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t Of The Apes Movie, Ranked
혹성탈출 시리즈는 〈스타워즈〉, 〈스타트렉〉와 더불어 성공적인 SF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진화론과 퇴화론의 충돌'을 주제로 종교와 역사왜곡을 통한 프로파간다, 종의 전쟁, 인류의 몰락, 계급 계층화, 과학 오용과 같은 주제를 매혹적이고 우화적인 방식으로 탐구했다. 〈터미네이터〉, 〈매드맥스〉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기초를 제공했다.
혹성탈출의 원작은 프랑스의 SF 작가 피에르 불이 1963년에 출간한 동명소설이다. 우주선 여행자가 발견한 메시지라는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준광속 우주선을 타고 가던 진과 팰리스가 우연히 윌리스 메루라는 인간이 남긴 일기가 담긴 유리병을 우주 공간에서 발견한다. 그 일기에는 동료들과 우주를 탐사하던 그는 베델게우스 태양계에 '소로르'라는 행성에 착륙하며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이며, 인간들은 노예처럼 부려진다. 원작에 유인원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된 이유도 나오지 않고, 전개상 비약도 많은 편이다. 과학적 논리에 따르기보다 허버트 조지 웰즈의 영향을 받은 정치 풍자물에 가깝다. 1968년 첫 번째 영화는 액자 구성을 버리고 원작에서는 20세기 수준이었던 유인원 문명을 퇴보시키고 결말을 바꿨다. 혹성탈출은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이 성공은 예상치 못했던 시리즈의 시작이 된다. 네 편의 속편, 코믹스,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리메이크, 리부트 3부작까지 지난 56년간 프랜차이즈는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기술적 경이로움과 풍부한 의인화, 매혹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최하작마저 흥미롭고, 최고작은 상징적이다.
마지막 혹성탈출 영화 이후 7년이 지났고, 할리우드의 다른 IP와 마찬가지로 속편 제작을 쉬지 않았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이 개봉을 앞둔 지금, 모든 프랜차이즈 작품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되돌아보도록 하자!
리메이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혔다.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레오 데이비슨 대위는 무색무취이며, 그나마 아리(헬레나 본햄 카터)와의 묘한 성적 긴장 정도가 흥미진진하다. 원작소설이 가진 인간과 유인원의 주종관계를 신랄하게 뒤집으며 풍자의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결말도 1968년작에 비하면 소설에 더 가까운 편이다.
리메이크의 좋은 부분은 프로덕션 디자인과 특수 효과이다. 유인원 문명은 색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장과 의상은 오리지널 5부작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이다. 유인원과 인간의 관계는 미국 남부 백인과 흑인 노예의 관계와 비슷하다. 팀 버튼은 문명에 대한 회의와 핵에 대한 공포를 근간으로 한 오리지널과는 달리 ‘인종차별’의 메타포가 기저에 깔려 있다. 진지하고 심각했던 오리지널에 비하면 유인원의 태도가 희극적이며, 유인원 사회 역시 인간 세상을 익살스럽게 변주하고 있다.
2편 《지하 도시의 음모》은 흥행에 고무된 20세기 폭스사의 독촉에 따라 불과 1년 만에 개봉했다. 두 번째 우주비행사 '브랜트(제임스 프랜시스커스)'가 전편의 주인공 '테일러(찰턴 헤스턴)'를 찾아 또다시 유인원 행성에 추락하고, 비슷한 모험을 겪는다. 거의 2편과 동일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자기 반복적인 속편이라 할 것이다.
후술할 이유로, 시나리오가 계속 수정되는 바람에 이야기가 한데 모이지 못하고, 첫 번째 영화의 핵심을 되찾는 데 실패한다. 유인원이 지능을 얻은 후 호전적으로 변하고, 인류와 함께 무지로 인해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는 비유는 속편을 원치 않았던 찰턴 헤스턴의 의지가 담겨 있다. 찰턴 헤스턴은 자신의 캐릭터가 죽었을 때만 속편으로 돌아오는 데 동의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종말론적 결말을 주장했다. 초안에는 테일러와 원숭이 부부의 도움으로 인간들은 탈출하게 되고, 후일 유인원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의 인류의 구원자로 전승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종종 프랜차이즈 최악으로 기억되는 5편《최후의 생존자》는 흥미롭지만, 제작 목표를 놓쳤다. 줄거리는 핵전쟁으로 인류는 멸망했고 인간은 원숭이들의 노예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지구의 미래는 1편과 동일한 길을 걷게 될 참이지만, 시저의 포용 정책은 인류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해진다. 즉 과거를 바꿈으로써 정해진 미래 역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시리즈 특유의 철학으로 마무리된다.
