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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Nov 28. 2023

우리는 동네를 사랑해

differ Interview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파는 슈퍼마켓, 성심껏 진료를 보는 병원처럼 일상을 도와주는 정보는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동네에 아는 사람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서촌에서 느슨하지만 단단한 동네 커뮤니티를 만든 로컬루트 김민하 대표는 그 방법으로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TIMELINE]

[00:00-00:25] 로컬 커뮤니티의 중요성

[00:26-01:30] 서촌 동네 모임 ‘서밥모’

[01:31-02:01] 우리 동네 이야기

[02:02-02:48] 불편해도 사랑하는 우리 동네




동네를 이루는 일


‘사람 사는 곳’ 같다는 생각이 드는 동네가 있다. 주말마다 우리를 부르는 많은 ‘힙’한 동네가 그렇다. 하지만 한번 동네가 뜨고 나면 외지인이 몰려들어 막상 동네 주민들은 떠나게 된다. 정주 인구가 빠져나간 동네는 생기를 잃고 본래의 매력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오랫동안 뜨는 동네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변치 않는 지역이 있다. 경복궁 옆 동네인 종로구 서촌이다. 매달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고 닫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동네로 불리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서촌 주민과 관계 인구로 이뤄진 ‘서밥모(서촌에서 밥 먹는 모임)’라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동네 소식을 주고받으며, 비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식사를 해요.” 서밥모를 이끌고 있는 로컬루트 김민하 대표는 이러한 연결이 서촌을 마을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라 말한다. “한 여성분은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서밥모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서촌살이가 든든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역의 일원이 되었음을 커뮤니티 활동에서 느끼는 거죠.” 그의 말처럼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며 동네에 소속감을 느끼고, 애정을 갖게 된다. 좋아하는 동네가 되면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주변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느꼈을 거예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걸 깨달았죠.” 로컬루트는 주민들의 모임 외에도 서촌 상인들이 모이는 ‘서라운드’도 운영 중이다. 영업에 필요한 정부 지원 사업이나 이벤트, 가게 소식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느슨하지만 진심으로


서밥모는 입소문만으로 500여 명의 회원을 모았다. 취향도 취미도 성향도 다른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건 적절한 거리감 덕분이다. 서로의 삶에 지나친 간섭을 하던 과거의 동네 공동체와 달리,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는 느슨한 관계를 지향한다. “커뮤니티 운영을 하다 보면 쓴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어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것마저 운영자인 제 몫이라 생각해요. 동네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해, 이를 이끌어 나가야 하죠.” 모임을 이끄는 운영자로서 그는 모든 일에 진정성과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한다. 여기에 더해 누구보다 발 빠르게 동네 소식도 알아야 한다. 

“꾸준한 리서치와 연구가 필수죠. 새로 생긴 가게 소식은 물론이고 과거 문헌에 나오는 동네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요. 내가 먼저 알아야 질 좋은 정보를 커뮤니티 일원에게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동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소식을 2주에 한 번씩 발송하는 뉴스레터 ‘서촌라이프’에 담는다. 덕분에 그가 보내는 뉴스레터는 서촌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준다. “새로운 동네 소식도 좋지만, 뉴스레터의 메인 콘텐츠는 ‘산책로그’예요. 주민들이 보내온 산책 이야기를 싣는 파트입니다.” 서촌을 동네 사람처럼 탐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그가 보내는 뉴스레터는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뉴스레터에서 보았던 이야기를 실감나게 듣고 싶다면 그가 운영하는 소품 숍 ‘서촌라이프’를 찾아도 좋다. 서촌 관련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동네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진정성과 책임감 있는 태도


“19세에서 26세까지 외국에 살았던 시절을 제외하고 쭉 서촌에 살았어요. 세탁소, 슈퍼마켓 같은 정겨운 공간이 세련된 카페와 식당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보았죠.”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덕분에 서촌의 스카이라인은 지켜졌지만 골목 풍경은 조금씩 바뀌었다. 김민하 대표는 이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개성 있는 가게들이 많아지는 건 흥미롭게 보고 있다. 



“아침마다 ‘파스텔 커피웍스’에서 커피를 마셔요. 애견 전용 음료인 멍푸치노도 판매하고 있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한 후 들르기 좋죠. 좀 더 깊은 산책을 하고 싶을 땐 인왕산 숲속 쉼터까지 올라요. 제 아지트 같은 곳이에요. 저녁에는 종종 ‘참 바’에 가요. 2023년 아시아 베스트 바 15위를 차지한 곳으로 훌륭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어요.” 진심으로 동네를 즐기고 있는 그의 매일은 여행 같았다. 꼭 멋진 공간이 갖춰진 동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일상이 아니다. 김민하 대표처럼 진심으로 동네를 관찰하고 돌아다니며, 마음을 주는 일부터 시작하면 나의 동네도 틀림없이 반짝일 수 있다.



Toolkit for You

동네 모임 만들기


이웃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는 동네 소식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창구랍니다. 나와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동네에 소속감도 높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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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won Areum, Yoo Dami

Film Hi Studio

Photographer STUDIO OFF-BEAT

Designer Kim Yeo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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