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7 17:20
드디어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대한민국 스케쥴은 막을내렸다.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크게 느껴지는 월드컵이었다.
특히 다른 월드컵때와는 달리 나이지리아전을 제외하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8시 30분, 11시 경기였기에 국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월드컵의 실적은 정말 좋은 수준이다.
비록 우리가 2002년 월드컵때 4강에 올라섰긴 했지만
전국민의 함성이 가득한 홈그라운드와
머나먼 타지의 그라운드에서의 차이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유난히 월드컵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많다.
감독에 대한 질타부터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질타까지 정말 종류도 다양하다.
그 이유는 아마 우리 선수들의 '실수'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
김남일 선수의 패널티라인 안에서의 강한태클,
염기훈 선수의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찬스 불발,
이동국 선수의 우루과이전에서의 마지막 절호의 찬스 불발 등
정말 눈에 띄고 결과에 큰 영향을 준 실수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과연 질타와 손가락질이 약이되어 우리 축구실력의 발전에 기여될까?
실수와 용서와 격려
조별예선전에서의 실수가 많긴 했지만
박주영선수같은 경우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만회할 기회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기에 모두 기쁨과 환호속에 잊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의 경기. 8강 진출을 앞두고 우루과이와 격전을 벌인 경기에서의 실수는
더이상 가려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 이번 실수의 초점은 '이동국 선수'에게 가지 않을까 싶다.
우루과이전에서 전반전 초반 어이없게 한 골을 먹히고 나서
우리나라는 맹공격에 나섰다.
정말 한때 점유율이 8:2 정도로 차이가 날 정도로 매서운 공격이였다.
이 공격속에서 황금같은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이 터졌고 역전승리가 다가오나 싶었지만
우루과이의 재반격에의해 실점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반격.
후반 교체된 이동국 선수에게 골키퍼와 1:1로 맞서게 되는 절호의 찬스가 오게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 골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1:2 패배.
우리는 아쉽게 16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이동국 선수는 2002 월드컵에 뛰지도 못하였고 2006 월드컵 때에도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그 후 마지막 2010 월드컵 출전.
겨우 38분 정도밖에 뛰지 못했다고 한다.
골을 멋지게 장식하여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었더라도 서운할 판에,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었고 기억될 모습이 '실수'이니 얼마나 아쉽고 슬플까.
이러한 모습을 두고 '비난과 질책'을 하는 사람과 '칭찬과 격려'를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냥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들만 봐도 이는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과연 실수에 대한 비난과 질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좀 더 잘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채찍질??
사람에게 마음과 생각이 없다면 그러한 채찍질이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마음과 생각이 있는 존재이다.
적당한 지적과 비판은 그가 긴장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는 있겠으나
이렇게 '결과'를 두고 막연한 비난과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절대 좋은 영향을 줄 수가 없다.
공부를 못한다고 욕하고 때린다고해서 점수가 오르겠는가?
어느 정도는 오를 수 있고 어쩌면 엄청 오를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오른 점수로 진정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행복을 느낄 수도 없고 말이다.
기계같이 훈련당했을 뿐이기 때문에.
반면 칭찬과 격려는 어떨까?
실수를 해 자괴감에 빠져인는 사람에게
칭찬과 격려는 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뜨겁게 불타오르게해줄 자극제일 것이다.
나를 예로 들어보자면
지금까지 집안에서 공부와 성적으로인해 혼이나고 질타받은 적이 거의 없다.
간혹 잔소리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처음으로 등수가 나열되는 시험을 접하게 된 때였고 당시 공부를 즐겨하지도 않았다.
1학기 중간고사는 전교 99등.
못하는 등수는 아니였지만 잘하는 주위 친구들에 비하면 정말 낮은 등수였다.
그리고 기말고사는 전교 98등.
정말 우습게도 딱 1등이 올랐다.
차라리 떨어졌으면 떨어졌다고 속편히라도 말할텐데
딱 1등이 올랐으니 성적이 올랐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였다.
성적표가 나왔을 때쯤 가족끼리 차를 타고 외식을 가면서
아버지가 내 성적을 물으셨다.
성적표가 나온 후 "성적표 아직 안나왔니?"라고 묻는 부모님의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두 알 것이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등수가 1등 올랐다고 말했다.
아마 이러한 결과라면
많은 부모님들이 그냥 똑같은 수준이니 덤덤하게 넘어가거나
왜 안올랐냐고 질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시고 칭찬해주셨다.
(기쁜 척을 하신 것이겠지만.)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성적이 오르면 사주기로 했던 새 자전거를 사러가자고 차를 돌리셨다.
또, 그냥 일반자전거도 아니라 그 가게에서 제일 좋은 자전거를 사주시기까지 하였다.
아버지는 이미 잊으신 일이겠지만
그 때의 내 마음과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그 때의 '칭찬과 격려', 그 이후에도 이어진 그러한 것들이
채찍질 없이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영향을 주었다.
성적으로만 놓고 봤더라도 당시 중2~3학년 때 20등 정도까지 오르기도 했고
그 이후에도 높은 축에 속할 수 있었다.
다시 선수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이동국 선수만 놓고 생각해 볼때 그에게 질타를 가하는 것이 현명할까 격려를 보내는 것이 현명할까?
만약 질타를 한다면
앞으로 월드컵에 몇 번 더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면 모르겠지만
그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었기에 질타의 긍정적 요소만 발휘된다고 하여도
그가 더 실력이 놓은 선수로 거듭나는 것도 아니다.
또, 마지막 출전 월드컵이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은 그에게
평생의 한이 될 것이고 축구를 떠올렸을 때 환하게 웃지 못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칭찬과 격려글 한다면
그는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결국 남아공에서 맺혀있던 서러움과 한이 모두 녹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정말 감사해 할 것이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축구'를 놓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마음이 훗날 이동국을 최고의 감독으로 길러낼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즉, 우리의 박수가 그가 주저앉지 않고 계속 웃으며 뛸수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국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
실수를 해 미안해하고 아쉬워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고 말이다.
이 두가지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월드컵을 보면서 실수한 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들었던 생각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그 사람이 실수를 해서 나에게, 다수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을 때
그를 탓하지 않고 탄식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번 경기들에서 선수들의 실수가 발생했을 때
다른 국민들과 같이 정말 아쉬웠고 선수를 탓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대한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제의 경기가 끝나갈 때 들었던 생각은 '정말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고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정말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눈에 보였고
그만큼 경기도 팽팽했기 때문이다.
지더라도 이렇게 져야 선수들이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악플이 많았던 댓글창에도 칭찬이 주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비난의 댓글을 달고 있고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다.
또하나 걱정되는 것은 일본의 8강행에 대한 가능성이다.
만약 그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며 8강에 가게 된다면
스스로 아시아 최강이라도 떠들어댈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서도 한국축구가 일본보다 못하다는 여론도 많이 형성될 것이다.
진심으로 우리 선수들을 감싸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은
유명한 외국선수들도 아니고 외신기자들도 아니다.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지금 이루어낸 결과에 대해, 앞으로 일어날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주어 더 멋진 결과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2006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책하여 프랑스의 우승을 실패시킨 '트레제게'선수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반응을 다룬
동영상을 하나 링크하고 글을 마치겠다.
이 동영상이 지금까지 읽었던 글의 내용을 마음으로 다시한번 읽게 만들어 줄 것이니
반드시 끝까지 보았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