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과 쿵야 세계관

MZ 세대들은 어떻게 선수들을 덕질할까

by 아카이버

1. 선수들에게 애칭이 붙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이었다. 도쿄의 폭염과 판데믹 상황 속에서도 스포츠의 세계를 보여 준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과 박수가 쏟아졌다. 순위와 메달에 집착하지 않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것,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청춘으로 그려진 이번 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의 축제가 되었다. '국위선양'이라는 목표로 국가를 대표하여 경쟁하고, 획득한 메달이 마치 국가의 위력을 상징하는 듯 줄을 세우는 '스포츠 국가주의'는 얼마나 전근대적인 유산인지. 시몬 바일스 선수의 포기할 용기와 우상혁 선수의 높이뛰기는 모두 큰 울림을 주었다.


image_readtop_2021_768879_16284681034744851.jpg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출처 매일경제


양궁 경기를 시작으로 선수들에게 애칭이 붙었다. '쿵야'. 하얀 모자를 쓰고, 짙은 눈썹에 까만 얼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포효하던 김제덕 선수가 넷마블 야채부락리의 '주먹밥쿵야'를 닮았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긴장된 마음을 '화이팅'으로 풀어내던 김제덕 선수는 그 이후로도 많은 별명을 가지게 된다. '제덕쿵야', '파이팅궁사', '군면제고딩' 등.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아기 호랑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한국의 상징적인 동물이라서.) 양궁 선수들에게는 모두 '쿵야'라는 별명이 붙었다. 닮은 쿵야를 따라 안산 선수는 '완계쿵야', 강채영 선수는 '무시쿵야'로 불렸으며, 이름을 따라 '미니쿵야'(강민희 선수), 잠을 자는 듯 편안하게 활을 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붙은 '수면쿵야'(김우진 선수), 마지막 화살을 쏘며 "끝"이라고 외친 '끝쿵야'(오진혁 선수) 까지. 야채부락리에서 시작했지만 사실상 '쿵야'를 붙이는 놀이가 되었다. (유도 안창림 선수는 '감자쿵야', 탁구 신유빈 선수는 '포도쿵야'로 통한다.) 쿵야 캐릭터 간의 서사와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쿵야 캐릭터는 김제덕 선수를 닮아 우연히 선택되었다. 하지만 엉덩이를 쿵 내리 찧은 듯한 귀여운 어감과 스포츠 선수들의 강인함, 순수한 열정과 결합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안산 선수는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쿵야'를 가장 좋아하는 별명으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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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kpA.jpg 안산 선수와 개인전 준결승에서 만난 맥켄지 브라운 선수의 '쿵야'화 / 출처: 더쿠(theqoo)


애니메이션, 캐릭터 강국인 일본이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인 미라이토와, 소메이티는 해외에서는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쿵야가 남았다.



2. 메타버스적 감각


가상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수용하는 새로운 팬덤이 나타나고 있다. '놀면 뭐하니'가 쏘아 올린 부캐 열풍, 펭수도 모두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캐릭터라는 가상의 존재에 현실 세계에 기초한 개성을 결합함으로써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결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세계관에서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나가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메타버스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상의 캐릭터와 현실의 존재를 동등하게 위치시키고 교류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카카오 프렌즈에 합류한 라이언의 반려묘 '춘식이'도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춘식이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SNS로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기존에 만화나 이모티콘, 캐릭터 상품 등 일차적으로 소비되던 카카오 프렌즈 보다 셀러브리티의 면모를 강화한 것이다. 춘식이는 트위터 인장에 올림픽 마크를 씌운 트렌디함, 슈퍼 스타를 꿈꾸며 버블을 연습하는 현실감까지 갖췄다. 라이언과 함께 추는 댄스 shorts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약 15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핫한 캐릭터는 춘식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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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쿵야 세계관을 메타버스적 감각을 지닌 MZ세대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3. 캐릭터-셀러브리티 + 세계관


MZ세대의 덕질은 캐릭터와 콘셉트에 충실한 세계관을 기초로 일종의 놀이로 소화한다. 펭수가 그랬고, 매드 몬스터가 그랬다. 올림픽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 벌어지는 경쟁과 관계는 그 자체로 세계관이 되었다. 여기에 쿵야는 캐릭터를 부여했을 뿐이다. 귀여운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선수들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고 우리가 느끼는 애정을 선수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경기는 끝이 났고, 다양한 쿵야들이 생겨났다. 선수들은 귀국 후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앞두고 있다. 쿵야는 캐릭터로서는 기능하지만 올림픽이라는 세계관이 없을 때에는 제대로 기능할지는 의문이다. 세계관을 위해서는 정교한 설정과 서사가 필요하다. 또 쿵야는 애칭일 뿐 넷마블이 쿵야들에게 부여한 캐릭터와 서사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넷마블로서도 콘텐츠를 발전시키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결국 올림픽이 불러일으킨 쿵야 세계관은 다양한 쿵야 캐릭터들이 모인 현실 세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쿵야로 불리는 선수들끼리의 관계성이 오히려 화제다. 이 관계성은 결국 현실을 기초로 한다.)




결국에는 콘텐츠 경쟁이다. 잘 구축한 세계관 그리고 그 속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 기초 공사라면 이를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놀거리,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콘텐츠 생태계를 꾸준히 관리해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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