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判·2024》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청년의 사건을 맡게 된 형사 출신 검사 ‘곽자호’(견자단)는, 이 건을 담당한 구백문(장지림) 변호사의 부당한 변호로 청년이 억울하게 기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홍콩에 마약을 유통하는 거대 조직이 그의 뒤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곽자호는 정의를 위해 목숨과 경력을 걸고 수사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제인 《오판(誤判)》은 말 그대로 잘못된 판결을 다루고 있다. 2016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10대 마자자(馬子子)가 그의 변호인과 로펌 간부에 의해 유죄를 인정하도록 종용받아 2차 피고인 홍치림의 혐의를 면책받은 실화를 다루고 있다.
61세의 마지막 액션 스타는 “무릎이 아파, 더 이상 범인을 잡기에는 늙었어”라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 1인칭 슈팅 게임의 미학을 차용한 오프닝 시퀀스부터 견자단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CGI를 영리하게 사용했다. 무술감독 타카하타 오이치가 이끄는 9명의 스턴트도 활용하며, 견자단과 자주 협업하는 다니가키 켄지와 유강이 액션 합을 짰다. 유강은 지하철에서 스크린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격투 장면을 완성했다.
형사 액션 영화와 법정 드라마를 결합하는 시도는 곳곳에서 충돌한다. 관료 사회에서 고립되는 정의로운 주인공 서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법정 장면도 영국식 사법시스템을 받아들인 홍콩 법적 구조를 자세하게 탐구하지도 흥미롭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피해자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장치로 일관한다. 악당 변호사에 대한 서사가 부족해서 빌런이 일차원적이다. 그리고 흑막인 마약왕은 일본인, 동남아 화교 등 중국인이 아닌 것으로 그려진다.
홍콩의 부당한 사법 시스템, 서민에게 과도한 변호사비용,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 문제 등 다루는 범위는 넒은데, 내러티브가 단수하고, 지나치게 극적으로 그리려고 한다. 다양한 장르 톤의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해서 전개상 편안하게 전환되지 않는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숨 쉴 공간이 좁아졌다. 피해자 마 씨와 그의 할아버지의 불행한 처지는 신파로 흘러가고, 멘토인 포정 (정칙사), 깐깐한 고등법원 허 판사(허관문), 법무부 수석 검사 양철립(오진우) 간의 대립/협력 관계는 홍콩식 의리와 형제애로 대충 퉁친다.
《열혈검사》을 변호하자면, 이것은 제작진의 책임이 아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홍콩 법조계 관행을 비판해야 하는데, 검열을 의식해서 표현을 모호하게 하거나, 여러 사회 문제를 끌고 들어와서 쟁점을 희석시켰다. 실제 제작에 최고인민검찰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정의를 추구하려는 주인공과 부당한 시스템과 부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찰, 법무부 소속 검사들, 용기를 낸 증인들 모두 응원하도록 짜여있다. 장르 간의 균형이 불안정하지만, 견자단은 형사 출신 검사로 주먹으로도 싸우고 법률로도 싸우는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조연들도 감독이 배우 출신이니까 더욱 편안하게 연기에 임한 것 같다.
그리고 액션 영화로 분량은 적지만, 무술 시퀀스마다 타이트한 액션 합을 잘 수행하며 재치 있는 방식으로 촬영되어 있다. VFX와 실제 격투 합이 적절히 배합되어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촬영 난도를 낮췄다. 이런 방식이 보급되고 발전한다면 새로운 액션 연출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검사와 달리 홍콩 검사는 으리으리한 대검찰청도 없고, 수사 지휘권도 없고 오로지 기소권만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검사는 기소만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허 판사의 입을 빌려, 사법 불신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엘리트가 저지른 잘못을 엘리트가 바로 잡는다는 자세야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겠는가.
★★★ (3.0/5.0)
Good : 사법불신을 통쾌하게 해소하고 정의를 실현함
Caution : 법정 스릴러로도 무술 영화로도 2% 부족함
●홍콩 박스오피스 역대 5위에 올라있다.
■견자단은 액션과 법정 스릴러 장르를 결합하는 도전에 대해 "사람들이 사건 자체의 현실감에 사로잡혀 갑자기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발길질을 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모션의 원동력으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액션을 할 때 관객은 그 뒤에 숨겨진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는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제가 원하는 반응과 동기화하여 주제 자체가 아닌 이야기에 흥분하고 감정적으로 애착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극 중 견자단이 자주 마시는 컵에 쓰인 문구인 "그 무엇도 내면에서 빛나는 빛을 흐리게 할 수 없다(Nothing Can Dim The Light Which Shines From Within)"는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1928-2014)의 명언이다. 그것은 어떤 외부의 힘도 사람의 영혼에 내재된 빛을 감소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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