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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밥 딜런이 무엇을 바꿨는가?

《A Complete Unknown·2024》후기

by T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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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은 기타리스트 엘리자 월드가 쓴 〈Dylan Goes Electric: Newport, Seeger, Dylan and the Night That Split the Sixties〉이 원작이다. 컨트리의 전설 ‘조니 캐시`의 전기영화 앙코르(Walk The Line)를 만든 적이 있는 제임스 맨골드는 밥 딜런의 초창기에 주목했다. 밥 딜런은 1997년에 발표한 30집 《Time Out of Mind》은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고, 빌보드 1위에 오른 2007년에 발표한 32집 《Modern Times》, 2020년에 발표한 39집 〈Rough And Rowdy Ways〉에서도 그의 창작열이 건재함을 알렸다. 그런데도 왜 60년대일까?


밥 딜런은 포크의 신이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티스트로 이름 높지만, 그의 별명 중에 시대의 목소리(The Voice of a generation)도 있다. 밥 딜런은 이전에도 포크가 존재했고,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저항음악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대중에게 알렸고, 대중음악에 저항정신을 일깨웠다. 포크는 물론 록 음악마저 60년대 내내 저항적 메시지를 견지한 것은 전적으로 그의 공로이다. 심지어 “밥 딜런은 모든 대중음악의 저항성에 대한 채권자”라고 규정한 평론가도 있었다.


영화는 밥 딜런(티모시 샬라메)이 무장적 자신의 음악적 우상인 우디 거스리(스쿠트 맥네리)를 만나러 뉴욕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포크계의 거물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의 도움으로 뉴욕 포크 클럽 공연에서 인지도를 쌓는다.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앨버트 그로스먼(댄 포글러)의 주선 속에 거대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와 전속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데뷔작 〈Bob Dylan〉을 발매한다. 그러나 관행대로 그의 자작곡보다 포크 고전 위주로 커버한 음반 구성에 아쉬움을 표했다.


밥 딜런 2집 표지로 당시 여자친구 수지 로틀로

1963년에 여자친구 실비아 루소(엘르 패닝)와 사귀고 있는 도중에 음악 선배인 조안 바에즈(모니카 바바로)로부터 행동주의 포크 음악에 눈을 뜨게 된다. 본인의 자작곡으로 만들어진 2집〈The Freewheelin' Bob Dylan〉은 (실비를 향한) 낭만적인 러브 발라드와 함께 케네디의 뉴프런티어, 베트남 전쟁, 평화 운동 흑인 인권 운동, 페미니즘 등 변화하는 시대상을 노래했다. 그중에서 반전 가요로 대학가를 주름잡은 'Blowin' In The Wind'은 피터 폴 앤드 메리(Peter Paul & Mary)가 다시 불러 히트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를 노래한 'A Hard Rain's Gonna Fall'은 3차 대전에 대한 공포를 드러냈다. 분명 불세출의 명반이지만, 통기타와 하모니카 그리고 딜런의 보컬만이 존재하는 '심심한' 포크 음반이었다.


1965년 7월 25일 저녁, 밥 딜런은 전기 기타를 들고서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참가해 'Like a Rolling Stone'을 열창했다. 그를 포크의 영웅으로 칭송했던 순수 포크주의자와 시민운동에 열성적인 청중들은 충격과 야유, 환호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딜런은 록 음악의 전반적인 지형과 흐름, 언어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앞장섰다. 포크 부흥의 종말, 포크 록의 탄생은 20세기 음악의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 가요가 본격적으로 세계적 흐름에 편승한 것도 따지고 보면 포크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세시봉으로 알려진 포크 음악은 우리 가요를 일신하고 80년대 밴드 붐, 90년대 랩 댄스, 00년대 아이돌로 이어지는 K팝의 계보에 맨 꼭대기에 올라와 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포크 부흥과 록의 부상, 기성 음악과 새로운 유행 사이의 긴장을 파고들어 문화적, 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탐구한다. 밥 딜런의 심리 묘사를 덜어내며, 그 빈 공간에 음악적 열정으로 채운다. 딜런의 예술적 진화, 블루스에 대한 애정, 포크 기득권층과 한때 그의 멘토였던 피트 시가와의 복잡한 관계, 대중음악을 영원히 바꿔놓은 혁신, 그 변화를 주도한 현장으로 안내한다.


★★★☆ (3.5/5.0)


Good : 온전히 음악에 집중한 음악영화

Caution : 관찰자 시점이 가져오는 빛과 그림자


●본작의 제목은 ’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에서 따왔다.


■밥 딜런은 당시 여자친구인 수지 로톨로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실비아 루소로 변경되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6집〈Highway 61 Revisited〉을 추천드린다.


■관람에 도움될까싶어 몇 자 더 적어요. 밥 딜런이 통기타 중심의 포크에서 전기 기타의 포크록으로 전환한 까닭은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다. 60년대 음악계가 주도한 정치적 행동주의와 저항을 멈추고 70년대 음악계의 화두인내적(內的) 탐구에 눈을 돌린 것도 시대를 앞서간 행보였다. 물론 포크 팬들에게 야유를 들었지만 이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는 70년대 중반까지 음악 신을 이끌다가 1990년대에 비평과 상업적으로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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