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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Jul 01. 2024

QWER의 5번째 멤버를 아시나요?

#8-3 QWER이 좋은 이유: 'TY 제작진' 편

QWER+TY


QWER의 숨겨진 멤버.

QWERTY 자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 TY.

세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Team 3Y Corporation이다.


데뷔 1년도 안 된 QWER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 몇 개만 꼽으면 다음과 같다.


롤드컵 전야제 오프닝 무대 (관객 최소 6천 명)

멜론 TOP 100 차트 3위

음악중심 1위 후보 (음악방송 출연 X)

고려대학교 입실렌티 오프닝 무대

유튜브 팬페스트 2024 헤드라이너


출처: https://x.com/official_QWER/status/1794295757845217533


이런 성과에는 QWER 멤버들의 노력과 스타성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프리즘필터'와 함께한 엄청난 음악들도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제작진과 소속사의 역할 역시 절대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QWER의 성공은, 근본적으로 이들의 기획과 실행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공식.


QWER은 애초에 성공한 기획이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영상에 아주 짜임새 있게 잘 정리되어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생활변화관측소>


그럼에도 개인적인 생각을 더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면, 다음 포인트들이 먹힌 것으로 보인다.


잘 나가는 뉴미디어 스타를 활용한 레버리지 #1: 인지도와 팬덤.


쵸단과 마젠타는 데뷔 전 이미 수십만의 트위치, 유튜버 팔로워를 보유한 뉴미디어 스타들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개인 팬카페도 있었으며, 그 가입자만 수천이었다. 히나 역시 데뷔 전에 이미 4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초대형 틱톡커였다.


출처: 냥뇽녕냥 틱톡 채널 <i_am_young22> 캡쳐


코로나를 기점으로 인터넷 방송 같은 뉴미디어 수요층이 많아졌다. 그리고 QWER은 거기서 이미 '잘 나가는' 인기 스타들로 구성 됐다. 3Y Corportation(QWER의 소속사 <타마고 프로덕션>의 모회사)은 신생 연예기획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돌을 데뷔시켰을 때 기대감을 주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신생 중소기업의 미약한 신뢰도라는 약점을, 멤버 각자가 가진 인지도와 팬덤이라는 강점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뉴미디어 스타를 활용한 레버리지 #2: 경험과 노하우.


하지만 QWER이 신인이 아니라 이미 '한 가닥 하던' 인플루언서들을 모아서 얻는 진짜 이점은 인지도와 팬덤보다도, 그들이 쌓아온 경험 자체에 있다. 애초에 스트리머로서의 쵸단과 마젠타, 틱톡커로서의 히나, 그리고 일본 아이돌로서의 시연을 좋아했던 이들이 QWER의 활동에 동일한 만족을 느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이 봐왔던 모습과 드러머 쵸단, 베이시스트 마젠타, 기타리스트 히나, 밴드 보컬 시연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낯선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팬덤이 그대로 QWER로 옮겨온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제작진은 당연히 그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수십만, 수백만 팔로워, 일본 아이돌 그룹의 유일한 한국인 멤버로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는 어떤 대기업 기획사에서 돈 주고도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미 날리던 애들을 모은 기획의 가장 큰 성공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멤버들은 팬의 소중함과 자기 PR을 하는 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어떤 주기로, 어떤 말을 해야 팬들이 좋아하는지를 숱한 경험을 통해 익혔다. 그리고 어떤 머리, 어떤 복장, 어떤 말투, 어떤 행동이 제일 긍정적인 반응을 부르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수십, 수백만의 대중을 상대하면서 직접 익히고 고쳐왔다. 그리고 수많은 억까를 견디며 마인드도 이미 많이 단련이 되어 있다. 이건 신인 아이돌이 몇 십 시간의 간접적인 미디어 교육으로 커버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멤버들 모두 매일 같이 인스타 공채와 스토리로 소통하고, 시연과 마젠타는 매일 팬카페에 편지를 쓴다


직장인 관점에서 보면, 다른 곳에서 신입을 2~3년 하다 직무 변경해서 온 중고신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몇년간 직접 운영하다가 산업 변경을 위해 다 내치고 온 파트장 4명을 기용한 꼴이다. 기회를 알아보고 최대한 살려낼 수 있는 경험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갖춘 경험치 만렙의 멤버들인 것이다.


추억과 트렌드의 접점에, 느닷없이 J팝이?!


작년에 K팝만큼이나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게 J팝이다. 우리나라 틱톡 챌린지에서 시작해 음악 시장을 휩쓸어 당사자가 한글 번안곡까지 낸 Imase의 <Night Dancer>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주제가를 부른 YOASOBI의 내한 공연에 8천명의 관객이 찾는 등, J팝은 비주류 문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렸다.


이런 현상을 보며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류의 음악이 우리나라에 없었나?'.


답은 간단하다.

있었다. 십몇년 전에, '윤하'라는 이름으로.


