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s Of The Flower Moon·2023》노 스포 후기
애플TV에서 제작한 《플라워 킬링 문》는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을 극화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면서 영화의 배경지식을 간략히 기술하겠다.
19세기 이전에 루이지애나에 살던 오세이지족은 미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오클라호마로 이주하게 된다. 이주협상안에 ‘이곳의 광물은 오세이지족이 갖는다’는 조항이 1897년에 발견된 석유채굴로 부유해진다. 그러나 백인들은 후견인 제도로 원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했다. 원주민은 백만장자임에도 병원에 가려면 백인 후견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더욱이 1925년에 미국 의회는 순혈 오세이지족을 제외한 원주민은 상속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2000년 오세이지족은 해당 부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였고, 2011년에 정부가 오세이지족에게 3억 8천만 달러를 배상하고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해결됐다.
영화는 1918년에서 1931년 사이에 오세이지족 28명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피해자들은 석유채굴권이 갖고 있는 원주민들로 한정되어 있어 특이했다. 분명히 이권을 노리고 치밀한 살인사건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주정부와 보안관들은 쉬쉬하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유심히 주시하던 신생 ‘수사국(BOI, 연방수사국(FBI)의 전신)’의 J 에드가 후버는 수사전담팀을 파견한다. 이들은 총기 소유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권한이 미약했다. 이들은 지역이권과 무관했기에 오세이지 후견인 제도에 관련된 주공무원들의 광범위한 부패를 밝혀냈다. 이러한 성과로 수사국(BOI)은 연방수사국(FBI)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살인에 연루된 대부분의 백인용의자들은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면책받았다. 기껏 기소가 이뤄진 피의자 3명 중 2명은 조사기간 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사망한다.
한편 FBI는 이러한 실적들을 통해 점차 권한을 강화하면서 대통령, 사업가, 상원의원, 고위 관료, 연예인, 월스트리트 금융인 등을 도청하고 사찰하며 수집한 정보로 그들을 겁박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물론 후버가 사망한 후에는 FBI를 견제하는 입법과정이 이뤄진다.
《플라워 킬링 문》는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인 남성의 구애를 그리고 있다. 백인과 원주민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유사부자관계의 갈등을 다룬 멜로드라마로 이 비극적인 사건을 압축한다. 스콜세지는 이 끔찍한 실화를 통해 미국이 불의를 용납하고 부의 불평등이 형성되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멜로드라마는 스콜세지가 반세기 동안 탐구해 온 폭력적인 남성들의 부패상과 완전히 일치한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아 미국을 세웠다. 백인만이 사유재산을 행사하는 입법 과정은 반자본주의적이다. 이 악법은 폭력으로 강탈한 부를 백인들만 독점하기 위해 유색인종에게 유리천장을 드리우는 것을 상징한다. 야만적인 백인들의 가렴주구는 문명인이라는 허울을 말끔히 발가벗긴다. 여기서 영화의 성격이 밝혀진다. 〈자이언트〉, 〈빅 컨트리〉, 〈데어 윌 비 블러드〉, 〈퍼스트 카우〉 같은 미국의 초기 자본주의를 다룬 산업 서부극이다. 범죄스릴러가 주는 쾌감보다 인물 간의 갈등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 사회경제적 모순에 집중했다. ‘상속’을 강조하는 까닭은 이 부조리와 불합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이 멜로드라마는 미국의 자본축적이 피와 폭력, 불의로 가득 차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물론 자본축적기에 행해진 불합리한 행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우리나라, 중국 등 모든 국가에서 일어났다. 스콜세지 외에 자국의 흑역사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필름메이커가 누가 있으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로드리고 프리에토의 촬영, 델마 스쿤메이커의 편집, 그리고 음악이 기막혔다. 음악감독이 〈더 밴드〉의 로비 로버트슨인데, 당시 유행하던 1920년대의 대중음악, 아메리카 원주민 노래, 블루스 노래는 미국의 부조리한 뿌리를 폭로하는 산업서부극을 더욱 감상적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 (4.5/5.0)
Good : 불의와 부패의 상속
Caution : 스콜세지에 익숙하지 않다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출연하는 스콜세지의 첫 영화다.
■스콜세지는 “언젠가부터 내가 백인 남성들에 관한 영화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사실이 무척 염려됐다”라며 몰리 역의 릴리 글래드스톤를 비롯한 극중 44배역을 원주민계 배우를 캐스팅했다. 오세이지 공동체(Oasge Nation)에게 자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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