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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Jul 20. 2023

공감하는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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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전시장으로 해변의 모래사장이 들어왔다. 벽면에 걸린 사진 속 휴양지와도 절묘하게 이어져, 이국의 바다에 도달한 듯하다. 팬데믹 시기에도 40만 명의 사람들이 찾은 전시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작품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한 미디어앤아트의 송은솔 PD를 만났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고, 공간이 생각을 확장시키는 체험형 전시를 만드는 그의 원래 꿈은 예능 PD였다.




직업
전시기획자.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
Q.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인가?
일할 때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하 〈요시고 사진전〉)으로 전시 분야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과연 정답인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전시기획자는 프로세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끄는 사람이기에 내 아이디어가 최선의 아이디어일지 검열을 많이 한다.





예능 같은 전시



6월에도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새로운 전시 개관을 앞두고 있다고요.
루이스 멘도라는 스페인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전,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예요. 평소에 디자인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서 디깅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도 디깅 중에 우연히 발견했죠. 멘도는 원래 아트 매거진 디렉터로 20년 정도 일하다가 10년 전부터는 작가로 전향했다고 해요. 아이패드로 작업하는데, 작품이 마치 손으로 그린 것처럼 온기가 있어요. 그라운드시소의 분위기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죠.

전시를 하나 기획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제가 속한 전시기획팀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공모를 받아요. 그중에서 그라운드시소의 특징과 맞는 기획을 선별하고, 최종적으로 전시기획자들이 작가를 섭외해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그라운드시소는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유료 관람객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냉정히 봤을 때 흥행성도 따져야 하고요. 전시 공간이 660~990제곱미터(200~300평)나 되는 대규모다 보니 작가의 작품 수가 공간을 채울 만큼 많은가도 중요한 기준이 되죠.

전시기획팀 소속인데 직함이 큐레이터나 학예사가 아니라 PD라는 점이 독특해요.
원래 예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예능 PD가 꿈이었어요. 전에 아이웨어 브랜드에서 잠깐 일을 했는데 설치 미술 작업을 많이 병행하는 곳이라, 우연한 기회를 얻어 전시기획으로 흘러들어 왔어요. 막상 일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그라운드시소를 운영하는 미디어앤아트에 지원했죠. 저희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이 PD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모두가 전시의 모든 일에 관여하는 능동적인 포지션이라는 거죠. 다른 갤러리와 달리 그라운드시소의 전시는 영화 한 편,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보는 것처럼 호흡이 길어요. 대중이 타깃인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생긴 특성이죠.

전시 기획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전시기획팀은 어디까지 관여하나요?

작가와 작품을 결정하고 나면 큰 주제를 잡고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 것인지 생각하고, 1차 구성안을 만들어요. 이번 루이스 멘도 전시를 예로 들면, 현재 작가가 일본 도쿄에 살면서 도시 풍경을 그리거든요. 소소한 낭만과 위트가 돋보이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해요. 그래서 ‘Fantastic City Life’로 부제를 잡았어요. 어떤 그림이 어디 들어가면 좋을지, 존을 어떻게 분류할지, 어디에 포토 존을 만들지 대강 구성하면 시각 디자이너와 공간 디자이너가 세세한 부분을 고려해 현실화해 주죠.






공간의 힘을 빌려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명동점이나 성수점과 다르게 건축물로 주목을 받았죠. 이런 특성이 전시 기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서촌이라는 동네는 구도심이라 고즈넉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가지죠. 반면 전시관은 현대적인 건축물이고요. 이 점을 고려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전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요시고 사진전〉의 경우, 팬데믹 시대에 중단되다시피 한 해외여행에 대한 향수와 답답함을 다들 공유하고 있었기에 시의적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빛도 많이 들어오고, 원래 전시관이 아닌 사무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건물이라 전시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요시고 사진전〉에서는 그 점을 오히려 역이용했죠. 1층에는 건축 사진을 넣어서 전시관의 건축적 특성을 녹여냈고, 3층에서는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에 풍경 사진을 걸어서 온화한 느낌을 살렸어요. 반면 〈레드룸: 러브 이즈 온 디 에어〉를 기획하면서는 건물의 이미지를 지워보고 싶었어요. 내부 벽면을 빨간색으로 통일하고, 일러스트 작품을 크게 설치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죠.

미디어앤아트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기존 ‘화이트 큐브’ 특유의 전시 문법을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요시고 사진전〉에서는 바닥에 모래를 깔기도 했죠.
전시에 촉감을 한번 넣어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저희 회사에서 했던 〈빨간 머리 앤〉을 본 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전시 중 밝은 공간에서 어두운 공간으로 넘어가면서 바닥에 우드 칩이 밟히더라고요. 시각과 촉각이 결합하니까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요시고 사진전〉에서도 사막 사진이 많다 보니 해변 모래 같기도 하고 사막 같기도 한 반전의 ‘단짠’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공연 같은 총체적인 경험







피부로 와닿는 작품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 거네요. 원래 꿈이라고 했던 예능 PD와 맞닿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성격상 즉각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콘텐츠를 좋아해요. 방송이라는 것도 상당히 즉각적이고 트렌드를 많이 타잖아요. 그래서 전시를 기획할 때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되, 표현 방법을 트렌디하게 가자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그라운드시소에서 해보고 싶은 전시는 무엇인가요?
공연이나 음악을 결합한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한 구상이지만, 단순히 실내에서 뭔가를 보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공간 전체를 활용해 페스티벌 같은 전시를 만들고 싶어요. 전시도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이라면, 그냥 걸어놓고 ‘보세요’ 하는 것보다 뭔가 액션을 주거나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면 좀 더 공연 같은 총체적인 경험이 되겠죠.







Editor Kim Yerin

Photographer Kim Hyeongsang, ground see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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