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성특급*클리셰를 제대로 요리하는 SF맛집

《Mars Express·2025》

by TERU
%ED%99%94%EC%84%B1%ED%8A%B9%EA%B8%89_3.jpg?type=w966
%ED%99%94%EC%84%B1%ED%8A%B9%EA%B8%89.png?type=w966
%ED%99%94%EC%84%B1%ED%8A%B9%EA%B8%89_1.jpg?type=w966

23세기,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뒤섞여 살아가는 화성의 수도 녹티스가 주 무대다. 사립 탐정 ‘알린 루비’와 그녀의 안드로이드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는 부유한 사업가 ‘크리스 로이 데커’에게 실종 사건 의뢰를 받게 된다. 사라진 이는 준 초우라는 이름의 명문 사립대학에서 인공두뇌학을 공부하던 여학생이다. 실종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로봇에 대한 비밀, 두뇌 공장, 그리고 부패가 드러난다.


《화성특급》은 〈블레이드 러너〉, 〈은하철도 999〉, 〈공각기동대〉 같은 레퍼런스가 선명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몇몇 이미지들은 다프트 펑크의 뮤직비디오 "Interstella 5555: The 5tory of the 5ecret 5tar 5ystem"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로봇들이 데이터(자아)를 업로드하는 장면은 〈웨스트월드〉같고, 〈은하철도 999〉처럼 화성으로 가는 ‘급행 편(익스프레스)’이 등장하고, 인간의 정신을 기계에 이식한 백업들도 은하철도의 기계 인간과 비슷하다.


제레미 페랭 감독과 로랑 사파티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을 살짝 비틀어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장면마다 레퍼런스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다. 그리고 주제도 사뭇 진지하다. 고도로 발달한 23세기임에도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가 나름의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욕망을 주체할 수 없으며 고통을 피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ED%99%94%EC%84%B1%ED%8A%B9%EA%B8%89.jpg?type=w966

영화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탐정인 알린 루비의 사생활은 엉망진창이지만, 직업정신은 투철하다.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 중인 그녀는 수사도중 스트레스를 받아 술병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23세기의 냉장고는 알코울 중독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잠금 설정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부사항이 인물의 개성을 더 돋보이게 한다.


외로운 그녀 곁에는 파트너 카를로스가 있다. 두 사람은 전우 사이로 통제 불능의 로봇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그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지만,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통해 안드로이드 몸에 홀로그램으로 그의 의식을 부활시킨다. 그의 정신은 여전히 카를로스이지만, 사이버네틱 독립체에게 인격이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딸을 사랑하지만, 전처는 그를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인권이 박탈된 카를로스는 당연히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으면 《화성특급》의 주제를 이해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화성특급》은 SF의 탈을 쓴 필름누아르이기도 하다. 여대생 실종 사건과 대기업의 두뇌 공장, 매춘과 같은 암흑세계 등 플롯이 마구 뒤엉켜 놓아 관객의 두뇌를 시험한다. 페랭 감독은 차곡차곡 아이디어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동시에 추격전과 총격전을 통해 서스펜스를 조율한다. 그 폭력 너머에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범인에 대한 단서가 제시되기에 관객의 흥미를 계속 붙잡아둔다. 손톱을 물어뜯을 긴장의 순간을 자아내며, 등장인물 중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인류와 AI가 공생하는 미래를 그리는 대다수의 SF 클리셰를 기분 좋게 배반한다.


수사를 통해 화성에 세운 인류의 전초 기지를 소개하고, 로봇과 관련된 범죄가 벌어지는 행성의 지하 세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고, 알린과 카를로스는 어두운 음모에 휩싸이게 된다. 《화성특급》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수사 과정에 대한 영화지, 수사 결과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수사를 집중력 있게 따라가면 스릴을 경험하고 지적인 자극을 제공받는다.


★★★☆ (3.5/5.0)


Good : 생각보다 독창적인 해석

Caution : 생각보다 참조가 많음


2023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국제경쟁 장편 우수상을 받았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로비*불편하고 안 웃긴 블랙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