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먼저 빛을 발한 배우 황정민은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스며들었고, 곧 송곳처럼 뾰족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과연 한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맞나 싶을 만큼, 드라마와 스릴러, 멜로와 액션에 이르기까지 황정민의 종횡무진 활약이 시작됐다. 매 작품 진심을 다하는 황정민의 연기는 관객의 믿음을 이끌어내기 충분한 것이었다. 2년 연속 '천만 영화'의 신화를 일궈낸 것은 절대 행운이 아니다.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과 모든 캐릭터의 본질을 꿰뚫는 내공, 여기에 항상 진정성을 잊지 않는 그의 노력이 만들어 낸 당연한 결과다.' -CGV 피카디리 1958 - 2010년대 명예의 전당 배우 선정의 코멘트-
황정민은 배역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으며 흥행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스타 배우이다. 최민식, 송강호와 함께 남자배우 트로이카로 꼽히고 있다. 우선 소탈한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의 호감을 산다. 관객이 방심한 순간에 변화무쌍한 연기톤을 오가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2팀 형사로 관객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접대한다. 평소에는 단순 무식하고 능글맞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불의를 보면 온몸으로 들이받는 정의의 형사 캐릭터, 사건의 전말을 듣고 단독으로 재벌 3세 조태오를 수사하는 베포에서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액션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범죄자를 최단 시간 내에 제압하는 호신술 위주로 싸운다. 성룡의 주변 사물을 활용하거나 홍금보식의 우월한 맷집이 돋보이는 점은 류승완 액션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황정민의 최고 흥행작,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 필름의 〈국제시장〉이 우리네 아버지의 ‘삶’을 다뤘다. 6.25 전쟁, 파독 광부, 월남전,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1930년대에 태어난 한 남자의 일생을 보여준다. 꿈은 많았지만, 후에 돌아보니 인생에 본인의 삶은 없었던 덕수의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다양한 역할을 한 편에서 팔색조처럼 연기한 황정민은 〈국제시장〉을 기점으로 흥행배우로 우뚝 서게 된다.
돈 안 되는 사건을 도맡아 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주영작은 아내에게 싫증이 단단하게 나서 바람을 피운다. 내연녀와 같이 여행을 다녀오며 생긴 차 사고로 인해 주정뱅이 우편배달부의 아들을 뺑소니 해 원한을 사면서 가정은 파국에 이른다. 그런데 그 내연녀도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다.
황정민이 주로 블루컬러를 연기한 데 반해 줄곧 댄디한 차림새의 주영작은 감정이 결여된 인간처럼 보인다. 그는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무덤덤한 연기로 일관한다.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파국에도 불구하고, 아내 은호정(문소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서 대한민국 엘리트 계층의 위선을 드러낸다.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조연상
〈쉬리〉에서 단역을 맡은 걸 제외하곤 황정민은 극단에서 10여 년간 활동했다. 연극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은 그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빛을 발한다. 밤무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다. 밴드의 드러머로 캐스팅된 황정민은 잠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단 두 달 만에 드럼 연주를 마스터했다고 한다.
대종상 남우주연상
암호명 '흑금성'으로 불리는 박석영은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전출되어 사업가로 위장해서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한다. 북한의 외화벌이 담당 리명운(이성민) 처장과 함께 우정과 의심 사이의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황정민은 이 작품에서 이성민과 불꽃 튀는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화면에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것만으로 극의 분위기가 달라질 정도였다. 〈공작〉으로 배우로써는 역대 여섯 번째로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했다. 주연으로 한정할 경우, 송강호, 하정우에 이어 3번째로 1억 관객 수를 돌파한 주연 배우가 되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 대종상 남우조연상
〈YMCA 야구단(2002)〉이후 줄곧 주연으로 활약하던 황정민은 특별출연한 작품이 있다. 분량은 적지만, 찢긴 입고리의 백 사장 역할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명대사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라는 〈달콤한 인생〉을 상징하는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훗날 이 인물을 업그레이드한 게 바로 '정청'이라고 한다. 여담으로 엔딩곡 〈A Honeyed Question〉은 황정민이 직접 불렀다.
〈국제시장〉으로 천만 배우로 거듭난 이후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으로 줄곧 정형화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황정민은 〈곡성>에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였다. 황정민이 맡은 무속인 일광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효진(김환희)을 위해 굿판을 벌인다. 일광은 악의 근원으로부터 마을에 도는 소문과 그 소문으로 인한 종구(곽도원)의 의심을 증폭시킨다. 특히 15분간 롱테이크로 촬영된 굿판 장면은 당시 그가 접신(接神)할 것을 우려해 실제 무속인들이 참관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청룡 영화제 남우주연상
황정민 특유의 순박한 인간미가 잘 발휘된 작품, 서른여섯 살 노총각 농부 석중은 마을에 온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에게 첫눈에 반해 수많은 역경을 함께 헤쳐가면서도 결코 그녀의 손을 놓지 않는다. 황정민은 석중의 일편단심 순애보를 보여주기 위해 20kg 감량과 증량을 반복했다. 황정민과 전도연 두 배우는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이때 겸손한 수상 소감, 이른바 '밥상론'은 이후 수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군부 사조직 하나회의 수장이자 반란군의 수괴이다. 김성수 감독은 애초에 연출 의뢰를 거절했다. 왜냐하면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비춰질 까봐서다.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인간적인 요소를 차단하여 ‘저 경지에 도달한 배우는 이것까지 차단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탐욕의 화신으로 권력에 탐하는 야비함과 졸렬함을 강조했다. 하나회 앞에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만, 친구 노태건 앞에서는 도와달라고 초초해 한다.
이름에 광(光)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명에 유념하시고 감상하시면 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로드 무비, 2002〉의 대식
〈사생결단, 2006〉의 도경장
〈행복, 2007〉의 영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의 황정학
〈부당거래, 2010〉의 최철기
〈댄싱 퀸, 2012〉의 황정민
〈전설의 주먹, 2013〉의 임덕규
〈아수라, 2016〉의 박성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0〉의 김인남
〈수리남, 2022〉의 전요환
청룡 영화제 남우주연상
겉으로는 사람 좋은 모습을 보여도 뒤로는 경쟁자를 냉혹하게 제거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극본상의 정청은 훨씬 냉혹한 인물이었으나, 황정민이 인간적인 면을 가미하여 더욱 복합적인 캐릭터로 해석했다.
전 북대문파 두목이자 현 골드문 그룹 전무이사이다. 여수의 동네 건달에서 전국구 조직의 실세가 되기까지 6년밖에 걸리지 않은 상당히 비범한 인물이다. 초반엔 까불거리고 경박스러운 시정잡배와 같지만, 자신을 이 자리에 오르게 해준 이자성을 친형제처럼 지냈다. 중반엔 중국 삼합회를 상대하며, 유통과 건설로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실세의 면모는 보인다. 또한 마지막에는 의리와 우애를 위해 자성의 배신을 눈감아주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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