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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Sep 22. 2024

QWER, <내 이름 맑음> 1등을 기원하며!

#16-2: 독후감인 척 QWER 입덕기 시즌 2 #2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완성품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아웃풋 이코노미'에서 벗어나, 제작 과정 자체를 공유하고 판매하는 개념을 말한다. 이미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더 나은' 완성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보다는, '기존과 다른' 의미와 가치를 내세우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키우는 방식을 제안한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과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결국은 스토리와 철학이 담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QWER 이야기할 것처럼 해놓고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 같다. 그런데 바위게(QWER의 팬덤명)들은 이 문단을 보고 자연스럽게 QWER의 결성부터 데뷔까지의 과정을 그린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를 떠올렸을 것이다. 또, '아이돌 걸밴드'와 서브컬처를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가는 '기존과 다른' QWER의 정체성이 그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아이돌 팬덤과는 인구 구성과 성격도 다른 바위게의 특성이 생각났을 것이고, 무엇보다 QWER을 응원하는 이유인 '성장형 밴드'라는 서사가 떠올랐을 것이다.


    오바라 가즈히로의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요약한 위 문단의 핵심 키워드는 '과정', '공감' 그리고 '철학'이다. 커뮤니티, 즉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을 보여주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차별화하는 게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핵심인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당사자의 '왜', 그러니까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멤버들의 최종 꿈 (<아침 먹고 가> Ver.)


    <프로세스 이코노미>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려면 무엇만이 아니라 '어떻게', 즉 이것이 어떤 방법으로 탄생했는지 보여줘서 관객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핵심은 왜 이 일을 하는지, 여기에 담긴 철학과 가치관은 무엇인지 등 '왜'를 말해야 한다. (118 p)


    <가짜 아이돌> 선공개곡 발매 직후에 공개된 MC 장성규의 <아침 먹고 가>라는 프로그램에 QWER이 출연했다. 함께 출연한 김계란의 바람대로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면서도 출연자의 진심을 끌어내는 장성규의 매끄러운 진행이 20분 가까이 이어지던 마지막 즈음, 멤버들은 '걸그룹으로서의 최종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스튜디오 수제> 채널 / 22:22 구간부터.


    히나, 시연, 쵸단, 마젠타 순서대로 답변이 이루어졌으며, 각 멤버들의 최종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출처: 유튜브 <스튜디오 수제> 채널 / 아침먹고 가2 EP.22


    히나는 "멜론 1등을 한번 해보고 싶고요. 스스로한테 만족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답변하며 개인과 팀으로서 더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줬다.

    시연은 "아이돌로도 안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또 밴드로도 안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마음을 바꿔보고 싶어요."라며, '가짜 아이돌'의 메시지와 통하는 천상 아이돌스러운 답변을 했다.

    쵸단은 "저를 이제 드러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약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드러머가 되어보자'라고 해서 전공을 시작했었거든요. 그 꿈을 지금 이뤄보고 싶습니다."라며, 밴드로서의 성공에 대한 마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마젠타는 "멤버들이 더 이상 '뭔가를 증명해야 된다' 하는 부담을 그만 가지고, '이거 이거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만 계속 가졌으면 좋겠는 게 제 목표입니다."라며, 팀으로서 보다 자유롭게 무대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했다.


    네 멤버 각각의 대답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멤버들만큼이나, 각각의 목표가 서로 다르면서도 자신들의 성격과 역할에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이 네 개의 목표가 모두 어우러지고 이뤄졌을 때, 비로소 QWER의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완성된다.




    QWER은 아직 증명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 <마니또> 앨범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도 롱런하고 수많은 대학축제 및 페스티벌의 러브콜을 받으며 확실하게 자신들을 각인시켰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세'가 되기에는 한 방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멜론 1등'이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증명해 보이겠다는 히나의 당찬 목표인 '멜론 1등'은, 한 바위게로서도 이번 컴백에서 꼭 이뤘으면 하는 목표다.


