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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7. 2024

범죄도시 시리즈 영화 순위

The Roundup series

범죄도시 시리즈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시원시원한 주먹맛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사이다를 선사한다. 배우 마동석이 직접 제작과 기획, 각색, 주연을 맡은 영화 시리즈다. 마동석은 금천경찰서 강력 1반 부반장인 윤석호 형사가 해결한 실제 사건들을 영화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영화 시리즈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수 3천만 명(1편이 688만 명, 2편이 1269만 명, 3편이 1068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인기를 자랑한다. 




#4 : 범죄도시 4 (THE ROUNDUP : PUNISHMENT·2024) 허명행

《범죄도시4》은 기시감의 연속이다. 3편에서 지적받은 빌런과 조력자에게 신경을 쓰긴 했다. 범죄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디지털 범죄를 다루고 있으나, 소재를 그저 바보 개그와 농담 따먹기로 활용한다. 범죄를 제대로 그리지 않으니까 광수대의 김만재, 양종수, 사이버수사대의 한지수와의 공조수사가 제대로 다뤄질 리 만무하다. 그리고 백창기와 마석도의 대립구도는 중반 이후에 뒤늦게 형성된다. 그렇게 해야만 지능형 빌런으로 홍보된 ‘장동철’(이동휘)에 두뇌를 쓸 일을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동철은 과묵한 성격의 '백창기'(김무열)의 대변인이거나 아니면 내분을 일으키는 용도로만 쓰인다.


범죄만 빠졌는가? 도시도 빠졌다. 희생자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형사로서의 고충을 담으려고 하나 극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한다. 엉성한 편집과 미숙한 대사처리, 덜컹거리는 페이스(전개속도)로 인해 감정선이 헝클어졌다. 4편 드라마의 핵심인 마석도의 직업적 회의가 겉돈다는 얘기다.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마석도가 많이 얻어맞고, 3편의 과장된 효과음과 파워를 덜어내서 액션의 쾌감이 줄였다.


근원적으로 시나리오에 책임을 물어야 될 것 같다. 줄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개그마저 장이수(박지환)에게 몰아줌)했지만, 편의주의적 전개와 식상한 유머만 반복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물들에게 동기와 배경이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야기할 게 없다.  


그나마 백창기에게 칼리와 무에타이 기술을 부여했다는 차별점뿐이다. 가만 보면 백창기 캐릭터는 2편의 강해상(손석구)이 자꾸만 연상된다. 동남아에서 활동하던 칼잡이가 한국으로 건너와 마석도와 붙는다는 백스토리마저 비슷하다. 이런 점 때문에 백창기는 슈퍼 빌런이지 현실에 존재하는 범죄자로 보이지 않았다. 8편까지 다 보고 싶은 팬으로서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3 : 범죄도시 3 (THE ROUNDUP : No Way Out·2023) 이상용

3편은 흥행을 고려해 폭력의 수위를 낮추고, 본격적인 가족영화로 탈바꿈한다.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1, 2편이 악당이 사건을 주도하는데 반해, 3편은 마석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제는 단서를 얻는 수사방식이 주먹 한방이다. 기발한 추리나 알리바이, 미스터리 그리고 범죄의 해악이 생략되어 있다. 1편의 시장 상인, 2편의 기업 총수 같은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아 범죄가 피부에 체감되지 않는다.

  

악당을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로 나누다 보니 수사 방향이 양분화되어 서사가 난잡해졌다. 주성철이 왜 부패 경찰이 되었는지, 일본 야쿠자가 얼마나 사건에 개입되어 있는지가 생략되어 있다. 극 중 모든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지에 대한 당위성이 선악 대결뿐이다.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니까 범죄를 저지르고, 착한 놈은 착한 놈이니까 악당을 때려잡는 것이다. 또 ‘초롱이’(고규필), ‘양호’(전석호)의 유머 타율은 높았으나, 가벼워진 분위기가 극의 긴장감을 상쇄시킨다.


유일하게 칭찬할 구석은 시리즈 최고의 액션이다. 복싱을 오래도록 수련한 마동석 배우에게 권투의 스탭과 회피 기술을 극 활용해서 짜임새 높은 연속적인 액션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3편은 주인공에게 전부 몰아주는 바람에 카타르시스도 줄어드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2 : 범죄도시 2 (THE ROUNDUP·2022) 이상용

시리즈 공식이 확립된 작품, 우선 액션 구성에서 개선되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일 대 다 장면에서 매우 촘촘한 액션 설계가 빛난다. 단체 액션에 공간별(화장실, 거실, 부엌)로 세부적으로 합을 짰다. 그리고 와이어를 통한 리액션을 극대화하고 주변 기물을 활용한 리액션도 훌륭했다. 효과음을 크게 키워 타격감을 살렸다. 그리고 유머의 대사 수준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실제 사건의 불편함을 줄여주고, 극에 이완을 가져줬다.     


마석도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무적히어로이다. 밸런스가 선역에 쏠리기 때문에 악역과 조연에 신경을 써야 했다. 이상용 감독은 강해상(손석구)을 섬세하게 다뤘다. '유아기적 소유욕'이라는 개성을 줌으로써 돌발변수를 심어놨다. 몸값을 받으려고 몸소 귀국하고, 직접 기업 총수까지 납치하는 대담함은 정말 징글징글했다. 또 전일만, 오동균, 강홍석의 금천서 강력반의 활약도 잊지 않았다. 3편에서 조력자의 활약이 전무했기에 더 두드러진다.

   

《범죄도시 2》가 프랜차이즈에 유산만 남긴 것은 아니다. 부채도 떠넘겼다. 누아르와 결별한 첫 번째 작품이다. 마석도는 정의의 히어로로 평면화되고, 장이수는 개그캐로 고정되며, 범인들은 사연과 개연성을 상실했다. 원인은 인물과 세계관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지 않아서다. 범죄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생략한다. 마석도도 조력자들도 영화적으로만 움직인다. 그렇게 리얼리즘과 거리를 둔 코믹 액션물로 전환되었다.


          

#1 : 범죄도시 (THE OUTLAWS·2017) 강윤성

이 영화로 마동석 자체만으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마석도를 보면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영화의 진주인공은 장첸(윤계상)이다. 그는 돈에 죽고 산다. 돈을 위해서라면 흉악 범죄를 일상처럼 저지른다. 만주를 주름잡던 흑룡파의 행동대장이라는 짧은 이력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흙수저 약자가 상승할 수 있는 방도가 범죄라는 현실의 은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실패자(루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된다. 사회구조의 모순이 빌런에게 리얼리즘을 선사한다. 가리봉동 주민들과 지역 폭력배들은 장첸 일당을 피해 경찰에 협력하는 모습에서 그 절실함이 느껴진다.    

  

작품의 플롯은 견자단 주연의 홍콩영화 〈도화선〉과 유사하다. 이민자 출신의 범죄조직이 악랄하게 범행을 통해 지역을 장악하고, 그들을 응징하는 주인공 구도가 빼닮았다. 마석도와 장첸의 최종 결투조차 〈도화선〉에서의 견자단과 예성의 격돌을 오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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