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Hail Mary(2026)》
눈을 떠보니 아득한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깨어난 중학교 과학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살릴 마지막 희망으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히 우주 한복판에서 같은 목적으로 온 뜻밖의 존재 ‘로키(제임스 오티즈)’를 만나게 되고 ‘그레이스’와 ‘로키’는 각 두 행성의 운명을 건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러 떠나게 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태양에서 기묘한 형태의 적외선 광선이 금성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선의 이름은 발견자의 이름을 본떠 만든 '페트로바선'. 그런데 이 페트로바선을 조사한 결과, 광선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그만큼 태양빛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감소량이 10%만 되어도 인류의 멸망은 확실한 상황이다. 급히 금성에 탐사선을 보낸 인류는 그 적외선이 외계미생물들이 태양빛을 흡수하여 축적했다 내뿜는 선의 집합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외계미생물이 빛에너지를 통해 물질대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아스트로파지(astrophage)'라는 이름이 붙게 되는 외계생명체는 주변 8광년 이내의 별을 감염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태양 및 이웃한 별들의 밝기가 모두 감소 중인 것으로 밝혀진다. 이들은 항성 주변에 서식하며 항성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하며, 대략 그 항성이 내뿜는 빛 에너지의 10%를 차단하는 수준까지 번식해 안정화 된다. 그런데 유일하게 11.9광년 떨어진 타우 세티만은 밝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인류는, 거기에 아스트로파지의 번식을 방해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주선을 만들어 타우 세티로 향하기로 결정한다. 이름은 ‘헤일 메리’호로 정했다.
헤일 메리는 미식축구 등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역전을 노리고 시도하는 도박성 작전이라는 뜻이며, 제목처럼 인류는 태양에너지 감소 문제에 대한 유일한 돌파구로써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주인공을 11.9광년 떨어진 행성계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한편, 항성 '40 에리다니'의 에리드 행성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엔지니어를 파견한다. 여기까지가 예고편의 내용이라 더 언급하지 않겠다.
2020년 3월, 라이언 고슬링이 참여한 가운데, MGM이 판권을 획득한다. 코로나로 제작이 지연된 김에 아마존은 드류 고다드가 각색을 맡긴다. 공동 제작사 소니는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 필 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를 투입한다. 세 사람은 앤디 위어 소설의 특징을 버디물로 재해석한다.
영화 『마션』처럼, 《프로젝트헤일메리》는 일종의 재난 스릴러로, 주인공인 과학자가 천체물리학, 생물학, 열역학 등의 여러 지식을 활용해 일련의 긴급한 문제에 적용하려 한다. 『마션』이랑 비슷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려 한다. 더욱이 외계행성 에리드도 함께 말이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영화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주인공이 난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주인공이 똑똑하다는 몇 가지 사례로 축소한다. 이성적 논리를 감성적 요소(정(情))로 대체하며 브로맨스의 미덕을 발휘한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밝고 경쾌하며 낙관적인 성격이지만 때때로 비겁한 겁쟁이로 인간적인 결함을 드러난다. 외계인의 눈높이에서 겸손하게 다가가는 친절한 성격이지만, 지구에서 관계에 서툴고 미숙함이 보인다. 언뜻 허당 같기도 하고 가끔 천재 같기도 한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긴다. 무기질로 이뤄진 외계생명체 ‘로키’와 조우하며, 공유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쌓인다. 관객으로 하여금 두 남자의 우정을 지켜봄으로써 저절로 호감이 쌓이게 된다.
고향별을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브로맨스는 상호 호기심과 고독에서 싹트는 과정을 제작진은 보여주려고 결심했다. 디지털 효과에 의존하거나 블루(그린)스크린 시퀀스로 액션을 평면화하는 대신에 아날로그 방식과 물리적 세트로 사실감을 살렸다. 예를 들어 ‘로키’는 애니매트릭스로 만들어 일종의 인형극을 떠올리는 사실적인 질감을 획득한다. 배경도 우주선 세트도 외계인도 실제 만질 수 있어 자연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찰스 우드, 음향팀의 에릭 아달, 말테 비엘러, 데이브 화이트헤드, 특수효과 책임자 폴 램버트, 외계인 분장을 담당한 닐 스캔런이 80년대 앰블린 영화, 대표적으로 〈E.T.〉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와 따뜻함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다.
촬영감독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듄 1,2〉에서 이러한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경험해봐서 그런지 화면에서 우주선의 구석구석까지 안내하며 구조적 정교함, 우주의 크기, 적막함을 필름에 담았다. 로드와 밀러는 스필버그식 휴머니즘을 살리기 위해 미술과 촬영, 다니엘 펨버튼의 음악까지 섬세하게 조율했다. 지구인과 에리디안이 처음에는 기본적인 손짓발짓(바디 랭귀지)에서 점차 번역 장치를 통해 더욱 복잡한 의사소통을 나누는 과정은 〈나는 솔로〉, 〈환승연애〉보다 더한 짜릿함과 도파민을 안겨준다. 유대감이 깊어지는 과정에 따라 시청각적 경이로움이 더욱 장엄하게 펼쳐진다.
고슬링은 사실상 1인극을 혼자 이끌어가면서도 밝고 경쾌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영화에) 불어넣는다. 다른 존재와 교류하며 지구에서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무언가를 상기한다. 좌절감을 계속 맛보면서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걸 장난기 어린 유머로 승화한다. 관객은 편안하게 관람하게 하기 위한 그의 연기는 내년 아카데미에서 좋은 결실을 맺길 희망한다.
고슬링의 진솔한 연기가 펼쳐지면서 스필버그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소설처럼 과학적 세계를 구축하지 않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는 마음에 들었다. 지구와 에리드, 두 세계의 종말을 막고자 매번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고슬링이 종말을 걱정하는 불안과 비애에 굴하지 않고 쿨하게 유머를 외치며 관객을 안심시키는 가운데, 매우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종지부를 짓는다.
밀러와 로드는 멸종을 코 앞에 둔 위기 상황에 버디 코미디를 시도하는 과감한 시도는 때때로 흔들리지만,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해왔던 업적을 복기하며 그 가르침을 실천한다. 그것은 균형감각이다. 영화는 영악할만치 계산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순수하다.
과학에 익숙치 않은 관객을 위해 부담스럽지 않게 덜어내고, 감성을 앞세우지만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신호만 보낸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함께 의논하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려는 노력하며 그들의 고향을 구한다. 인류 멸절의 순간마저 웃음을 짓는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가 전하는 용기와 우정, 창의성이 우리가 지금 같은 험난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관객의 어깨를 두드린다.
★★★★ (4.2/5.0)
Good : 천문학적 브로맨스와 따뜻한 정(情)
Caution : 러닝타임 때문에 축소된 원작의 진가
◆약 117분 정도의 분량이 IMAX GT로 촬영된 것이며, 기존 가장 길었던 덩케르크의 79분을 경신한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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