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두번째 라운드를 대하는 태도
태희, 찬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곳에서 둘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꽤 되었네요.
저도 여전히 이 낯선 땅에서 두 번째 라운드를 향해 하나하나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새 10년이 되었네요. 오늘은 그동안 이곳에서 겪은 좌충우돌의 경험과 저 나름대로 얻은 깨달음을 두 분께 나누고 싶어서 이 편지를 씁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두 분의 삶에도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10년 전, 저는 큰 결심을 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국경을 넘었습니다. 더 큰 목표를 실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지만, 막상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사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물론이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생소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배워나가며 결국 제 나름의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교훈을 두 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인생의 첫 번째 라운드와 두 번째 라운드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번째 라운드, 즉 한국에서의 삶은 늘 정해진 틀과 제도적 교육 안에서 배우며 성장해 왔습니다. 어릴 적엔 학교와 학원에서 배웠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선배나 동료들이 가르쳐 주는 일들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발전시켰지요. 하지만 이곳에 오니, 그와 같은 정해진 길이나 안내해 줄 사람 없이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저를 위한 학교나 멘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저를 지도해 줄 제도적인 틀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곳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폴의 학교’라는 이름으로 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배움과 실천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며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말하자면, 이 낯선 땅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배움의 장이었고, 저만의 학교였던 셈이지요.
사실,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의 친구들 혹은 후배, 선배들은 스스로 자기만의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나만의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저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발 앞의 안정성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제 길을 설계하고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다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지금처럼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은 시대에 살면서는 그 어떤 방법보다도 유연하고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기회는 정말 예상치 못했던 것들로, 아직 발달되지 않은 시장이나 미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가면서 제가 쌓아온 경험들이 이제는 저 자신을 두 번째 라운드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많은 친구들은 평생직장이나 겸업 금지 등의 규율 속에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평생직장이나 겸업 금지라는 사회적 규율이 익숙했고,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로 여겨졌으니까요. 그러나 이곳에 와서 두 번째 라운드를 맞이하면서 하나의 역할에만 얽매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제게 생계와 안정성을 가져다주는 일과 함께, 제가 꿈꾸는 더 큰 목표를 위한 또 다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모자를 쓰는 훈련이 필요했던 거죠.
처음에는 이중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역할을 기반으로 또 다른 창의적 도전을 해 나가는 것 자체가 저의 꿈을 구체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분들이 가장 힘들 것중에 하나는,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한 가지 일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다른 일을 겸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지요. 여러 개의 모자를 쓰는 일이 오히려 제 꿈을 실현해가는 중요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당당하게 두 번째 꿈을 공개하고, 그 길을 실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저 또한 이를 통해 제 자신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해 갈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저와 같은 중년의 직장인들이 두 번째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여러 부담감을 공감하게 되었고, 더 이상 이러한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브레드앤버터’ 역할과 함께, 미래를 향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균형 있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 라운드를 향해 나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국경을 넘어서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 덕분에 지금은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도 세계 곳곳에서 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들을 이어가며 얻은 교훈은, 나의 목표와 가치를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두 번째 라운드를 훨씬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글로벌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여러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제 삶과 일에 큰 시너지 효과를 주었습니다. 낯선 문화를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꼈지만, 점점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면서,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제 자신을 더욱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앞으로도 저는 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려 합니다.
두 번째 라운드를 맞이하며 그동안 여기서 겪은 경험, 내가 만든 나만의 폴 학교를 통해 얻은 가설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실험하고 증명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 가설들이 나 혼자만의 이상적인 꿈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방법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들은 단지 좋은 말이나 이상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두번째 홈인 이곳에서 생존하며 얻은 실질적인 교훈들이며, 두 번째 라운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두 번째 라운드는 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시간입니다. 지난 10년간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제 가설을 세상 속에서 증명해 가는 여정을 계속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가르침이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감이 되길 바라면서,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워가고 도전해 나갈 것입니다.
태희, 찬우, 제 이야기가 두 분께 작은 영감이라도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앞으로 두 분이 맞이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조언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 주세요.
저 역시 언제나 두 분의 곁에서 응원할 것입니다.
Love Never Fails,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