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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05. 2024

존 오브 인터레스트*사고하지 않으면 악마가 된다

《The Zone Of Interest·2024》노 스포 후기

①아우슈비츠가 생활 공간인 회스 부부

영화는 아우슈비츠 절멸수용소 담장 밖 빌라에 사는 한 지휘관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원작과 달리) 이곳의 지휘관인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그의 아내 헤트비히 회스(산드라 휠러)로 바꿨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회스 부부의 일상을 쫓는다. 흡사 연예인의 삶을 엿보는 관찰 예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글레이저 감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세트를 짓고서 10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서 원격 조종으로 운용했다. 배우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헤트비히가 정원에서 야채와 꽃을 가꾸며, 가정부는 집안 살림을 돕는다. 다섯 아이들은 수용소 옆 정원에서 해맑게 뛰어논다. 홀로코스트는 담장 너머로 보이는 감시탑과, 검은 연기, 소리로만 짐작할 뿐이다. 그러니까 홀로코스트를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홀로코스트를 보여주는 독창적 방식이 핵심이다. 


회스 부부에는 이곳에서의 삶이 직장생활이자 일상인 것이다. 수용소 옆 빌라와 회스 부부의 행적은 사료(역사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고증에 충실하다. 그들이 저지른 죄악은 청각적 심상으로 이미지화된다. 일상적인 소리 틈바구니에서 아우슈비츠의 참상이 섞여 들어가 있다. 이 영화의 미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②미학적 관점에서 이 작품은 왜 특별한가?

영화는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죄악을 보여주지 않지만,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죄악을 들려준다. 사운드는 전부 모노로 통일시켜 관객이 주인공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다. 그래서 카메라는 절대 인물에 다가가지 않는다. 클로즈업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한 연유는 회스 가족의 일상에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게 막는다.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여 동네 소녀가 밤에 아우슈비츠의 농지에 일하는 유대인들에게 음식을 남겨주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우오제치크라는 실존 인물이 포로들이 사과를 발견하고 먹기를 기대하고 가져다 놓은 실화를 반영했다. 그녀가 실제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유대인 작곡가 요제프 불프가 쓴 ‘햇살’의 악보를 발견한 것도 사실이다.


〈액트 오브 킬링〉가 연상되는 기침 장면이 나온 후에 글레이저는 이것이 과거의 일이 아님을 (영화적으로) 명시한다. 오늘날의 홀로코스트를 경고하는 결말에 다다르면 잔혹 행위를 묘사하지 않는 미학은 결국 '현상학적 환원(Phenomenological Reduction)'을 통한 자기반성으로 이끈다. 이 개념을 만든 후설에 의하면 경험이나 지각 등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들은 의식이라는 거울에 맺힌 상(象)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의식에 맺힌 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환원'이라고 불리는 사유 작용을 해야 한다. 기존의 선입견을 배제하는 한편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상 내면 또는 이면에 놓인 본질을 알아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회귀하고 반성하는 환원(還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팩트’조차 의식을 통해 자기 멋대로 왜곡한다는 것이다. 글레이저는 객관을 위해 잔혹 행위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회스 부부는 수용소에서 들여오는 비명 소리, 총소리, 시체를 태우는 연기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정원과 요트에 심취한다. 포로들에게서 압수한 금이빨, 보석, 모피코트, 시계로 치장하는 모습은 치가 떨린다.


⓷“사고하지 않으면 악마가 된다!" 

산드라 휠러의 소름 돋는 연기

회스 부부는 악마인데 왜 평범하지? 모든 평범한 사람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惡이 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다. 상부의 명령이니까 비판 없이 복종하면 평범한 사람도 죄악을 저지른다고 경고한다. 국제 형사재판 중에 이와 유사한 판례가 있다. 어떤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는 바람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간은 지능을 가진 동물이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다는 능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둔감하거나, 나의 이익과 충돌하기에 애써 모른 척 하고 살고 있지 않은지 영화는 되묻고 있다.


★★★★☆ (4.8/5.0) 


Good : 전시된 악(惡)

Caution : 가자 전쟁이 떠오름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소감 중에, 유태계인 조나단 글레이저는 '그들이 그때 무엇을 했는지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며, 가자 전쟁의 "비인간화"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호소하며 민간인 희생에 대해 비판했다. 소감을 말하며 손을 떨고 있었다. 극우 시오니스트였던 제작자가 보는 앞에서 한 발언이라 밥줄 끊길 각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청각적으로 온갖 끔찍함을 들려준다. 음향감독 조니 번은 유태인 수감자들이 기록한 600쪽짜리 문서에 입각하여 강제수용소와 빌라의 거리를 계산해 사운드를 꼼꼼하게 디자인했다. 


■제목의 의미는 나치 독일이 아우슈비츠와 그 주변 지역을 가리키는 단어로 관심이 아니라 금전적 이득 (독일어 ‘Interesse’)을 뜻한다. 이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Interest’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나치는 인근 농지를 강제로 빼앗고, 유태인에게 경작하게 했다. 그 농작물의 수익을 수취했기 때문에 이렇게 명명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이후 최고의 홀로코스트 영화라는 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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