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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Dec 14. 2023

씨앗이 알려준 것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씨드키퍼, 즉 씨앗을 돌보는 사람. 동명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공동 대표 문혜성과 송다혜는 씨앗에서 식물로, 땅으로 그리고 라이프스타일로 배움을 확장해 나간다. 씨앗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통해 지속적인 자신감과 자주 찾아오는 행복을 얻었다.




브랜드명

씨드키퍼(seedkeeper)


의미

씨앗을 돌보고 지키는 사람. 원래는 제품 이름으로 기획했는데 자연스럽게 브랜드명으로 정착했다. 제품도, 제품을 만든 우리도, 제품을 사는 소비자도 모두 ‘씨드키퍼’이니까.


탄생 시기

2021년 2월


핵심 가치

가드닝, 마인드풀니스. 몸을 움직이면서 얻는 힐링, 식물을 돌보는 데서 얻는 자기 이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제품을 파는 것보다 앞선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사용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식물을 많이 공부하고 만든 제품이다 보니 처음 식물을 키우는 사용자 입장으로 돌아가 제품을 다시 살핀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내 작업’이라는 느낌에 취해 원래의 취지를 잃기 쉽고, 꼭 필요한 단계를 놓치기 쉽다. 처음 식물을 키우던 마음, 그 초심으로 자주 돌아간다. 복잡한 생각은 쳐내고 본질만 남긴다.


성장 포인트

씨드키퍼를 론칭하고 입소문을 탈 무렵, 팬데믹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져 있는 상태였다. 가드닝과 식물을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차차 늘어났다. 시대적 흐름을 읽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덕분에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었다.






씨앗을 심다



식물 카테고리 안에서도 ‘씨앗’에 집중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문혜성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씨앗을 발아해 키워보게 됐어요. 씨앗을 발아시키는 데서 오는 자기 효능감이 컸고, 식물을 돌보면서 삶의 루틴이 바뀌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죠. 1년 동안 식물의 한살이를 지켜보며 그때그때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성장 주기가 짧고 변화가 명확히 보이는 초본 식물 위주로 소개해 드리는 면도 있어요.
송다혜 처음 심은 식물이 와일드 루콜라였어요. 혜성 님이 씨앗을 주셔서 키우게 됐는데 2~3일 만에 발아하더라고요. 그 뒤로 ‘오늘은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하며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거예요. 설레는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감각이 좋았어요.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좋아할 것 같아 혜성 님께 제품으로 만들어보자고 권유하게 됐죠.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씨앗을 주제로 한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송다혜 저희의 목표는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서 키트를 만들어보자’였어요. 처음 식물을 키우며 배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적용시켰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지금 브랜드를 운영한 지 만 3년 차인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을 수정하며 발전시켜 가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라든지, 팝업하면서 배운 것들을 조금씩 반영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초심자를 위한 씨앗 키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송다혜 씨앗 키트는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각 테마에 맞게 큐레이션한 씨앗들이 들어 있는 ‘큐레이션 씨앗 키트’이고요. 또 하나는 화분 안에 두 가지 씨앗을 페어링해 키울 수 있게 만든 ‘팟 메이트 씨앗 키트’죠. 팟 메이트 씨앗 키트의 두 가지 식물은 같이 자라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동반 식물’이라 불리기도 해요. 채소, 허브, 꽃으로 이루어진 70가지 씨앗 중 원하는 씨앗을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씨앗 팔레트’도 저희 시그너처 제품입니다. 각 식물의 잎과 꽃의 색감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씨앗택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 같아요.