    <가짜 아이돌>의 주제 의식과도 통하는 시연의 답변에는 어려서부터 아이돌을 꿈꿔 온 그녀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시연은 QWER의 보컬과 프런트맨이 되기 전까지는 일본 아이돌이었다. QWER에 합류하고 얼마 후 진행한 '33문 33답' 컨텐츠에서, 김계란의 "아이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팬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매일 팬카페에 '밍밍'이라는 편지를 쓰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아이돌답게 밀당과 스포마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아이돌 걸밴드' QWER의 프런트맨은 천상 아이돌답게 안티마저 팬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돌 QWER로서의 꿈을 품으며 활동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QWER>  채널 / QWER 33문 33답


    '아이돌 걸밴드' QWER의 리더 쵸단은, 밴드로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QWER 결성 전에는 드럼 잘 치는 인기 스트리머였다. 데뷔하고 나서는 전공자 출신이자 팀의 기둥이 되는 실력파 멤버, QWER의 리더 쵸단이다. 하지만 QWER이 밴드로서 보다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고 나면, 쵸단 역시 응당 받아야 할 인정인 '드러머 쵸단'으로서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쵸단이 이전부터 언급해 왔던 '빌보드 진출' 목표까지 이뤄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쵸단의 목표는 밴드 QWER의 성장과 함께 한다.


    데뷔 초, QWER 합류 계기를 보면 마젠타만 결이 달랐다. 쵸단은 드럼 전공자였고, 히나는 실용 음악 준비 경력이 있었으며, 시연은 일본 아이돌로 활동을 해왔었다. 세 멤버 모두 음악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마젠타는 '쵸단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즐긴다'의 성격이 커서 그 동기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합류 계기는 비교적 단순했을지 몰라도, '노력의 악마' 마젠타는 1년도 안돼 5현 베이스로 진화까지 하며 급성장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멤버) 조롱의 대가이자 '방종핑'으로 매 번 새롭게 예술로 방종을 해버리는 방송 만렙 마젠타는 사람 자체가 유쾌하다. 방송 시청자와 팬들들과도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멤버들 사이에도 모두 까기를 시전 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시원한 타격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마젠타의 성격답게, 그녀의 최종 꿈은 QWER이 '증명'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유튜브 <마젠타> 채널 / 예측불가 티니핑 이름 맞추기


    드러머이자 팀의 기둥인 리더 쵸단은 밴드로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고, 천상 아이돌이자 프런트맨인 보컬 시연은 안티의 마음마저 돌리는 아이돌로서의 목표를 품고 있다. 기타/키보드이자 97T로 화끈한 성격을 가진 막내 히나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큼 증명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고 있고, 베이스이자 팀의 엄마인 마젠타는 모두 함께 언젠가는 증명에 대한 부담 없이 즐길 날을 꿈꾸고 있다. 멤버 개개인의 성격과 역할만큼이나 다양하고, 동시에 또 완벽하게 조화로운 목표다.


멤버들의 최종 꿈 (<정오의 진혼곡> Ver.)


    QWER은 이렇게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부합하는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책에 나오듯,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커뮤니티'가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이 함정에 빠져 자신들의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스타에게 팬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팬덤의 지나친 간섭에 흔들리다 무너지는 사례를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스스로가 품은 '왜'는 관객의 기대에도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율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함정에 빠지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주체가 되고, 인생의 방향키를 그들에게 쥐어주게 된다. (중략)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타인이 만들어낸 허상에 잠식되지 않도록 그동안 품어왔던 나의 '왜'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2 p)




    <아침 먹고 가>에서와 비슷한 인터뷰를, 데뷔 초에도 한번 진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개월 전인 2023년 11월 19일, 선배 가수이자 색깔이 상당히 닮아 서로 애정하는 '윤하'를 초청한 '정오의 진혼곡'이라는 컨텐츠에서였다. 여기서 윤하는 서로 다를 수도 있는, 멤버들 각자의 목표에 대해 물어본다.


