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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의심의 영적인 여행

《Conclave·2024》후기

by T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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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는 교황청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되어 진행되는 교황 선출 비밀회의를 말한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차기 교황을 결정하기 위해 추기경단의 열띤 선거를 교황청의 궁무처장인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스)이 주관하게 된다. 벨리니 추기경(스탠리 투치), 트랑블레 추기경(존 리스고), 아그네스 수녀(이사벨라 로셀리니) 등이 이에 응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에 스토리는 따라 언급하지 않겠다. 완성도가 높아진 비결은 작가에게 있다. 정확히는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을 각색한 피터 스트로겐의 공로가 가장 크다. 스트로겐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도 그랬지만, 복잡한 플롯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접근성을 높였다.


종교영화 이기도 하지만, 가톨릭 배경의 〈웨스트 윙〉이다. 2천 년 넘게 행해진 교황 선출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추기경들은 즉시 파벌로 쪼개져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자신들의 견해를 대변하는 후보를 내세우는 한편, 더 많은 표를 얻도록 일종의 선거 캠페인을 펼친다. 《콘클라베》은 대의민주제에 대한 알레고리가 얇게 덧씌워져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눠 있고, 우리의 선거 정국과 유사한 점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콘클라베》는 정치를 비판하는 서브 텍스트에 집착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음모와 부패 속에서도 성직자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추기경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킨다. 그 가운데, 종교에 드리워진 신성함을 자연스럽게 해체한다. 엄숙한 신앙생활을 하는 추기경들이 그 믿음이 흔들릴 만한 사건과 마주한다. 특히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영리한 이중 장치

%EB%8B%A4%EC%9A%B4%EB%A1%9C%EB%93%9C.jpg?type=w966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과 같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맴돈다. 추기경을 고뇌하는 인간으로 묘사한 까닭은 무얼까?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논의를 숙고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어떤 규율은 지키고 어떤 관습은 버려야 할까? 어떤 비밀은 세상에 공개하고 어떤 비밀은 함구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는 열쇠는 로렌스 추기경이 자신의 신앙을 회의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은 내적으로는 신앙에 의문을 품고 있고, 외적으로는 자신이 표를 던질 적합한 후보를 찾는 것이다. 《콘클라베》는 두 가지 도덕적 딜레마를 검토하도록 이끌며, 그 개인적 투쟁을 교황 선출이라는 거대한 정치판으로 키운다. 로렌스는 한 명씩 후보자를 검증한다. 동시에 신앙을 저버릴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선종하신 교황이 콘클라베를 주관하도록 한 이유를 쫓는다.


두 가지 미스터리는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 검토된다. 방법론적 회의란 어떤 명제를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자명한 진리를 구하는 태도이다. 에드바르트 베르거는 이것을 미스터리로 치환한다. 우리가 긴장감 있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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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권을 놓고 경쟁하는 저속한 충동을 엄숙하게 그린 《콘클라베》는 결국에 ‘절대주의`를 허문다. ’내가 신의 대리인(교황)`이라는 독선적인 태도는 독선을 낳고 맹신에 의지한다. 기독교도라면 응당 하느님 이외에 섬겨서는 안 되지만, 우리나라 개신교회에서 목사 말씀에 절대시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영화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은 파시즘의 준동은 결국 절대주의가 낳은 산물이라고 경고한다.


영화는 우직하게 최선을 선택하라는 대사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트럼프, 윤석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엘살바도르 부켈레 같은 독선적인 파시스트들이 왜 득세했겠는가? 영화는 로렌스처럼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꼼꼼하게 공약을 검증하다 보면 적합한 후보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즉, 정치고관여층이 되어라는 뜻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퇴보한다. 이것은 ‘적`을 설정하고 혐오를 이용해 당선되는 윤석열주의를 제거하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덧붙여 볼커 베텔만의 신경 긁는 현악 스코어, 닉 에머슨의 편집, 수지 데이비스의 미술, 리시 크리스틀의 의상, 스테판 퐁탠느의 촬영 모두 최상의 폼을 유지하고 있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벌어지는 우리에게 금지된 세계로 안내한다. 물론 이것은 다 허구다. 하지만 메시지는 보편적인 울림을 갖고 있다.


★★★★ (4.2/5.0)


Good : 투표할 때, 데카르트적 회의가 필요한 이유

Caution : 3막의 반전은 지나치게 할리우드스러움


● 콘클라베의 어원은 라틴어의 cum, clavis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에서 유래하였으며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 메가박스 '2025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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