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뉴월드^실존주의적 영웅담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2025

by TERU
%EC%BA%A1%ED%8B%B4%EC%95%84%EB%A9%94%EB%A6%AC%EC%B9%B4%EB%B8%8C%EB%A0%88%EC%9D%B4%EB%B8%8C%EB%89%B4%EC%9B%94%EB%93%9C.jpg?type=w966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뉴월드》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34번째로 내놓은 작품으로 마블의 현주소를 나타낸다.


줄리어스 오나 감독은 1973년〈자칼의 날〉과 1967년〈한밤의 암살자〉 등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뉴월드》은 〈자칼의 날〉처럼 빌런 ’새디우스 로스 장군(해리슨 포드)`의 비중이 상당하다. 〈한밤의 암살자〉처럼 주인공인 ‘샘 윌슨(안소니 마키)’은 그 누구보다도 고독한 존재다. 영화는 외부의 적보다 자신이 왜 비브라늄 방패를 물려받았는지를 증명하려는 그 ‘진정성(authenticity)’을 우선시하는 실존주의적 영웅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줄거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아다만티움 광석을 맥거핀 삼아 2대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친구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 새디우스 로스 대통령이 연계된 음모를 파헤치는 개인적인 여정을 다룬다.

샘 윌슨은 슈퍼혈청을 맡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미국 정부가 2대 캡아로 낙점했던 존 워커가 슈퍼 혈청에 의해 타락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와칸다에서 개량해 준 윙슈트 외에 별다른 초능력이 없다. 액션에서 강화인간인 스티브 로저스 같은 탈인간급 능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팔콘 시절부터 주특기였던 공중전은 괜찮았지만, 격투 장면은 〈윈터 솔저〉처럼 짜릿하진 못했다. 그 평범한 육체로 레드 헐크를 상대하는 `짠함‘이 더 강한 힘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윌슨의 철칙이다. 1대 캡아 스티븐 로저스가 아이언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를 제치고 어벤저스의 리더가 된 것이 선함과 이타심, 희생정신이었던 것처럼 ’ 정신력`을 강조한다.


영화에 또 칭찬할 구석은 2대 팔콘, 로스 장군 같은 조연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서 매력을 어느 정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이 깎아먹는 아쉬운 구석도 많았다. 일단 갈등을 해소하는 스토리 측면이나 빌런을 제압하는 액션 양쪽 모두 너무 얼렁뚱땅이다. 액션은 팔콘답게 공중전을 할 때는 괜찮은데, 캡아로 보여주는 육상전은 스티브 로저스가 아무래도 떠오른다. 재촬영 이후에 후보정할 시간이 촉박해서인지 CG와 음향이 미흡하다.


그리고 스토리 측면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캐릭터와 서사가 파생적이다. 방대한 세계관에 짓눌려,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뉴월드》가 하는 이야기는 여타 MCU 작품의 후일담에 그친다. 즉, 딥 스테이트 음모론, 인종차별 이슈, 고립주의 외교 정책 등 첩보물에 어울릴 소재를 잔뜩 끌고 오지민 결국은 2대 캡틴의 정당성, 과거에 대한 반성 같은 개인적인 차원의 실존주의적 위기로 축소했다. 소코비아 협정의 〈시빌워〉, 프로젝트 인사이트의 〈윈터솔저〉처럼 세계 정세를 다룬 정치스럴러 소재를 개인 vs 개인의 대립으로 전환한 것을 반복했다.


비브라늄 방패의 무게를 고민하는 대목도 〈팔콘과 윈터 솔저〉의 연장선이다. 또 악역 캐릭터는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가져왔다. 로스 장군은 그렇다 쳐도, 새뮤얼 스턴스(팀 블레이크 넬슨)은 17년 만에 돌아왔다. 조력자들(호아킨, 이사야)은 〈팔콘과 윈터 솔저〉에서 가져왔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드라마와 전작을 챙겨봐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간략하게 소개해준다고 해도 캐릭터들이 낯선 관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마블 팬이라면 반가울 수 있지만 말이다.


★★☆ (2.5/5.0)


Good : 샘 윌슨은 방패를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

Caution : 방대한 세계관에 짓눌린 서사와 캐릭터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하나 나오지만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요번 美 대선의 화두였던 ‘딥 스테이트` 음모론이 떠오르게 하는 ’뉴 월드 오더`에서 부제를 변경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와 《시크릿 엠파이어》 코믹스에서 빌려온 부제목은 미국 국장 뒷면에 적힌 'Novus ordo seclorum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거의 그대로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어느 쪽 의미로 보든, 미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느낌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