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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과 친구들 Nov 11. 2024

태희의 사랑: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들

Dear 폴 & 찬우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두 분의 지난 글들이 제게 얼마나 큰 영감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회사라는 조직을 완전히 벗어나 그것도 이국 땅에서 처음으로 홀로선지 세 달이 지나니 더욱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미국은 제 인생 계획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는데 어떤 이끄심에 도착한 곳이에요. 늘 저를 1순위로 놓고 살았던 제가 처음으로 아이만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고, 한국에 있었다면 없었을 큰 변화를 겪으며 저 또한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네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제가 붙잡은 한 가지 진리가 있어요. 바로 '모든 일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유는 미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는 것을요. 이런 깨달음을 안고 있던 차에 폴과 찬우의 글을 만나게 되었고, 그것이 저를 아투아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어주었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그런 생각과 걸음, 또 결정들 사이사이에서 마주하는 워킹맘의 일상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특히 이국땅에서 아이와 함께 겪는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서요.


저는 아이를 이미 낳은 후에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케이스라 사실 워킹맘이 아니었던 날이 없었어요. 아이를 보다 출근하고, 출근하면 다 큰 아이들(팀원들 ㅎㅎ)을 돌보다 집에 오면 다시 아이를 돌보는 삶이 일상이었죠. 그러다 보니 일과 사람을 돌보는 management에 도가 텄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었어요. 모두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 오니 와우,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의 support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일단 작년 겨울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어요. 새벽까지 한국의 팀원들과 일하던 시절이라 새벽 3시쯤 잠들고 7시에 일어나 남편과 아이를 회사, 학교로 보내놓고 나면 다시 한번 쪽잠을 청하곤 했는데, 제가 사는 미시건은 정말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거든요. 갑자기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는 폭설이 예상되어 아이들을 12시에 하교시킬 예정이니 데리러 오라는 '자동응답기'.


저야 밤에 리모트 근무를 하니 가능했지만, 회사에 있다가 갑자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그리고 오후에 그들을 케어하느라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맞벌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문직이 아닌 이상 사무실의 많은 여자들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또 학원 버스 개념이 없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after school activities를 위해 차로 픽업하고 드랍해야 하는 riding도 발목을 잡아요. 모든 학교에 저녁 6시까지는 돌봄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그 지출과 after school activity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6시 이후엔 선생님이 수업도 안 하니 자녀의 교육에 욕심이 좀 있는 엄마들은 9 to 6 full time 커리어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요즘 이 지점에서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불꽃처럼 일어날 때면, 또 매력적인 제안이 올 때면, 미국에 온 본연의 이유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이곤 해요.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아이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죠.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는 것을요. 아이를 위한 선택이 때로는 나를 위한 선택이 되고, 나를 위한 선택이 결국 아이를 위한 길이 되기도 하니까요. 중요한 건 그 순간순간 우리 가족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이 순간, 저는 아이와 함께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조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우리 가족의 소중한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우리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폴과 찬우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글을 마무리할게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태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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