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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8. 2023

더 마블스*쿠키가 더 빛나

《The Marvels·2023》노 스포 후기 

①유튜브 요약 영상 같은 얄팍한 갈등구조

《더 마블스》은 여성 연대를 내세운 버디물이다. 영화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간의 수다로 가득하다. 디즈니+를 시청하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미즈 마블〉, 〈완다 비전〉, 〈시크릿 인베이전〉과 〈캡틴 마블〉, 〈어벤저스: 엔드게임〉를 설명하기 위해 정보성 대사를 준비했다. 유튜브 요약 영상을 대사로 대신했다고 할까? 줄거리를 따라가다가 압축된 정보량이 불쑥 끼어드는 형식이다. 


이러다보니 《더 마블스》는 유튜브 요약 영상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닌다. 왜 그런지 〈대부〉를 예시를 들어보겠다. 주인공 마이클은 마피아가 되고 싶지 않았으나 보스에 오른다. 줄거리만 요약하면 간단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영화는 본인도, 아버지도, 큰 형도, 친구도, 아내도, 상대 조직 보스도 원치 않았던 복잡다단한 갈등을 2시간 넘게 소개한다. 유튜브 요약 영상에서 생략되는 개별 서사(서브플롯), 미장센, 이야기 호흡, 편집과 촬영의 리듬감이 주인공에게 애착을 갖거나 여타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MCU와 디즈니+의 방대한 서사를 다 소화할 수 없으니 스킵해버린다.


캐릭터의 백 스토리 없이 이야기가 가다 서다 하는 동안 몰입을 방해한다. 정확히는 캐릭터에 애착을 갖기 힘들다. 그냥 영웅의 활약상만 액션으로 보여주고, 나머지 사건과 설명은 대사로 해결하다 보니 《더 마블스》이 시트콤인지 헷갈린다.


셋이 뭉치는 과정은 제목이 그러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도 팀을 꾸리고 나서 케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구도 구해야 하고, 영웅으로써 각성도 해야 하는데 (디즈니+의) 설명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까 이야기는 압축되고 단순화된다. 주인공은 세 명이고, 서사도 세 가지 방향으로 쪼개지다 보니 스토리가 일차원적으로 납작해진다. 


설명해야 할 정보량이 많으니까 빌런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 패착이다.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숨 쉴 공간, 이야기를 쌓을 시간이 필요한데, 모든 것이 유튜브 요약본처럼 스토리를 실어 나르기 바쁘다. 정체성, 고민, 욕구불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주인공의 내적 고민에 공감할 여지가 없다. 모든 것이 차기작을 위한 복선, 세계관에 대한 설명, 전작에 대한 복습에 초점이 가있지 본작의 사연에 집중하지 않는다. ‘못’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②여성 연대를 자화자찬하는 해결 방식

《더 마블스》의 모든 갈등은 아래의 인터뷰대로 해결된다.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저 역시 전 세계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어벤저스: 엔드게임》 속 6초가량의 여성 히어로들이 뭉친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짜증이 나기도 했죠. '이런 걸 두 시간으로 보여 달라고요 좀'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 세 명의 팀 업 무비로 만들기로 한 마블의 결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가장 신나는 점이었습니다."라며 말했었다.


영웅과 악당이 대립하는 이유로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법철학을 꺼내든다. 이 법의 내용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다가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상참작 또는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캡틴 마블이 정의감이 지나쳐 민폐를 끼치는데, 악당이 이에 앙심을 품고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좋은 소재를 개발시키지 않는다. 카메라는 히어로 셋만 포커싱 한다.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은데, 에스파의 노래 〈 girl 〉 가사를 빌려오면 "We Them Girl(우리는 멋지고 강한 소녀들)"이라는 자화자찬하는 은어가 떠오를 뿐이었다.


노래로 소통하는 행성 ‘알라드나’의 얀(박서준) 왕자의 드라마도 전무하다. 영화는 캡틴 마블과 왜 결혼했는지 2개 국어를 할 수 있다는 '특급 스펙'외에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디즈니답게 뮤지컬 장면이 이어지고, 슈퍼히어로 영화니까 검술 액션도 짧게 등장한다. 결별 사유는 모계사회 특성이라고 하는데 이혼 담당 변호사도 기가 찰 대사를 남긴다. 차기작에 나올지도 언급하지 않고, 색기 담당으로 1회성 소비된다. 


《더 마블스》는 전작들을 보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영화에 갈등이나 해결, 케미에 고민이 1도 보이지 않는다. 버디 영화인데 세 인물이 어떤 ‘기발함’으로 뭉쳐서 해결하는지 엿보이지 않는다. 캐럴과 모니카 사이의 갈등은 피상적이고, 중간에서 발랄하기만 한 카말라는 역할이 모호하다. 악당에게 할애된 분량도, 카리스마도 없으니까 위협적이지 않다. 카말라의 가족들은 유머 셔틀인데 디즈니+를 시청하지 않았다면 웃음 포인트를 짚기도 애매하다. 


③액션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

갑자기 뮤지컬이 튀어나오고 디즈니+와의 연계 등은 디즈니의 정책 때문이라고 핑계 댈 수 있지만 액션은 감독 책임이 커 보인다. 세 히어로의 능력이 뒤바뀐다는 설정 외에 아무런 고민이 없다. 〈용쟁호투〉에서 파생된 위치 변경 아이디어를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설정이 설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엑스맨 2〉처럼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바뀌는 설정으로 긴장감을 더 끌어올렸어야 했다. 


무술감독의 탓으로 돌리기도 애매한 것이 액션이 죄다 광선 쏘는 것에서 무성의함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디렉션이 나쁜데, 어떤 동작은 너무 빨리 컷 했고, 어떤 동작은 너무 느리게 끊었다. 또 핸드헬드 촬영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아쉽다. 정적일 때는 동적이고, 동적일 때는 정적인 판단이 과연 옳았을까 싶다. 배우들의 액션 합도 너무 느리고 티가 나는데도 왜 그냥 OK 한 건지 모르겠다.


여성 액션이 난도가 높은 것을 감안해도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스위칭 액션이 수시로 이뤄지지만 편집이 산만하고 정신없다. 편집권은 디즈니에게 있다 손치더라도 촬영장에서 연출한 원소스가 이 모양이니 어떻게 수습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빌런과의 대결도 전혀 맥없이 허무하다. 《더 마블스》처럼 슈퍼파워(초능력)를 강조하거나 CG의 도움이 없이도 〈윈터 솔저〉는 박진감 있는 구성과 아날로그 격투 장면으로 쾌감을 선사했다. 이런 노하우는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 (1.5/5.0) 


Good : 고생한 박서준

Caution : 마블 잘 가!


●〈앤트맨 3〉와 〈더 마블스〉의 일정을 갑자기 서로 바꾸는 바람에 〈앤트맨 3〉의 제작 일정이 135일이나 단축되었다. 당연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쿠키 영상은 두 개다. 첫 번째 쿠키는 반가운 소식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쿠키는 장면 없이 짧은 음향 효과가 전부라서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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