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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Feb 09. 2023

방앗간은 계속된다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은 전통 기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다. 여행 매거진 에디터로 일했던 문지연 대표는 자신의 가족 3대가 모여 사는 강원도 원주에서 방앗간의 지속 가능성을 보았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더하니 방앗간에 비로소 생생한 이야기와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브랜드명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


의미

‘옥희’는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우리 엄마’의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엄마의 마음을 담은, 강원도의 바른 먹거리를 소개한다.


탄생 시기

2021년 7월


핵심 가치

강원도 들깨 및 국산 참깨를 사용해 HACCP 인증 시설에서 깨끗하게 짜낸 전통 기름과 깨를 중심으로 로컬 푸드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 콘텐츠.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이 일을 통해 뭘 하고 싶은 걸까?

나의 방향과 정체성을 로컬 먹거리로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브랜드 차원에서 어떤 일을 벌일 때 ‘왜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


성장 포인트

브랜드의 진심을 손님이 공감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 매장에 오는 손님과 인사하고 SNS 피드 등의 소통에 늘 진심을 담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손님이 아닌 서로를 응원해 주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내 안의 방앗간 DNA


할아버지 때부터 방앗간을 하셨다고요?
이 건물 바로 뒤에서 할아버지가 30년간 쌀 찧는 방앗간을 하셨어요. 덕분에 어릴 때 ‘방앗간집 손녀’로 불렸고요.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하시다가 방앗간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셨죠. 원주에서도 외곽에 있는, 논밭 한가운데 딱 하나 있는 방앗간이었어요.

예전부터 방앗간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항상 막연하게 ‘언젠가는 강원도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에서 여행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로컬 브랜드를 취재할 때마다 부러웠어요. 저도 지역에서 가치 있는,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죠.

그 시기가 빨리 찾아왔네요?
코로나19로 매거진이 폐간하면서 쉬는 기간에 집에 왔어요. 그 사이에 부모님이 정성껏 만든 미숫가루라도 팔아보자는 생각에 브랜딩을 시작했죠. 로고와 패키지를 새롭게 하다 보니 제대로 방앗간 브랜드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 이후에 정부 지원 사업이나 창업 교육에 참여하고, 바로 로스터리 공간을 공사하기 시작했죠.




들기름 다시 보기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었나요?
지속 가능성이죠.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는 방앗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농산물을 직접 갖고 가면 가공해 주는 방식은 앞으로 통하지 않을 테니 문턱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했죠. 작은 가게지만 처음부터 HACCP 인증을 받아 체계적으로 위생을 관리하고, 기름을 사지 않아도 깨를 즐길 수 있도록 카페를 꾸렸어요.

깨 로스터리라는 콘셉트가 독특해요.
깨도 커피 원두처럼 생산자, 품종, 볶는 온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들깨만 해도 품종에 따라 크기와 모양새가 다른 데다 작고 껍질이 얇아 엄청 섬세하게 1~2℃, 1~2초 차이로 타거나 맛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취향과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로스팅 정도를 달리한 두 가지 기름을 선보이고 있어요. 100℃와 115℃에서 볶고 짜낸 기름을 각각 ‘연하게’와 ‘균형 있게’로 분류해요. 사실 이건 방앗간 단골 어머니들에게서 얻은 아이디어예요. 방앗간에 와서 기호에 따라 볶는 정도를 요청하시더라고요.

그럼 기름을 어떻게 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일단 기름이 맛있어야죠. 저희는 최대한 원물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깨 손질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깨를 햇볕에 말리고, 불순물을 손으로 걸러내고, 깨끗하게 씻어내는 과정을 거쳐 짰기 때문에 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나요. 또 기름을 구분해서 쓰면 요리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져요. ‘연하게’는 기름인데도 눅진하지 않고, 물처럼 산뜻해요. 고소함은 적지만 원물 고유의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올리브 오일처럼 생으로 먹거나 양식 요리에 잘 어울려요. 카페 시그니처 메뉴인 ‘들깨 벌꿀 아이스크림’ 위에도 뿌리고 있죠. 한편 ‘균형 있게’는 높은 온도에서 더 볶아 고소한 맛이 나서 한식에 두루 사용하면 좋고요.




깨 볶는 복합문화공간


옥희방앗간에서는 지역에서 직접 기르거나 생산자 직거래한 깨만 사용하신다고요.
강원도는 들깨가 많이 나는 지역이에요. 들깨 재배 면적이 2020년 기준 1위, 생산량은 경기도, 충청도와 1~3위를 다퉈요. 산짐승들이 깨 냄새를 싫어해서 밭 가장자리에 심거나 감자와 옥수수 수확이 끝난 뒤 이모작으로 심기도 하죠. 다만, 수확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생산자한테 받고 있어요. 세부 지역과 생산자에 따라 깨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손님들에게 ‘오늘의 깨’를 설명해 드리면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카페에 오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것 같아요.
옛날 방앗간이 그러했듯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카페의 모든 메뉴에 깨를 활용한 것이 특징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크림들깨라테는 바닐라 크림과 들깨를 넣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강조했고, 들깨 벌꿀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위에 들깨, 로스터리 들기름 연하게, 국산 벌집 꿀을 뿌리고 들깻잎을 올려 들깨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어요.

이미 새로운 방앗간의 시대가 열린 것 같은데요?
사실 방앗간은 원래 농산물이 오가는 곳이었잖아요. 그런 역할을 이어가고 싶어서 황기, 명이나물, 복숭아 등 로컬 푸드 큐레이션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예술가들과 협업해 깨를 예술로 표현한 전시, 들깨밭에서 직접 주운 이삭으로 드림캐처를 만드는 프로그램 등 깨를 다채롭게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방앗간의 시대



가족과 함께하는 브랜드를 앞으로 어떻게 가꾸고 싶나요?

가족 모두가 함께 문화를 만드는 것에 동참하고 성취감을 얻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훗날 로컬 푸드 레스토랑을 열고, 전통 기름을 수출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Editor Yang Seulah

Photographer Jun Ye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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