출처: 나무위키 - 윤하 고백하기 좋은 날


윤하는 당시에 우리 K팝이 일본 진출, 오리콘 차트 입성에 목 매고 있을 때 일본 가요계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국내에 온 것으로 관심을 불러모았었다. 실제로 그녀의 음악은 당시의 댄스와 전자음악 위주였던 K팝과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기타나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1인 싱어송라이터지만 어딘가 밴드스럽고, 가사는 서정적이고, 멜로디는 감성적이었다. 오늘 <비밀번호 486>이나 <혜성>의 후렴구만 들어도 중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는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QWER의 음악은 의도적으로 그 지점을 노리고 있다. 요즘 뜨는 J팝과, 3040의 기억 속에 있는 J팝의 접점에 있는 느낌이다. 트렌디 하면서도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건드리면서도 무언가 요즘스럽다. 너무도 전략적이면서, 반칙에 가까운 프로듀싱이라는 느낌이다.


가장 확실한 팬층인 3040 남성,

그들이 너무나 익숙한 '게임'.


지금까지의 이야기, 뉴미디어와 서브컬쳐(J팝)에 가장 닿아있는 타겟 프로필은 3040 남성일 것이다. 물론 지금의 <고민중독>은 쉽고 편한 멜로디와 한국어 가사 덕분에 초등학생들한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정도의 대중픽이 되었지만, 기획 단계에서 가장 확실한 타겟층은 3040 남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바로 '게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오늘까지도 PC방 게임 부동의 1위인 '롤(League of Legends)'이다.


출처: https://www.gametrics.com/


QWER의 컨셉은 굉장히 낯설다. 뉴미디어와 J팝, 서브컬쳐 같은 '뜨고 있는 것들'의 조합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미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 인플루언서들이 모인 버추얼 아이돌은 성공을 했지만 현실 아이돌은 처음이고, '걸밴드'라는 개념 자체는 대중 음악사에서 정말 오랜만이다.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공식'인 것이다.


그 와중에 대중한테 접근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면, 뭐 하나라도 익숙한 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가장 확실한 타겟이 제일 익숙한, '게임'의 속성을 빌려 왔다.


밴드의 이름은 '롤'의 스킬 키인 'QWER'에서 따왔고, 팬덤 이름은 '롤'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몬스터인 '바위게'이다. 그리고 이들의 데뷔곡 <디스코드>도 정말 영리하다. 일차적으로는 서로 서로 완전한 '불협화음'인 멤버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룬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동시에 중의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겨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보이스 채팅 앱 '디스코드'를 의미하기도 한다.


출처: https://discord.com/


그리고 이러한 접점을 120% 살려서, 이들은 대상혁 T1의 우승으로 대히트를 친 작년 '롤드컵'의 전야제 오프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해 메이저로 올라섰다. 뉴미디어 출신의 4인조 걸밴드 아이돌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존재들이, 데뷔한 지 한 달 만에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화려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출처: 유튜브 채널 <QWER>


성공한 기획이 만들어낸 기회들.


라이엇 게임즈 측에서 QWER 멤버들의 서사와 진정성을 보고 전야제에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들은 팬이 돼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롤드컵 전야제는 작년 11월 18일이었다. QWER의 데뷔는 10월 18일이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QWER의 롤드컵 전야제 오프닝은 이들의 데뷔 이전에 결정된 일일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이들의 데뷔 쇼케이스나 그 이후의 행보를 보고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애초에 '이런 걸밴드 아이돌이 나올 거예요'라는 컨셉 단계에서 확정 지어진 무대였다는 것이다.


김계란의 아이디어일지, 빙튜브의 아이디어일지, 매니저인 검은수염, 쇠사미, 혹은 팬매니저 역할을 하는 율매니저의 역할일지, 혹은 함께 고민하는 다른 수많은 스태프들의 아이디어일지 한 명의 바위게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든 이를 실현하는 데는 이들 모두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성공한 기획을 하고,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들의 능력에 감탄하고 결과에 감사할 뿐이다.


다음 이야기 예고


출처: 쵸단의 최애 애니 <주술회전>의 다음 화 예고 캡쳐본


사실 이번 글에서 Team 3Y Corporation의 '기획''실천'까지 다루려고 했다. 여기까지가 데뷔부터 1집까지의 이야기이고, 다음 이야기부터 현재 진행형인 2집(미니 1집)에 대해 다루려고 했다. '정면돌파'와 '진정성'이라는 주제로 단기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진짜 걸밴드로 성장 중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역시, 쓰다 보니 길어진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려니 나도 모르게 투머치토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 QWER이 '왜 성공한 기획인지'에 대해서 글 한 편이 안 나오면 오히려 그게 너무 얄팍하게 분석한 게 된다. QWER은 그만큼 많은 연구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결과물로서의 QWER이 어떻게 기획 되었을지를 역추적해본 것일 뿐이다. QWER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었을 그룹이다. '기획' 뒤에 '실행'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QWER을 만들어낸 진짜 힘이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Team 3Y Corporation 편은 2부작이 될 듯 하다.


1편은 명확한 타겟팅과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컨셉을 기획하는 제작진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음 편에서는 이들의 실행력과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이고, 거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바위게로서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 하나 뿐이다.


QWER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쵸.



*QWER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 ‘QW 언니즈’ 편

- ‘ER 막내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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