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량 문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by digilog

지난 설 명절,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정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본가에서 정선까지는 3시간 반이 넘는 장거리 운전이었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생각을 자극할 무언가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았던 김대식 교수님과 송길영 박사님의 방송을 선택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으나 유튜브 알고리즘은 운전하는 내내 두분의 방송만 3시간 가까이 이어서 추천하고 플레이 해주었습니다.


여러 방송 내용 중 제 머릿속에 남은 단어는 하나였습니다.


'경량 문명'


'경량 문명'이란 규모ㆍ소속ㆍ직함 중심의 구조에서 문제 해결 능력ㆍ속도ㆍ역량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을 의미합니다.


송길영 박사님은 인류가 처음 맞는 AI 시대에서 노동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종사자 수가 많은 기업을 선호했고, 큰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이 안정과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소위 '대감집 노비'라는 표현처럼 대기업 소속은 곧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 플랫폼의 발전은 환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내고, 대기업과 경쟁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며 조직의 크기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중심이 '소속'에서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전 직장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팔란티어의 조직모델이 떠올랐습니다.

팔란티어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독특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조직 모델인데요. 국내 용어로 필드 엔지니어! SI 프로젝트 조직! TFT 와 유사합니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되고 목표 달성 후 해체되는 독특한(?) 모델입니다. 지속적인 '고정 조직'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구조 입니다. 당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중량 문명'에 익숙한 한국 조직 문화에서 이런 모델이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


나름 트렌드에 민감한 내가 요즘 스스로에게 더 자주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


돌이켜 보면 '중량 문명'에 익숙한 조직에 있을 때도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조직(Micro-organization)에 몸 담았을 때 더 큰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유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며, 실행과 피드백이 즉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1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텔레그램은 직원 규모가 30명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AI 도구와 자동화 플랫폼을 활용해 1인 기업이 수백만 달러 매출을 올리는 사례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조직이 가벼워지면, 속도가 붙습니다. AI는 이 흐름을 더욱 가속하고 있습니다. 사람 수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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