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er Week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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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감독 김예찬은 시간이 날 때면 가족과 함께 물가로 가 배를 띄운다. 꼬박 1년 걸려 직접 만든 카누를 타고 차로는 갈 수 없는 외딴 곳들을 탐험한다. 자연만이 오롯이 펼쳐진 그곳에서 그는 모든 압박에서 벗어나 유영하는 자유로움을 즐긴다.
지금 하는 일
스튜디오 펩스의 영상 감독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어요. 글로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그 사람의 표정과 손짓, 어투 등 대화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 베이스로 처음 시작했고, 지금은 기업의 홍보 영상이나 광고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카누를 만들게 된 계기
5년 전 한강에서 친구가 직접 만든 배를 타고 투어를 한 적 있어요. 한강에서 보이는 고속도로 위 사람들은 바삐 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유유자적함을 즐기고 있으니 뭔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지더라고요. 한동안 카누에 대한 꿈을 잊고 살다가 아이들이 좀 크고 나서 다시 카누 생각이 났어요. 2019년 4월쯤, 집 근처에 마침 카누를 만드는 장인 선생님이 계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카누를 만드는 과정
처음에는 배의 형태를 잡아줄 뼈대를 세우고 그 뼈대 위에 가느다란 나무 스트랩을 하나씩 쌓아 올려서 모습을 만들어요. 배의 모습이 나왔다고 완성이 아니라 사포질을 해 매끄럽게 하고, 유리 섬유를 덮고 에폭시를 바르는 방수 작업 과정이 9개월 정도 걸렸어요. 처음에는 반복적인 사포질이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3시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이 비워지고 마음도 수행의 결과물처럼 깨끗해져요.
카누로 떠난 여행
카누를 바다에서 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예전에 가족 여행으로 강원도 삼척 갈남항이라는 곳에 갔어요. 모험 삼아 근처의 섬에 배를 타고 갔죠. 잘 놀고 섬 밖으로 나오려는데 배가 뒤집혔어요. 그 바람에 차 키를 잃어버려서 차도 못 가져오고, 휴대폰도 물에 젖어 먹통이 돼 헤엄쳐 나와 팬티 바람으로 삼척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온 황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인생의 큰 위기 중 하나였죠.
카누라는 도구가 갖는 의미
일을 할 땐 엄청나게 긴장하고 고도로 집중해요. 반면 카누를 탈 때는 정반대예요. 완전히 풀어헤쳐진 채로 자유롭게 물 위에 떠 있는 거예요. 노로 물을 한 번 저으면 쓱 미끄러져 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전혀 다른 모습의 스스로를 만날 수 있는 그런 도구죠.
다른 모습의 나를 만나는 도구
카누를 타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
카누를 타면 발로 갈 수 없는 곳, 차로 갈 수 없는 곳, 배로만 갈 수 있는 그런 외딴 곳들을 찾아갈 수 있어요. 파로호나 충주호, 청평호 같은 호수에서 정처없이 가다 보면 땅이 넓게 펼쳐져서 배를 대고 잠시 쉬는 거예요. 자연 소리 말고 아무것도 안 들리는, 아예 새로운 세상에 온 느낌이죠. 그렇게 어딘가에서 하룻밤 캠핑을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배를 타고 떠 있으면 물안개가 피어올라요. 카누를 타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인 것 같아요.
카누로 이루고 싶은 꿈
파로호, 충주호 등 전국의 호수를 종주하는 거예요. 각 호수를 오랫동안 떠다니며 꼼꼼하게 탐사해 보고 싶어요. 최근에 <도바의 바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도바’라는 분이 34세에 카약을 타기 시작해 환갑이 넘은 나이에 세계 최초로 카약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이야기더라고요. 그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에게 주말은 패들링이다. 주말이라고 계속 쉬고 있지는 않거든요. 영상 감독이라는 직업 특성상 주말에 일을 하게 될 때도 많고, 그게 아니면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족 단위로 즐길 거리를 찾아 떠나요. 여유롭게 쉬지 않고 끊임없이 즐겁게 패들링을 하다 보면 그다음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만큼 추진력을 얻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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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Yerin
Film studio pebs
Designer Kim Yeon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