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Sweet·2023》후기
‘차치호(유해진)’은 내향(I)와 판단(J)로 사교성이 적고 폐쇄적인 인물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과업을 성취하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40대임에도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사회성을 습득하지 못했다. 패쇄적인 성격이지만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인 제과개발에서는 열심히 했고 연구원으로 성공했다,
이일영(김희선)은 외향(E)와 인식(P)로 사교적이고 명량하고 매사 긍정적이다. P형이기에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게 외부세계와 접촉한다. E형이기에 주변 사람에게 상냥하지만, 그 사교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라는 것 때문에 남자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다. 근무 중에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얼굴 장난을 치는 치호의 모습을 보고 일영은 자신과 같은 순수함을 발견한다.
둘의 궁합은 어떨까? 치호는 치킨과 과자 밖에 모르는 패쇄적인 인물이다. 치호는 남과 뭘 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인영은 닫혀 있던 치호의 세계를 열어주고 타인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김밥과 국과 찌개를 함께 나눠먹으며 그녀로부터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즐기게 된다. 연애는 인간이 벌이는 사회활동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대인관계이다. 치호는 사고로 인해 사회성 영역을 학습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영이라는 세상에서 유일한 기쁨을 발견한다. 인영 역시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치호로 부터 미혼모로 아이 아빠에게 받은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었다.
중년의 사랑도 순수할 수 있다고 감독은 이야기한다. 사회성 제로의 치호는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고, 일영은 푼수 같은 자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주는 남자를 원할 뿐이다. 두 사람 사이에 섹스도 돈도 조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대도 중년도 진심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빌라 앞에서 세레나데를 하던 젊은 커플이 등장하는 까닭이다.
그 장벽은 한국드라마에 지겹게 나오는 ‘가족’이다. 일영에겐 딸이 있고, 치호에게는 형이 있다. 20대 청춘남녀도 집안 반대로 헤어질 위기에 처했다.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하는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것이고, 감독은 형 석호(차인표)외에 인간관계가 결핍된 치호의 사연을 길게 설명한다. 석호가 주인 없는 강아지에게 하는 대사를 고려해보면 그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 가도록 설계해 놨다.
솔직히 《달짝지근해:7510》의 코미디는 낙제이고, 로맨스는 만점이다. 딱 한번 웃었고, 이병헌표 개그랑은 태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여주의 입장에서 보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미혼모인 일영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에게 조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함께 할 사람이면 족하다. 그녀도 조건을 내세울 형편이 아니니까 말이다. 조건이 따져볼 결혼을 할 것도 아니고, 함께할 파트너니까 부담 없이 연애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와 가정폭력을 경험한 딸의 입장에서 엄마의 남자친구를 환영할 수 없다. 딸이 처음으로 접하는 이성인 아버지의 기억이 자꾸만 나쁜 쪽으로 마음을 돌리기 때문이다. 엄마입장에서 그게 이해되니까 딸의 허락 없이 치호를 만나지 못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헤어지는 입장이 일영에게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남자 잘못 만난 것도 아닌데 하며 TV속 이별 장면에 훌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에 치호는 처음으로 타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라서 그녀를 잊지 못한다.
중년의 사랑이 순수할 수 있다는 명제를 충족한다. 배창호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연상되는 대목이다. 20대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룬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연령대만 틀릴 뿐 많이 닮았다. 배창호 감독이 묵묵히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것이 가져오는 효과를 그대로 가져왔다. 희생을 강조하는 삶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러브스토리가 더욱 순수하게 다가온다. 관객은 일관성 있게 인물의 감정과 동선, 극적 재미를 쫓다보면 더욱 진실되게 느껴지는 것이다.
★★★ (3.0/5.0)
Good : 보다보면 자연스레 주인공 커플을 응원하게 됨
Caution : 생각보다 안 웃김, 오그라드는 고백 장면
●김희선은 “내가 봐도 일영은 나와 많이 비슷해 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거침없이 올인하고 망설이지 않는 태도가 가장 닮아 보였다. 또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나 긍정적인 마인드도 내 평소 모습과 비슷하다. 연기할 때 여러 역할을 옮겨 다니며 변주하지만 그래도 나와 닮은 역을 맡을 때 연기가 가장 자연스럽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이지만 재벌 3세 포지션인 병훈 (진선규)의 캐릭터도 클리셰를 벗어나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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