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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5. 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미야자키의 자서전

《The Boy And The Heron·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소년과 신비한 동물 왜가리가 펼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11살 소년 마히토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 나츠코와 재혼한다. 마히토는 어머니를 쏙 닮은 나츠코 때문에 더더욱 새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버지를 따라 낯선 곳으로 이사 간 마히토 앞에 정체불명의 왜가리가 나타난다. 말하는 왜가리는 근처의 탑을 홀연히 날아가 버리고, 마히토는 집에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이 탑에 얽힌 고사를 듣게 된다. 어느 날 나츠코가 실종되고, 마히토는 새엄마를 찾기 위해 왜가리가 이끄는 대로 시공간을 초월한 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요시노 겐자부로의 원작 소설

영화는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발간된 소설은 미야자키가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마히토에게 어머니 히사토가 건네주는 책으로 묘사된다.   

  

미야자키 감독은 “책의 제목과 주제를 빌려 온 것뿐이다”며 크레디트에 요시노 겐자부로가 아닌 본인을 기재했다. 하지만 소설을 아예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목대로 인간과 삶에 대한 고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린아이가 전쟁을 맞닥뜨리는 구조는 원작에서 가져왔다. 나머지는 미야자키의 인생과 그동안 선보였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재탕이 아닌 독창적인 전개방식

마히토는 이세계(異世界)에서 초현실적 모험을 경험한다. 미야자키가 목격한 20세기의 어두운 면을 주인공 ‘마히토’에게 대리 체험시킨다. 전쟁으로 얼룩진 현실과 악몽이자 신화적인 이세계(異世界) 모두 낭만 없이 담는다.    

  

파노라마처럼 플롯이 중첩되고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은 미야자키가 죽기 전에 인생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2시간으로 압축했기 때문이다. 그간 지브리 스튜디오를 상징하던 것과 다른 암울하고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미야자키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엔터테인먼트보다는 꿈나무들(손자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가깝다. 동시에 관객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유혹한다.      


10대 주인공이 모험을 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는 〈이웃집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마녀배달부 키키〉를 참혹한 세상을 만든 기성세대의 반성은 〈붉은 돼지〉을, 신세대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거장은 기존의 화법을 답습하기보다는 과감히 해체시켜 버렸다.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동력은 ‘상실’이다. 그 상실은 이상과의 괴리일 수도 있고, 평화를 잃은 시대상일 수도 있고, 단순히 엄마를 보고 싶다는 그리움일 수도 있다. 어떤 키워드를 넣든 영화는 성립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MZ세대에게 전하는 거장의 따스한 전언

미야자키는 원작의 텍스트가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여정의 끝에 미야자키가 항상 해오던 메시지를 만난다. 오답일지라도 허구의 불완전성, 파시즘을 경계하라는 경고를 한다. (원작대로) 전쟁으로 일본의 미덕이 무너지고 제국에서 자라나는 혐오와 차별, 공포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불균형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현실과 이세계, 외화면과 내화면이 충돌하고 일제의 어두운 면을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시각화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미야자키는 일본 전설, 민담과 유럽의 동화, 그리스신화에서 착안한 상징과 메타포를 통해 ‘이세계’라는 도피처는 당신을 구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미야자키는 어릴 적 자신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위험을 감지한 것 같다. 영화의 중일전쟁 같은 사태가 현재 벌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 한국의 가계부채, 미국의 채권 가격 불안 등 암울한 오늘날의 정세와 닮아있다. 


 한중일에 유행 중인 이세계물에 대한 코멘트로도 읽힌다. 판타지는 원래 현실에서 욕망을 실현하기 어려울 때 흥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이세계'라는 공간이 유행한다. 한중일 모두 국가자본주의로 경제를 성장시켰다. 엘리트는 계획경제로 사회와 시민을 통제해왔다. 그 결과 청년들은 사토리 세대, N포세대, 탕핑(躺平, 드러눕기)과 바이란(擺爛, 자포자기)로 대표되는 좌절을 경험했다. 영화 속 상실은 이러한 MZ 세대의 어떤 불만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며 MZ세대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 (4.0/5.0)    

  

Good : 나는 이렇게 살았어요.

Caution : 그대들은 어찌 살 텐가?      


■"만약 모차르트가 교향곡을 쓰고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행운이겠습니까? 미야자키 씨는 그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라며 기예르모 델 토로는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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