어 연대기〉는 현대 뱀파이어물의 원형을 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닐 조던은 〈뱀파이어 연대기〉의 1권을 영화화하면서 기존 흡혈귀 영화 공식과 거리를 뒀다. 1791년 스페인령 루이지애나에서 시작하여 현대까지 불로불사인 뱀파이어가 기지와 인터뷰를 하며 겪는 언데드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커스틴 던스트 등 1급 출연진, 오스카 미술상 후보에 오른 미장센까지 뱀파이어의 좌절과 절망과 비탄이라는 주제에 충실히 복무한다.



#4 : 드라큘라의 공포 (Dracula·1958) 테렌스 피셔

해머 영화사에서 제작한 《드라큘라의 공포》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가 고정된다. 저예산이었던 관계로 지미 생스터는 원작을 대폭 각색했음에도 크리스토퍼 리의 드라큘라만큼은 소설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리는 ’ 예의 바른 신사`와 피에 굶주린 야수성`을 오가며 이중성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또 금세기 최고의 호러 명배우였던 피터 쿠싱과 크리스토퍼 리가 맞붙는 대결 구도는 아브라함 반 헬싱을 단숨에 드라큘라의 숙적으로 승격시킨다.



#3 : 박쥐 (Thirst·2009) 박찬욱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쥐》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Thérèse Raquin)〉을 각색한 작품이다. 고아인 테레즈가 고압적인 이모인 라캥 부인에 의해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불행한 결혼 생활로 내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레즈는 늠름한 로랑과 불륜에 빠지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인을 벌인다. 박찬욱의 손에서 로랑은 뱀파이어가 된 상현, 테레즈는 태주, 카미유는 강우로 분한다. 사제인 상현은 피에 대한 갈망을 극복하려고 애쓰지만, 그 흡혈의 결과는 꼬이기만 한다.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섹시한 뱀파이어 이미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현의 발기되지 않은 성기처럼 흡혈귀, 금기, 불륜, 수치심에 대한 박찬욱의 해석은 탁월하다. 숭고한 이상이 욕망이 들끓는 현실에서 좌절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 : 렛미인 (Låt Den Rätte Komma In·2008) 토마스 알프레드손

욘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을 각색한 호러 요소와 뱀파이어 관습을 완화하며 소외된 아이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12살 소년 오스카와 그의 이웃 엘리는 오스카가 집단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엘리의 비밀로 인해 예상치 못한 관계가 맺어지면서 연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사회는 두 아이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그들의 생존 수단을 강구하도록 재촉한다. 이 외로움과 고립감이 탐미적 악몽으로 을씨년스러운 창백함과 스산한 아름다운, 불길한 긴장감이 차갑게 피부 밑으로 스며든다.



#1 : 노스페라투 (Nosferatu·1922)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브램 스토커의 유족으로부터 판권을 얻지못한 F.W. 무르나우는 드라큘라를 올록 백작으로 바꿨다. 연극배우 막스 슈렉이 놀라운 분장으로 연기한 흡혈귀는 거의 형언할 수 없는 악의를 전달한다. 벨라 루고시, 크리스토퍼 리로 대표되는 후속 드라큘라 캐릭터와 다른 야생적인 거침이 있다. 《노스페라투》는 무르나우의 표현주의적 그림자 사이에서 모든 흡혈귀들이 지켜야 할 헌법을 제정했다. 리메이크작들이 다 훌륭한데, 베르너 헤어조그의 1979년작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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