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ffer Jul 07. 2023

우리 문학을 이야기해요, 여기서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글쓰기는 삶을 반추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문학과 도시를 공부한 윤한 대표는 창작의 매력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소양하다'를 자신의 고향에 만들었다. 춘천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소양을 쌓으며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한다.



브랜드명

소양하다


의미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과 ‘소양을 쌓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탄생 시기

2020년 11월


핵심 가치

문학을 매개로 도시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경험을 하는 공간이다. 어렵게 느껴졌던 문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볼 수 있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카페 손님과 커뮤니티 이용객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녔기에 공간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두 개의 공간이 붙어 있는 구조로 이뤄진 건물을 선택했고, 각 공간의 이용자 동선을 고려해 가구를 배치했다. 커뮤니티 라운지에는 큰 테이블을 놓았고 카페는 다른 식음료점과 비슷하게 객단가를 고려해 테이블을 많이 두었다.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카페에도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카페에는 테이블 수를 줄이고 중앙에 책을 비치해 문학을 경험하는 공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 포인트

참가자들이 소양하다는 디테일이 좋다고 칭찬한다. 모든 프로그램에 창작을 돕는 키트를 준비하는데, 질문을 구체적으로 짜는 편이다. 여기에 주제에 맞는 다과나 음료는 로컬 가게와 협업해 제공하고, 굿즈는 동네의 가죽 공방에 의뢰해 맞추기도 한다.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쓴 덕인지 재방문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우리 모여요



책을 매개로 하면서도 서점이 아닌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소양하다를 만들기 전 춘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도시가 살롱'에서 글쓰기 수업을 연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글을 쓰는 일에 도전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서울에는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워크숍이 활성화해 있는데 춘천에는 그런 커뮤니티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그 수업을 이끌며 제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다양한 장르의 글 중에서도 소설과 시 쓰기에 집중했어요.
개인적으로 제게 문학은 도망칠 출구였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때 느끼는 위안이 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쓰라고 하면 부끄럽고 막막하잖아요. 소설과 시라는 형식을 빌리면 솔직해질 용기가 생겨요.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팬데믹 시기에 공간을 오픈했음에도 오프라인 모임을 꾸준히 열었어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부터 많은 인원을 이끄는 게 겁이 났는데 차라리 테스트 기간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었죠. 첫 모임으로 미니 픽션을 쓰는 ‘쓸데 있는 얘기들'을 열었어요. 총 8명이 신청했는데 당시 거리 두기 인원 제한으로 4명까지 모일 수 있어, 두 팀으로 분반해 진행했어요. 그분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끈끈했어요. 실제 공간에 모여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엔 큰 힘이 있는 듯해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모임을 선호하는 이유죠.

최근 커뮤니티에 특화된 새로운 공간인 ‘기록장'도 만들었어요.
춘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위탁 받아 꾸린 공간이예요. 소양하다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층에는 멤버십을 위한 라운지를, 2층에는 혼자만의 창작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 2개를 만들었어요. 라운지에는 소파 대신 큰 테이블 3개를 두었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창작 공간은 글쓰기 방과 음악 감상실 두 가지로 구성했어요. 기록의 방식을 글뿐만 아니라 음악, 사진, 그림으로 확장하고 싶어서요.






공간은 결국 사람



모임이 매끄럽게 이뤄지기 위해서 공간에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공간을 상상했을 때 과거 유럽이나 일본, 한국에서 창작자들이 모였던 카페가 떠올랐어요.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 혼자가 될 수도 있는 편안한 테이블과 의자, 먹고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음료와 다과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운영을 할수록 느끼는 건 인테리어나 식음료는 기본적인 요소이고, 더 중요한 건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참여하는 분들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모임의 분위기가 좌우되니까요. 진심으로 글을 쓰고 싶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들이 모임에 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참여자를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모임 신청자에게는 질문지를 드려요. 7~8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신청 자체에 허들을 만든 거죠.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를 안 하게 되거든요.

주로 어떤 분들이 모이나요?
연령대, 직업, 성별 모두 다양한데요. 춘천에는 타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이 많은 편이라, 그분들의 참여도 활발해요. 회사나 학교, 결혼 등의 이유로 이주한 분들은 편안하게 만날 친구가 지역에 없잖아요. 모임에 오면 취향이나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는 듯해요. 그런 걸 보면 소양하다가 춘천을 덜 외로운 도시로 만들고 있단 생각도 해요.



외롭지 않은 도시를 만드는 공간






춘천의 일기장



도시와 문학을 키워드로 모임을 진행하는데, 둘을 어떻게 연결시키나요?
소양하다에서는 본격적으로 문학 창작에 집중하고, 기록장에서는 도시 기록에 포커스를 둔 모임을 여는데요. 도시 기록 모임을 할 때도 시나 소설을 곁들여요. 기록장 오픈을 기념하며 연 모임이 대표적인데, 춘천을 배경으로 쓴 시를 함께 읽고 짧은 시를 지었어요. 시는 읽기도 쓰기도 쉽지 않기에 시마다 참가자들의 기억을 끌어내 줄 질문을 붙였어요. 하나씩 답을 하다 보면 시 한 편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거든요. 이 답을 바탕으로 시를 지으면 춘천에 관한 작품이 하나 더 탄생하는 거죠. 이렇게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브하면서 춘천의 기억 보관함이 되고 싶어요.

춘천에 여행 온 사람들을 위한 모임도 있나요?
춘천을 배경으로 쓴 윤대녕 작가의 소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을 따라 문학 기행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가 겨울 방학에 하기 좋은 활동으로 제안한 ‘일야강 (一夜講)'을 소양하다의 방식으로 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저녁이 되면 밥을 먹고 한 장소에 모여 동네 어른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라”는 구절에서 모티프를 얻어, 여행자들과 지역 주민이 만나는 모임을 기획 중이에요.

재밌는 방식으로 춘천을 경험할 수 있겠네요.
좋은 공간은 그 사람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소양하다를 찾는 분들에게 그런 경험을 더 많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만큼,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정보가 실제 공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고 믿으니까요.









Editor Kwon Areum

Photographer Lee Woojeong

작가의 이전글 예쁜 쓰레기로 만든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