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일》은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쓴 첩보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가 만들어낸 캐릭터‘아가일(헨리 카빌)’은 각진 플랫톱 헤어스타일을 트레이드 마크로 슈퍼 스파이로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소설가 엘리
엘리는 다소 미진하게 5권을 출고한 뒤, 최종장을 완성하기 위해 기찻길에 올랐다가 진짜 스파이 ‘에이든(샘 록웰)’을 마주친다. 그는 엘리에게 그녀의 책에 있는 이야기가 사실이며 사람들이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한다.
㉠슈퍼 스파이에 관한 메타 영화(?)
《아가일》은 007시리즈에서 파생한 ‘슈퍼 스파이(이단 헌트, 제이슨 본, 해리 하트)’에 관한 메타 영화이다. 매튜 본은 초안을 읽은 후 "이안 플레밍의 1950년대 책 이후 가장 놀랍고 독창적인 스파이 프랜차이즈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또, "스파이 장르를 재창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줄거리를 쫓아 음모를 파헤친다.
‘소설 속 줄거리가 그대로 일어난다면!!’이라는 하이 컨셉은 〈로맨싱 스톤〉을 연상시키고, 첩보 메타 코미디는 〈번 애프터 리딩〉을 떠올리게 한다. 매튜 본은 오프닝부터 본드 패러디와 이중인격 모티브로 영화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킹스맨 시리즈를 포함한 첩보물의 클리셰를 마구 비튼다. 동시에 《아가일》은 소설과 현실 의 액자식 구조로 진행된다. 극중극인 ‘소설 속 줄거리’를 주인공이 참조하면서 실제 음모와 맞선다.
여기서 재미를 뽑으려면 소설과 현실의 차이를 두는 것이다. 매튜 본은 그 격차를 반전으로 해결한다. 그 반전은 대략 엘리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돌리는 식이다. 전후 맥락, 핍진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객의 뒤통수만 후려친다. 이건 ‘소설이란 현실의 차이’를 치밀하게 설계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엘리의 과거를 다루면서 모든 것을 무너진다. 그렇게 어두운 전사(前事)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 그녀가 아는 것이 그리 위험하다면서 어떻게 유명 작가 겸 인플루언서가 되도록 당국이 내버려 뒀는지 모르겠다.
헨리 카빌을 ‘별난 머리모양’ 외에 아무런 개성을 주지 않은 데서 메타 영화에서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물로 격하시킨다. 매튜 본은 《킹스맨 2》,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처럼 캐릭터에 대해 아무런 애정을 품지 않았다. 극 중 에이단과 엘리는 실존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엘리의 고난을 그녀의 소설 캐릭터 ‘아가일(헨리 카빌)’의 줄거리를 따라갈 뿐이다. 극 중 아가일의 행동은 스파이 영화를 패러디로 그 대사와 유머 모두 007시리즈의 메타 텍스트들을 비튼 것이다. 이건 《킹스맨 1》과 동일한 연출 방식이다. 영화는 ‘현실’ 장면을 기본으로 삼는데, 그 농담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실제 스파이 에이단도 소설의 캐릭터 아가일과 별다르지 않은 농담을 구사하며, 악당 리터(브라이언 크랜스턴)는 007시리즈의 빌런 판박이다. 그리고 사무엘 L. 잭슨은 그가 출연한 〈롱 키스 굿나잇〉을 연상시킨다. 결론적으로 《아가일》은 패러디와 반전의 연속이며, 모든 이야기가 맥거핀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80년대 액션 스릴러의 찬가(?)
매튜 본은 이 영화를 《다이 하드》와 《리썰 웨폰》과 같은 1980년대 액션 스릴러에 대한 찬가라고 설명한다.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액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액션도 그린 스크린에 의존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액션 근처도 못 간다. 폭발 장면을 전부 CG로 그렸는데 실제 폭약을 터뜨리는 80년대 액션 영화랑 결이 다르다.
요즘 블록버스터들이 너무 남용한 《가오갤》의 올드팝과 레트로 액션의 조합은 이제 식상하다. 아리아나 더보즈와 보이 조지, 나일 로저스가 함께 부른 주제가 “Electric Energy”, 데이비드 보위의 Let’s Dance, 배리 화이트의 "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같은 디스코 트랙 위에 CG 액션을 펼치는데 정말 흥이 안 났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계속 나오는 반전 때문에 몰입을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또 형형색색의 연막탄은 〈킹스맨 1〉의 재활용이 아닌가? 첩보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아이디어는 고갈되었다. 매튜 본은 벌써 5편째 〈킹스맨 1〉의 공식을 반복했다.
★★ (2.0/5.0)
Good : 흥겨운 오프닝
Caution : 상상력의 빈곤
●2017년 《킹스맨 2》를 관람하기 전까지 매튜 본은 최애 감독 1순위였다. 그의 매너리즘이 너무 안타깝고 차기작은 첩보물이 아니길 희망한다. 매튜 본이 첩보물을 애정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양아버지 로버트 본이 이언 플레밍(007의 원작자)과 함께 일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는 원작자 엘리 콘웨이(Elly Conway)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녀의 존재에 대한 유일한 증거가 게시물이 없는 인스타그랩 계정과 그녀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두 줄짜리 약력이기 때문이다. SNS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가일 패턴의 패션을 많이 소화했다는 점, 그리고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원작자라는 설을 주장했다. 영화에서 콘웨이 역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아가일이 스위프트에게 "무의식적으로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루머에 참다못한 감독은 해외 매체 롤링스톤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가일'의 저자가 아니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