흥행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분장과 특수 효과가 열악해지고, 액션도 클라이맥스 외에 등장하지 않는다. 《최후의 생존자》의 진짜 문제점은 2막부터 영화가 산으로 간다는 거다. 다시 말해, 오프닝과 엔딩에 비해 중반부가 아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5편은 시저와 그의 가족을 따라가며 그의 통치하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헤쳐 나가는 대목은 훗날 〈반격의 서막〉와 〈종의 전쟁〉에 느슨하게 리메이크된다. 여담으로 거장 존 휴스턴이 출연해서 해설자로 등장한다.
《노예들의 반란》은 오리지널 5부작 중 가장 어둡다. 시저는 서커스단 단장에 의해 키워진다. 갑자기 유행한 바이러스로 개와 고양이가 멸종하게 되고, 대신에 인간들은 원숭이를 애완동물 겸 노예로 키우기 시작한다. 시저는 핍박받는 유인원들을 주동해 결국 혁명을 성공시킨다. 전편에 이어 메시아론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였으며, 훗날 리부트 3부작에도 이런 경향은 계승된다. 덧붙여 코넬리우스와 시저 역을 맡은 로디 맥도웰 배우는 3편 연속 볼 때마다 경이롭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항상 정치·사회적 논평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노예들의 반란》이 가장 노골적이었다. 〈케이프 피어〉, 〈나바론 요새〉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J. 리 톰슨은 의도적으로 민권운동과 1965년 와츠 폭동을 반영했다. 당시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뉴스 보도를 인용하기 위해 촬영한 시퀀스를 포함시켜 시의성을 높였다. 유인원이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알레고리적 대리자라는 점은 오늘날에는 불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각 종족이 과거의 과오로 빗어진 타 종족에 대해 갖는 적개심은 SNS 혐오 문화에 대한 경종이다.
시저 3부작이 막을 내린 후, 7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는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300년 후의 미래로 건너뛴다. 주인공 '노아(오웬 티그)'은 선조의 왜곡된 가르침에 의문을 품게 되고, 인간에 대한 동정심을 키운다.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인간과 유인원 간의 공존과 유산 승계를 테마로 삼았다. 수렵·채집의 평등사회에서 농경과 정착생활의 계급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배경으로 계몽과 교화, 이데올로기와 신념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요구한다. 지식의 계승이라는 대전제 아래 내적인 성장을 외적인 모험으로 전환되며, 캐릭터가 우리의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다만 속편을 위한 빌드업 때문에 여러 면에서 손해를 봤다. 《아바타》제작진이 참여한 비주얼은 깊은 인상을 남기나 스펙터클이 부족하다. 가장 큰 손실은 이 시리즈의 출발이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상상하는 데에 독보적이었는데, 이제는 여타 블록버스터랑 비슷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2편이 재정적 성공을 거두자 폭스는 후속작을 준비한다. 전편의 결말이 속편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 여행으로 이 난관을 헤처나간다. 코넬리우스(로디 맥도월) 박사와 지라(킴 헌터) 박사는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 테일러의 우주선으로 탙출하고 1973년 미국에 불시착한다. 처음에 인류의 환영을 받았던 유인원은 탄압을 받게 되고, 인간을 불신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편집증은 냉전 당시에 매우 시의적절했다, 1편의 서사를 역으로 적용하면서 주제를 한층 발전시킨다. 유인원 부부는 죽기 전에 ‘시저’를 낳고, 동물원에 안전하게 숨겼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파멸을 초래했다. 시저는 지능 있는 유인원의 시초가 되어 혹성탈출의 역사를 쓰게 된다.