출처: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채널 / 11:33 구간부터.


    입덕 직후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를 한번 정주행 한 이후로 다시 본 적이 없는 영상이었다. <아침 먹고 가>에서 멤버들의 멋진 목표를 보고 깊은 감동에 젖어 있던 순간,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거 잊고 있었지?'라고 하듯 열 달 전에 공개된 영상을 다시 보여줬다. 열 달이면 회사에서는 전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KPI를 설정할만한 시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열 달 전의 이 영상에서도, 멤버 개개인의 목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처: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채널 / 윤하에게 인방밴드의 성공 가능성을 묻다


    쵸단은 "계속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이 밴드가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좀 더 잘돼서 해외나 이런 쪽에서도 저희 음악을 좀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 그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라며 빌보드의 꿈, 밴드로서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내비친다.

    시연은 "사랑하고 싶어요 팬분들이랑. 또 대중분들한테 나를 알려서 뭔가 웃게 해주고 싶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까 더 많이 성장하고 싶고."라며, 일본 아이돌 출신답게 성장형 아이돌로서의 목표 의식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마젠타는 "기타 친구들이랑 같이 베이스 풍차 돌리기를 해보고 싶어요. 장난도 많이 치면서 팬분들한테 '얘네들이 진짜로 이걸 즐기고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고."라며 이 당시에도 팀으로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강조했다.


    히나는 이 컨텐츠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뒤에 밴드 소란의 보컬 '고영배'를 MC로 한 자컨(자체 컨텐츠)에서 멤버들의 연습량에 대해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다. 여기서 히나는 이에 대해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항상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노력한다는 오기를 동시에 보여줬다.





    목표라는 건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성장할수록 진화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고 현실적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꿈'이라는 형태로 변하지 않고 오랜 기간 유지되는 목표를 보면 참 멋지고 낭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 달 전에도, 지금도, 멤버들은 변함없이 각자 꿈꾸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성을 향한 것처럼 보이는 이 목표들이 모두 이뤄지면 육각형 꽉 찬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아이돌 걸밴드 QWER'이 완성된다. 멤버 개개인의 목표마저 어쩜 이리 짜임새가 있을 수 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드디어, <내 이름 맑음>


    9월 23일 월요일, 내일이 드디어 수많은 바위게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QWER의 미니 2집 컴백일이다. 덕질이 처음이다 보니 '컴백을 기다린다'는 경험 역시 처음이다. 이렇게나 설레고 긴장되며 간절해지는 일인지, <Algorithm's Blossom>을 기다리며 처음 알게 됐다.

    멤버들은 컴백 전날인 오늘도, <2024 PEPSI FESTA>에 참여해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서 <내 이름 맑음>을 선공개하게 될지, 온라인으로나마 보며 방구석 1열 할 계획이다. 미니 1집 <마니또> 활동 이후 정말 쉼 없이 달려온 멤버들인 만큼,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이 멤버 개개인의 목표가 모두 이뤄지는 앨범이 되기를 바라며 계속 응원해나가려고 한다.


    부디 이번 앨범이 히나의 바람대로 멜론 1위를 기록하고, 시연의 바람대로 더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쵸단의 바람대로 밴드로서 한층 성장하고 인정받는 계기가 되고, 마지막 젠타의 바람대로 다음부터는 더 이상 '증명'하지 않고 멤버 모두 그저 모든 무대와 활동을 즐기게 될 수 있기를.




    대중음악에서 노래의 성공이 제목을 따라간다는 속설도 있다. '디스코드'로 조금은 다른 자신들을 확실하게 보여줬고 '고민중독'으로 많은 사람들을 중독시켜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롱런하고 있다. <내 이름 맑음>이라는 제목처럼, 날씨의 요정 QWER 답게 거짓말처럼 날씨마저도,


9월 22일에 본 내일의 날씨


내일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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