직접 느끼고 배운 메시지를 전달




무궁무진한 잠재력



평소 메모해 두었던 걸 기반으로 자주 대화를 나누며 제품을 발전시킨다고요. 최근 논의한 바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송다혜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좀 정리가 된 사안이 있어요. 초기에 판매했던 씨앗 페이퍼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페이퍼의 판형, 봉투 디자인과 컬러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엽서 구성도 테마를 정해 만들려고 해요. 씨앗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들을 축하의 말, 감사의 말 등에 접목시키는 거죠. 기원을 잘 알 수 없는 꽃말 대신, 저희가 식물이 자라는 특징, 성장 과정, 생존 방식을 공부하며 느낀 점들을 스토리로 만들고 있어요. 70가지 전부를 다 스토리텔링하려고 해요.
문혜성 예를 들어 ‘한련화’라는 덩굴식물은 빛에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곳에 놔두어도 주어진 빛을 따라 잎을 펼치며 자라요. 해가 잘 드는 야외에서는 줄기가 짧고 잎 간격도 짧아지지만, 실내 높은 곳에 올려두고 키우면 수형이 아주 우아하게 아래쪽으로 드리워지죠. 어느 방향이든 빛이 나는 방향을 따라 자라는 모습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굉장히 자유로우며 점진적인 삶의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성향의 사람들과 관련해 스토리텔링할 수 있겠죠.


씨앗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소개하려면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문혜성 퍼머컬처(permaculture)라고, ‘영속 농법’에 관심이 많아요. ‘영속(permanent)’과 ‘농업(agriculture)’을 합친 개념으로, 자연의 시스템을 따르는 농법이라 알려져 있는데요. 단순히 농법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서적을 찾아보고 관련한 캠프에도 따라다니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동반 식물 같은 분야도 알게 됐고요.


씨앗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된 거군요. 씨드키퍼에서는 가드닝 외에도 ‘마인드풀니스’에 주목하기도 해요. 명상을 공부한 적도 있나요?

송다혜 혜성 님 안에 영성이랄까 하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그런 걸 끄집어내는 역할이고요.

문혜성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몇 년 동안 배워왔어요. 회복 탄력성이라든지, 자기 이해, 자기 치유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늘 기복이 심했거든요. 인생에 부침도 많았고요. 애초에 제가 그렇게 단단한 인간이 아닌데 외부적 요인들, 저에게 주어진 환경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를 고민해요. 거기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고 공부하죠. 씨드키퍼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제게는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였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기보다 우리가 직접 느끼고 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제품이나 콘텐츠 워크숍, 팝업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에 가까워요.






넝쿨째 굴러들어온 기쁨



씨앗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세계죠. 그간 나에게서 발견한 ‘씨앗’은 무엇인가요?
송다혜 저에게 있어 잠재력이란 자신감이에요. 무엇을 하든 최악의 상황을 두고 걱정하기보다 ‘잘될 거야’ 생각하며 일에 착수하죠.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맏딸이라 그런지, 뭐든지 스스로 해내는 것이 익숙했어요.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였는지, 타고난 성정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독립적이고 제가 하는 일에 일단 자신감을 갖는 편이에요.
문혜성 저는 쉽게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 게 저의 가장 큰 잠재력이에요. 행복감에 대한 역치가 낮다고 할까요? 단순히 다혜 님과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커피를 마시고 스튜디오에 돌아온 그 순간에도 지금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삶에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요. 얼마 전에는 추석 연휴 전에 친구가 들러서 포도 한 박스를 주고 갔어요. 다혜 님과 제가 집이 가까워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친구들에게도 한 송이씩 나눠 줬죠. 그러고 나서 다혜 님한테 “행복하다”고, “무언가 더 원하면 벼락 맞을 것 같다”고 얘기한 적 있어요. 아주 풍요로운 한가위였죠.


3년 넘는 시간 동안 식물을 돌보고 관찰하며 얻은 배움 혹은 기쁨은 무엇인가요?

문혜성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하나는 최근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꽃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이에요. 제가 알던 것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구조가 아름다워요. 구조적으로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다는 걸 아니 정말 식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구나 느꼈죠. 다른 하나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야화’(밤에 피는 꽃) 중 하나의 씨앗을 주운 일이에요. 하늘타리라는 박과 식물인데, 시골에 내려갔더니 정말 주워 가라는 듯이 덩그러니 놓여 있더라고요. 심어보기 위해 스튜디오로 가져왔어요. 매일 새로운 씨앗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Editor  Kim Yerin

Photographer  Lee Wo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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