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Boss·2025)》
'보스가 되길 원치 않는 조폭들'이 컨셉이 영화로, 원작은 장문강의 〈원스 어 갱스터(2010)〉다. 차기 보스 후보로는 중식당 미미루에서 잘 나가는 ‘순태’(조우진), 탱고에 열정을 불사르는 ‘강표’(정경호), 보스 부적격자로 낙인 찍힌 ‘판호’(박지환) 그리고 미미루 배달원으로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이규형)까지 가세하여 치열한 보스 ‘양보’ 전을 다룬 명절용 코미디 영화다.
《보스》는 2000년대 유행하던 조폭 코미디를 계승한 적장자다. 그래서 영화는 우직하게 욕설과 일상적인 폭력과 저질 개그를 일삼는다. 라희찬 감독은 “그저 조폭물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나 꿈으로 향해 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라면서 “각 캐릭터가 꿈과 딜레마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즉 본업과 부업의 괴리가 핵심으로 캐릭터 깊이를 확보하진 못하지만, 흥미를 끄는데는 성공한다.
기발한 초반 설정은 온데간데 없이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어 피로감을 쌓는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앙상블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갱스터 영화라기 보다는 명절 시즌을 겨냥한 가족 코미디이기에 전개는 착하다. “자신의 꿈이 아닌 식구의 꿈을 꾸는 사람이 보스가 돼야한다.”라며 서로들 보스의 자라를 사양하지만, ‘식구파’답게 ‘식구’를 위해 이 한 몸을 바친다. 결국 가족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의 딜레마를 지닌 조우진이 그러한 측면을 담당한다.
연기만 따로 놓고 보면 박지환은 〈넘버 3〉의 송강호를 참고했고, 〈두사부일체〉, 〈네 발가락〉 같은 국내 영화뿐 아니라 홍콩 영화 〈무간도〉 등도 패러디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전부 고전에서 빌려오고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려고 애쓴다. 드라마 〈피아노〉의 주제가인 캔의 '내 생애 봄날은'을 트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특별 출연한 배우들을 잘 활용했다. 특히 미미루의 배달원으로 위장한 경찰 이규형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생각하는 명연기를 펼쳤다. 이성민, 황우슬혜, 정상훈도 제몫을 한다. 그런데 오달수 혼자 진지하게 누아르 연기를 해서 유독 튄다.
장르가 코미디지만 "빵빵"터지진 않는다. 그것보다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는 직장인의 딜레마가 와닿았다. 예를 들면 요리사를 꿈꾸는 조우진이 프랜차이즈를 열겠다는 목표는 모든 자영업자들이 꿈꾸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또 식구파가 주로하는 밀수업이 중국의 e커머스에게 경쟁력이 뒤쳐진다거나 인공지능이 은행 대출 상담을 하는 장면은 AI를 반영한 것이라 관심이 갔다.
★☆ (1.5/5.0)
Good : 꿈을 접은 자들을 위한 대리만족
Caution : 20년 전 히트 공식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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