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영화 맛집 ‘JK필름’이 돌아왔다. 1500만 반려인 시대를 맞이하여 시의적절한 기획 영화다. 2018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해피 디 데이(원제: Dogs Days)〉를 눈여겨본 김윤진이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원작인 〈해피 디 데이(원제: Dogs Days)〉
《도그데이즈》의 목표는 아래와 같다. JK필름은 2005년에 〈러브 액추얼리〉을 보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근사하게 국산화했었다. 그 때처럼현지화에 나선다. 원작의 설정을 거의 따랐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야심은 그리 크지 않다.
‘진영’(김서형)의 동물병원 ‘도그데이즈’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각양각색 애견인의 교감과 관계를 통해 반려견의 풍속도를 담는다. 반려견과의 여러 가지 교감들로 우리 네 인생을 비유한다. 당연히 애견인, 애묘인들 뿐 아니라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따뜻한 가족영화로 다가간다. 초반의 옴니버스 진행은 지루하나, 이야기가 한데 모이는 시점부터는 영화가 제대로 탄력 받는다. 중반부에 한국식 감동을 크게 주지만 그 이후부터 동력을 급속히 잃는다.
원작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못 봤기 때문에 각색에 더 신경 썼어야 했다. 연출이 투박하고 편집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영화는 ‘민서(윤여정)’와 ‘진우’(탕준상)의 에피소드 외에 탄탄하지 못하다. 반려견이 주는 '온기'가 귀여움 외에 너무 평면적이다. '민상(유해진)'은 반려견에 대한 한국인의 일반적인 편견을 보여주는 역할이다. 민상이 개를 가까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개를 멀리하게 된 과거사를 더 세심하게 구성했어야 했다. 대충 둘러대니까 그의 결심에 대한 설득력이 약해졌고, '진영'과의 티격태격 화학작용도 밋밋해졌다. 그리고 '정아(김윤진)'은 모성애 외에 캐릭터가 잡히지 않아 식상하다. '민서(윤여정)'의 마지막 결단도 그 이전에 보이던 모습과 달라 의아하다. 인물이 개심하게 되는 동기나 사건이 흐릿하니까 클라이맥스 없이 결말 난다.
인물과 갈등, 해소가 자연스럽지 못한 이유가 큰 고민 없이 원작을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무대가 단독 주택인 것은 리메이크의 흔적이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거주 비율이 52%에 달한다.영화 곳곳에 미국과 다른 이질감을 노출한다. 한국에 없는 풍경은 아니지만, 너무 이상화된 낙원 같아 실재감이 들지 않는다. 리메이크라고 해서 대충 현지화하는 전략은 게으르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이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오스카 수상 이후 첫 출연작인 윤여정은 JK필름 특유의 멜로드라마(신파극)를 중화시킨다. 절제된 톤으로 대배우의 관록을 제대로 보여준다. 더불어 세 마리의 강아지 연기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