《제3의 인류》은 부조리한 버디 코미디와 신랄한 사회 논평을 동시에 시도했다. 특히 유인원 부부가 유명해지면서 벌어지는 셀럽 문화에 대한 풍자는 흥미롭다. 그러나 3편은 기술적 한계와 저예산 때문에 '인종 갈등'이라는 주제에 더 많이 머물렀고, 추격전은 엉성하게 처리되었다. 의도치 않게 과거와 미래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영화의 컨셉은 〈터미네이터〉,〈백투더퓨처〉에 결정적인 힌트를 남겼다.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이 벌이는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고 유인원의 ‘출애굽기’이다. 이 작품은 4편 〈노예들의 반란〉을 훨씬 더 나은 해석으로 자신감 있게 밀어붙인다. 알츠하이머 치료용으로 개발되던 ALZ-113(유인원 독감)이 의도치 않게 인류와 문명을 퇴보시켰다. 사람에게 치명적이나 유인원에게 부작용 없이 지능을 높였던 것이다.
영화의 아쉬운 점은 주인공이 시저가 아니라 윌 로드먼 박사(제임스 프랭코)이라는 거뿐이다. 속편에서 시저를 위해 윌을 배제한 이유가 있다. 영화에 시저가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쳤다. 더군다나 유인원의 지도자로 떠오른 시저의 자신만만함이 윌의 자만심보다 더 강렬했다. 시저 역의 앤디 서키스는 모션 캡처 액션과 CGI를 통해 놀라운 수준의 심리 묘사를 연기해 냈다. 이렇듯 《진화의 시작》은 혹성탈출 시리즈가 나아갈 수 있는 너비와 범위를 가져다줬고, 즉시 관객을 사로잡아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은 고전의 동어반복이 아닌 "훌륭한 우화"로의 위대한 진화를 거듭한 프리퀄의 정수다. 인간들의 실험으로 지능을 얻게 된 침팬지 시저를 주인공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바닥부터 차근차근히 쌓아 올린다. 1968년 오리지널에서 유인원과 인간을 언어로 구분했듯이 프리퀄도 '언어의 발달'로 유인원의 진화를 묘사한다.
《반격의 서막》은 서부극이 다루던 ‘문명의 충돌’을 그릴뿐 아니라 서부극의 주제인 ‘정치적 갈등’을 유인원 사회의 분열로 확장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수준으로 유인원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평화와 무력을 놓고 다양한 유형의 인간(과 유인원) 군상으로부터 발생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복잡성을 보여준다.
시저와 코바의 대립은 이제껏 '인간 vs 유인원' 구도를 무너뜨린 혁명적 시도로 극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이끈다. 이같이 인간과 유인원의 위치를 역전시켜서 탐욕과 질투, 그리고 폭력이 ‘문명화된 생물의 본질’ 임을 명시한다.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은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일대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인 앤디 서키스를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하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의 실수다. 어쨌거나 《종의 전쟁》은 ‘영웅의 퇴장’과 ‘인류의 멸망’을 거울상처럼 나란히 병치한다. 그동안의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아니라 시저의 내적 갈등과 사적인 여정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가족을 잃은 복수심 때문에 〈반격의 서막〉에서 인간의 멸종을 주장하며 자신과 충돌했던 코바의 심정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혹성탈출' 시리즈의 핵심 논제는 유인원이 아닌 인간 스스로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이후 모든 속편들이 이 주제를 다루며 다양한 성공을 거뒀다. 《종의 전쟁》은 양 진영의 지도자의 모습에서 승패가 판가름 난다. 맥컬러 대령(우디 해럴슨)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버리자고 주장한다. 반대로 죽음을 불사한 시저는 인간보다 더 숭고한 인류애를 실천하며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아카데미 특별상(존 챔버스-분장)
인류의 어리석음을 놀랍게 반영한 문화적 고전으로, 프랜차이즈의 표준을 제정했다. 1960년대에 출현한 <혹성탈출> 시리즈는 미래 사회에서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원작소설 속 유인원들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세상이라는 아이디어를 당대의 핵전쟁 공포와 결부시켰다. 인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이기심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평화와 공존이야 말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반전을 제외하더라도 대중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설퍼 보이지만, 20세기 폭스는 스타 찰턴 헤스턴과 할리우드의 1급 기술진을 모조리 끌어와 만든 A급 대작이었다. 더불어 존 챔버스의 특수분장 역시 당시로서는 손꼽히는 수준의 성취를 자랑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부문이 따로 마련된 것은 1982년인데, 그보다 무려 13년 전인 1969년에 존 챔버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특별히 분장 부문 특별상을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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