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2025)》
《케이팝 데몬 헌터스》은 K-Pop 팬이든 아니든 즐겁게 해준다. 악령을 사냥하는 걸그룹을 주인공 삼아 퇴마물의 왕도를 걷고 있다. 오컬트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장점은 따로 있다. 케이팝 뮤지컬답게 테디, 도민석, 유한(IDO), 24, TWICE 등이 참여한 훌륭한 사운드트랙부터 리정이 담당한 안무, 서울의 풍경, 사천왕, 무당 집 그림의 지옥귀, 노장탈, 작호도 같은 민속적 요소 등 문화적 고증이 상당하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약간 부족하지만, 한국 문화를 이토록 세밀하게 다룬 할리우드 작품은 거의 최초가 아닌가 싶다.
매기 강와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작가진은 응원봉, 포토카트, 커플링, 팬 사인회, 주간아이돌, 컴백 등 K돌 문화를 배워가며 극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아직 입덕 중인 티도 역력히 났는데, 데뷔 1년차 신인 남돌이 5년차 선배 여돌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팬들끼리 경쟁하도록 호객하는 행위(합동 사인회), 그리고 유사 연애 감정 때문에 절대로 엮지 않는 남돌과 여돌을 커플로 엮는 묘사가 그러하다. 물론 스토리 진행의 편의를 위해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무당의 굿을 아이돌의 공연으로 현대적으로 가공한 점과 한국의 저승 세계관을 오컬트에 이식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황금 혼문‘은 한국인이 봐도 놀라운 무속신앙에 대한 연구가 철저했음을 반증한다. 조이의 무기인 신칼은 일본의 쿠나이와 다른 노리개로 확실히 국적을 인정하는 등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컵라면, 김밥, 떡볶이, 국밥 등 한식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엿볼 수 있었고, 수면바지, 웬만큼 친한 여성이 아니면 같이 목욕탕을 안 가는 것을 외국인이 어찌 알았을까 싶다. 물론 메기 강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상적인 곡만 몇 개 짚는다면 단연 〈오솔길 Path〉이다. 창법은 70년대 가요 느낌이 나지만, 장르는 60년대 두왑이다. 코러스 부분에 보컬로 화성을 높이 쌓아가는 화음은 K팝에 드물어서 신기하다.
두 번째로 언급할 노래는 입덕곡 〈Soda Pop〉이다. 2023년부터 남돌에게 유행 중인 `청량팝’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에서 아이돌 음악을 `버블검 팝‘이라고 부르는 것과 최근 우리나라 흐름을 중의적으로 해석한 곡으로 프로듀서의 의도부터 노리고 만들었다.
세 번째로 귀에 들어온 〈Your Idol〉은 괴마가 부르는 듯한 위험하지만 빠져들고 싶게 만든다. 그레고리안 성가 분위기를 곳곳에 집어넣어 OST에서 오컬트에 가장 최적화된 트랙이다.
〈TAKEDOWN〉은 레트로한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트렌디한 곡이며, 〈How It’s Done〉은 힙합의 색채가 강해서 그런지 공격적인 비트가 액션 시퀀스와 잘 어울렸다. 〈Golden〉은 2010년대 EDM을 바탕으로 테디의 블랙라벨 프로듀서들이 케이팝의 특징을 요소요소에 새겨넣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들었던 〈Free〉은 가장 K팝과 거리가 멀다. 로제가 작년 앨범에서 그렇게나 꿈꾸던 POP스러움이 이 곡에 집약되어 있다. 이 곡은 두 사람이 왜 끌렸는지를 밝혀준다. 루미가 감추고 싶었던 문양을 지우고 싶어하고, 진우가 죄책감을 털어내고 싶었던 공통점을 말이다. 그래서 가장 튀는 곡을 넣은 것 같다.
총평하자면, 와코리언이라고 할 만큼 문화적 고증이 뛰어나고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고, 중독성 있는 노래, 인상적인 성우 연기가 뒷받침되었다. 앞으로 우리 문화를 다른 나라에서 훌륭하게 재해석해주길 바란다.
★★★★ (4.0/5.0)
Good : 대한민국은 문화강국입니다.
Caution : 입덕하기 부끄러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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